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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천 수놓은 예술의 물길, 서울 ‘홍제유연’<弘濟流緣>[주말에 가볼까?] 296. 서울 서대문구
승인 2020.11.05 09:53|(1315호)
홍제유연 입구

홍제천이 흐르는 유진상가 지하 구간은 그동안 통제 구역이었다. 그중 250m 구간이 올해 7월 1일 서울시 공공미술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사업을 통해 ‘홍제유연’으로 개방됐다. 유진상가 건물을 받치는 100여개 기둥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설치미술, 조명 예술, 미디어 아트, 사운드 아트 등 8개 작품을 설치해 환상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홍제유연(弘濟流緣)은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하다’라는 뜻이다.

홍제천을 건너가는 돌다리

홍제유연은 들머리 찾기가 좀 애매하다. 먼저 유진상가 뒤쪽 홍제교를 찾아야 한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로 나와 유진상가 뒤로 가면 홍제교를 만난다. 홍제역에서 약 500m, 8분 거리다. 홍제천으로 내려가면 홍제교에 ‘열린 홍제천길’ 글씨를 볼 수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홍제유연 입구가 눈에 띈다.

홍제유연 입구 아까시나무 한 그루가 선 자그마한 광장이 ‘두두룩터’다. 홍제천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연결하는 공간이다. 두두룩터에서 낡은 유진상가 건물이 보인다. ‘유진맨숀’ 글씨에서 건물의 오래된 역사를 읽을 수 있다. 홍제유연은 유진상가 지하로 이어진다.

1970년 홍제천을 복개한 자리에 폭 50m, 길이 200m 규모로 세운 유진상가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최고급 주상복합건물로 이름을 날렸다. 남북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때라 유사시 북의 남침을 대비한 대전차방어 목적을 포함해 설계했다. 1992년에는 내부순환도로 공사로 건물 한쪽이 잘렸고,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서대문구 후보자들이 유진상가 철거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주민들의 삶을 품고 있다.

홍제 마니차

홍제유연으로 들어서자 더위를 피하는 주민들이 보인다. 지하 공간이 동굴처럼 시원한 덕분이다. 처음 만나는 작품은 ‘홍제 마니(摩尼)차’다. ‘내 인생의 빛나는 순간, 내 인생의 빛’을 주제로 시민 1000여명의 메시지를 새겼다. 불교 경전을 새긴 마니차처럼 손으로 돌려가며 감상할 수 있다. 그 옆에는 홍제유연에 설치한 8개 작품 설명이 있다.

팀코워크의 ‘숨길’은 어두운 공간을 비추는 동그란 빛이 이어져 길을 안내한다. 한낮에 빛이 아른거리는 숲길을 걷는 평온한 공간을 수집해 빛의 공간을 연출했다고 한다. 이어지는 팀코워크의 ‘온기(溫氣)’는 42개 기둥을 빛으로 연결한 조명 예술 작품이다. 기둥에 있는 손 모양 동판에 손을 대면 공간을 채우던 조명이 다양한 색으로 변한다. 이 작품은 홍제천을 건너는 징검다리에서 보면 더욱 신비롭다.

물의 잔상을 빛과 소리로 표현한 작품

뮌의 ‘흐르는 빛_빛의 서사’는 지하 공간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작가는 홍제천 주변의 문화적 사건과 인물, 건물, 소재를 수집해 그 이미지를 천장과 벽, 바닥, 물 위에 조명으로 비췄다고 한다. 이미지 키워드는 홍제원, 연산군, 정자, 세검정, 기생, 유진상가, 포방터 등 다양하다. 그 옆에는 밝을 명(明) 자가 수면에 떠 있어 특이하다. 윤형민 작가의 ‘SunMooonMoonSun, Um...’이다. 다소 어려운 제목이지만, 글자가 물의 잔상과 빛과 소리로 어울려 생명력을 띤다.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신비로운 소리는 홍초선 작가의 사운드 아트 ‘쉼’이다.

진기종 작가의 ‘미장센_홍제연가’도 화려하다. 홍제천의 생태적인 의미를 담아 생명의 메시지를 전하는 홀로그램 작품이다. 마지막 작품은 아이들이 참여한 ‘홍제유연 미래 생태계’다. 홍제초등학교와 인왕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홍제천의 생태계를 탐험한 뒤, 앞으로 이곳에 나타날 상상의 동물과 홍제유연 미래 생태계에 대한 상상력을 담았다고 한다. 이상으로 홍제유연은 끝나지만, 다시 보고 싶어 되짚어가게 한다. 홍제유연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하며(연중무휴), 입장료는 없다.

유진상가 2층의 중정 같은 공간

홍제유연을 둘러본 뒤에는 유진상가를 구경하자. 1층에 상가가 모여 있고, 2층은 주거 지역이다. 2층에 오르면 중정 같은 공간이 나오는데, 거주민의 마당 역할을 한다. 황량한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나지만, 화분이 많아 푸릇푸릇한 느낌이 좋다.

글·사진: 진우석(여행작가)
출처: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구석구석(korean.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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