경기 부천시 ‘사랑마을청구아파트’

입주민의 적극적 관리 참여로
방치된 경비실이 책방으로 탈바꿈

10년 장기근속 직원들이
적재적소 시설물 유지보수

왼쪽 아래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이동복 관리과장, 임철수 입주자대표회장, 김형숙 관리소장, 방연화 경리대리, 김병석 설비과장, 권영열 기전반장. <부천=고경희 기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경기 부천시 사랑마을청구아파트(9개동 440세대, 위탁관리: 신세계관리)는 입주자대표회의 열람을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회의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잡수입 발생 시 일련번호를 부여해 통장으로 입금 처리하는 등 투명성을 제고해 입주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 투명한 관리의 비결은 이 아파트에서 10년 이상 장기근속한 관리소장과 다수의 직원들의 단지 이해도와 이들에 대한 입주민의 믿음이다. 이 아파트는 경비원 장기근속으로 한국노총으로부터 ‘경비원 고용유지 우수단지’ 인정을 받았다. 또 컨테이너를 개조한 ‘사랑나눔 책방’을 운영해 입주민 간 소통도 증대시켰다.

이에 사랑마을청구아파트는 관리 투명성과 입주민 화합을 높게 평가받아 경기도로부터 2020년 모범관리단지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놀이터 앞에 설치된 '사랑나눔 책방'

적기 보수해 새 아파트처럼

사랑마을청구아파트는 27년차 노후 아파트인 만큼 시설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주요시설에 대한 수선주기를 감안해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조정하고, 적기에 노후 시설물의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난방배관부분 교체, 아스팔트 포장공사, 배수설비 및 조경 등 주요시설을 교체하고 보수공사를 시행했다. 올해 승강기 공사를 끝내면 2~3년 동안 장기수선충당금을 모아 난방배관도 교체할 계획이다. 각종 보수공사로 아파트가 새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파트가 노후화됨에 따라 세대 내 시설 문제도 종종 발생한다. 관리사무소의 관리영역은 공용부분이지만 입주민 맞춤서비스 차원에서 세대 내 시설 점검 및 개선 활동도 실시하고 있다. 세대 계량기 교체 등이 그 예로, 관리사무소의 세대 내 서비스는 입주민의 주거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직원들의 근속년수

관리소장과 관리직원, 경비원 등이 10년 가까이 근무해 단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도 시설관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10년차 관리사무소 직원은 6명 중 3명, 경비원 12명 중 8명이다. 이들은 시설이력을 꿰고 있어 시설보수 계획을 제때 수립할 수 있고 아파트에 필요한 부분을 바로 파악해 적재적소의 관리를 한다. 직원들이 아파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만큼 대부분의 시설물 유지보수 공사를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아울러 경비원들은 단지를 순찰하며 본인이 근무하는 라인의 수목 및 화단 관리도 도맡고 있다.

김형숙 소장은 “아파트는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사람의 신체와 같다. 우리가 나이 들면 장기가 점점 망가지듯 아파트도 나이가 들수록 각종 시설물이 망가진다”며 “적기·적소에 시설물을 유지보수 해 오래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를 만들면 그 이익이 입주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장수명 아파트를 위해 정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열린 회의로 관리 참여 높여

입주민들은 관리와 관련된 각종 서류를 직접 확인하며 투명성을 판단한다.

이 아파트는 투명한 관리를 위해 관리규약 개정 및 각종 공지사항, 관리업무 제반사항은 홈페이지와 게시판에 공개하고 있다. 또 관리비, 잡수입 등의 수입지출 장부 및 증빙자료를 공개하고 각종 공사용역 등의 입찰 및 계약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잡수익 발생 시 일련번호를 부여해 관리함으로써 투명성을 확립하고 있고 관리비 및 잡수입 수입 지출 결정 시 매월 공고를 통해 입주민에게 공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10년 넘게 회의 장면을 녹화해 단지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또 회의 내용을 게시판에 공지해 입주민에게 알린다. 따로 회의록 열람을 요청하지 않아도 입주민이면 누구나 회의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회의 장면을 녹화하다보니 동대표들이 더욱 언행을 조심하고 서로를 존중해 동대표간 편가르기, 막말과 고성 등 갈등도 발생하지 않는다.

입주민의 적극적인 관리 참여로도 관리 투명성을 높인다. 오래 거주한 입주민이 많아 사업 진행에 앞서 공청회를 열면 입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안하고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를 반영해 관리업무를 실시한다. 평소에도 입주민들이 관리에 대한 자유발언을 자주 한다는 것이 관리소장의 설명이다.

임철수 대표회장은 “입주민들의 직원들에 대한 사랑, 아파트에 대한 사랑이 크다”며 “입주민간, 입주민과 동대표, 동대표와 관리사무소, 관리사무소와 입주민 간의 사랑이 확산되고 소통이 이뤄져야 각종 관리 갈등과 갑질 문제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자생단체 '우리마을 가꾸기' 회의 모습

마을에 사랑 나누는 아파트

사랑마을청구아파트에는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자생단체 ‘우리마을 가꾸기’가 구성돼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마을 가꾸기가 관리하고 있는 ‘사랑나눔 책방’은 이 아파트의 큰 자랑거리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방치된 경비실(컨테이너박스)을 재활용해 작은도서관 ‘사랑나눔 책방’을 조성했다. 방치된 컨테이너박스를 활용한 것이라 비용이 적게 들고 입주민들의 지식함양 및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아이디어에서 의결, 시행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놀이터 옆에 책방을 둬 부모들과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했다. 우리마을 가꾸기는 입주민들이 기부한 책을 3개월마다 교체해 매번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 책방은 2020년 경기도 모범관리단지 평가 시 높은 점수를 받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밖에 아파트에서 매년 경로당 설행사, 어버이날 행사, 김장행사를 진행하고 지난해부터 단지 내 바자회를 열어 이웃 간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직원들과 입주민들은 단지 밖 마을에도 따스함을 전하고 있다. 우선 우리마을 가꾸기는 단지 내뿐만 아니라 단지 외 환경·미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대표와 입주민들이 부천시 우수자원봉사자로서 취약계층 주민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 및 후원을 펼치고 있다. 2016년부터 연말이 되면 직원, 입주민,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율적 모금활동을 벌이며, 옷 나눔 옷 캠페인으로 입을 수 있지만 방치된 입주민의 의류를 제공 받아 보육원에 기증하고 있다. 중동복지협의체를 통해 관내 노인 무료급식 자원봉사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부천사랑마을청구아파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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