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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 김만중의 좌절과 꿈이 깃든 절해고도, 남해 노도[주말에 가볼까?] 298. 경남 남해군
승인 2020.11.18 09:37|(1317호)

남해는 조선 시대에 대표적 유배지였다. 자암 김구는 ‘화전별곡’에서 남해를 ‘일점선도(一點仙島)’, ‘산천기수(山川奇秀)’의 땅으로 노래했다. 자암이 남해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면, 서포 김만중은 절해고도인 노도에 유폐돼 창작열을 불태웠다. 수려한 명소가 많은 남해에서 노도가 알려진 건 전적으로 김만중 덕분이다. 김만중은 한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3년 남짓 노도에 살다가 55세에 숨을 거뒀다. 남해군은 김만중의 유적과 이야기를 엮어 노도를 문학의 섬으로 조성했다. 김만중문학관, 서포초옥, 야외전시장, 작가창작실 등 아기자기하게 꾸며 문학 여행지로 제격이다.

상주면 벽련마을은 노도를 바라보는 마을이다. 벽련항에서 노도로 가는 여객선이 다닌다. 도선대합실 앞에 방풍림으로 심은 팽나무 몇 그루가 우뚝 서 있다. 나무 그늘 평상에 앉아 노도를 바라본다. 섬이 삿갓처럼 생겨 삿갓섬이라 불렀는데, 임진왜란 때 이 섬에서 노를 많이 만들어 노도라 했다. 김만중도 여기서 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 심정이 어땠을까.

삐~ 기적을 울리며 여객선이 도착했다. 배는 잔잔한 물살을 가볍게 헤치고 5분 뒤 섬에 닿았다. 노도는 벽련마을에서 직선거리 1.3km에 불과하다. 지금은 이처럼 쉽게 갈 수 있지만, 서포에게 이 바다는 돌아갈 수 없는 장벽이었다. 김만중은 1686년 장희빈 일가를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숙종의 미움을 받고 평안도 선천으로 유배된다. ‘구운몽’은 선천 유배 시절에 홀로 남은 노모를 위로하기 위해 쓴 소설이다. 선천 유배가 끝나고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남해 노도로 유배된다. 이번에는 죽을 때까지 그 공간을 떠날 수 없는 위리안치를 받았다.

'서포의 책' 조형물

노도선착장에 도착하자 문학의 섬을 알리는 조형물이 반긴다. ‘서포의 책’은 왼쪽에 구운몽 본문을 발췌한 내용이, 오른쪽에 김만중 조형물과 앵무새의 부조가 있다. 조형물 아래쪽에 ‘우리말을 버리고 다른 나라 말을 통해 시문을 짓는다면 이는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같다’고 적혔다. ‘서포만필’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런 김만중의 주장은 성리학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에 매우 파격적이었다. 서포는 송시열을 따르는 서인이었다. 송시열은 주자의 경전 해석을 조금이라도 달리 풀이하면 사문난적으로 공격했는데, 김만중은 뜻을 굽히지 않고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한글로 썼다. 국문학사에서 김만중을 높이 평가하는 점이다.

드론으로 본 노도마을

노도선착장에서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면 노도마을이 나온다. 한때 70여 가구가 살고 초등학교 분교도 있었지만, 지금은 12가구 17명쯤 산다. 노도 주민에게 김만중은 ‘노자묵고할배’로 통했다고 한다. ‘놀고먹다’라는 뜻으로, 밤낮 저술에 매달리는 김만중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인 모양이다.

마을 끝 갈림길에서 오른쪽이 작가창작실, 왼쪽이 김만중문학관으로 가는 길이다. 먼저 작가창작실에 가본다. 조망이 시원한 길이다. 건너편 남면과 상주면 사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은 여수 돌산도가 아스라하다. 펜션 형태 건물 3동이 작가창작실이다. 아직 입주한 작가는 없다. 이 멋진 공간에서 글을 쓰면 작품이 술술 풀릴 것 같다.

김만중 문학관

다시 갈림길에서 10여분 산책로를 따르면 김만중문학관이 나온다. 문학관 왼쪽 수풀 안에 김만중이 직접 팠다는 우물이 있다. 물이 귀한 섬에서 여전히 찰랑찰랑 물이 가득하다. 문학관은 서포의 일대기와 작품 세계 등을 알 수 있는 전시실, 영상관, 전망대 등을 두루 갖췄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때문에 개관이 연기돼 내년 봄 오픈할 예정이다.

문학관 위로 난 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서포초옥이 나온다. 본래 문학관 자리에 김만중이 살던 초가가 있었는데, 이곳으로 옮겼다. 새 건물이라 서포의 흔적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서포초옥에서 150m쯤 더 오르면 너른 터가 펼쳐진다. 여기가 야외전시장으로 구운몽원과 사씨남정기원이 있다. 소설의 주요 장면을 모티프로 동상을 세워 이야기를 엮어간다. 동상과 설명을 보면 소설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야외전시장에서 100m쯤 더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는 전망 정자에 닿는다. 봄철 유채꽃과 다랑논이 유명한 두모마을과 금산 쪽 풍광이 수려하다. 노도 둘러보기는 정자에서 마무리된다. 노도선착장으로 돌아가려면 길을 되짚어야 한다. 내년 봄에 트레킹 코스가 열리면 전망 정자에서 작가창작실로 곧장 내려갈 수 있다.

설리스카이워크의 노을

노도에서 나오자 해가 기울 시간이 가까웠다. 서둘러 설리해수욕장 쪽으로 차를 몰았다. 설리스카이워크는 솔정솔바람해수욕장에서 설리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자리해 노을이 멋지다. 설리스카이워크 앞에 도착하니 노을이 바다와 하늘을 시나브로 물들이고 있었다. 목도 뒤쪽 여수 돌산도로 해가 지는 풍경이 일품이다. 긴 다리처럼 생긴 설리스카이워크는 전망대 끝에 설치된 그네가 백미다. 11월 말이나 12월 개장하면 그네를 타고 푸른 바다의 품으로 뛰어드는 듯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남해보물섬캠핑장에서 묵었다. 남해군이 직영하는 캠핑장으로, 옛 분교를 리모델링해 아담하고 시설이 좋다. 이곳의 자랑은 운동장에 만든 잔디 사이트다. 푹신한 잔디를 밟고 노는 아이들 모습이 보기 좋다.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남해대교 모형이 재미있다. 다리 위에서 캠핑장과 사촌해수욕장 일대가 보인다.

대국산성 성벽에서 바라본 조망

마지막 코스는 설천면 진목리에 있는 남해 대국산성(경남기념물 19호)이다. 인적이 뜸해 가족이나 친구와 호젓하게 찾기 좋다. 남해현을 지키던 읍성으로 추측하는 대국산성은 대국산(376m) 정상 일대 약 1.5㎞에 둘렀다. 아담한 산성이지만, 조망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쪽으로 남해읍이 한눈에 잡히고, 북동쪽 멀리 지리산 능선이 아스라하다. 어깨춤 들썩이며 성벽 위를 걸어 남해 여행을 마무리한다.

글·사진: 진우석(여행작가)
출처: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구석구석(korean.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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