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취미’ 관리人 <9> ‘주택관리의 지혜’ 전하는 유튜버 김우진 소장(전남 담양 별해리아파트)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국내 유튜버 이용자가 3000만명을 넘어섰다. 가히 유튜브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가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올리거나 시청하고 있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포털사이트가 아닌 유튜브에 검색을 하는 것이 요즘 방식이다. 이처럼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는 때에 유튜버로 활동을 하며 공동주택 관리 정보를 전하는 관리소장이 있다. 전남 담양군 별해리아파트 김우진 관리소장은 유튜브 채널 ‘관리의 지혜’를 통해 주택관리사 직업 정보, 시설관리방법 등 공동주택 관리 정보를 담은 영상을 올리고 있다. 초보 주택관리사에게 실무 정보를 주고자 시작한 ‘관리의 지혜’가 어느덧 구독자 8000명을 돌파했다. 자신의 영상을 통해 주택관리사의 관리 전문성을 키워 위상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는 김우진 소장,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관리의 지혜' 채널

▶ ‘관리의 지혜’ 채널에 대해 소개해 달라.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공동주택 관리정보 채널이다. 주요 콘텐츠로는 주택관리사 직업 정보, 전기시설·소방시설 등 시설 관리방법, 아파트 보험, 관리비, 그 외 전기·소방 국가자격 직업 전망 등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한 모든 것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입주민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전기스위치 교체, 세면대 설치 등 전유부분 시설관리 방법까지 주제로 한다.

특히 소방전문가, 승강기 전문가, 위탁관리업체 관계자와 같이 업계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해 현장에 적용 가능한 전문 관리 지식을 전달하고, 이제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 취업을 하려는 분들에게 관리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김우진 관리소장이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 유튜버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2015년 관리소장으로서 처음 근무한 곳이 난이도가 높다는 입주 아파트였다. 건설사의 부도로 하자보수비를 두고 건설공제조합과 1년 7개월동안 긴 싸움을 이어갔다. 처음이다보니 하자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공부를 했다. 이후 공제조합과 입주민에게 사례 자료를 제시하며 설득해 하자보수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사실 공동주택 관리에 진입하면서 하자, 전기, 설비 등 관리업무를 기존에 하지 않고서야 실무 경험이 없는 초보 주택관리사들이 현장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이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나의 현장 경험을 정리해 알려주고자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초보 소장들의 관리소장으로서 지향점을 ‘안 쫓겨나고 살아남는 법’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아파트를 관리하는 법’으로 바꾸기 위한 목적이 크다.

처음 관리업에 종사했을 때 관리에 대해 배우기 위해 주택관리사 선배들과 자주 면담을 가졌었다. 그때마다 선배들은 체계적인 관리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쫓겨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조언해줬다. 현재 후배, 동료 소장, 구독자들이 나에게 살아남는 법을 물어보곤 한다. 자신을 을로 만드는 질문이다.

주택관리사의 위상을 높이고 입주민과 동등한 관계에서 업무에 임하기 위해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살아남기 위한 겉치레가 아닌 전체 입주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우선 고민해야 한다. 일부 입주민이 불합리한 요구를 할 때 일일이 눈치를 보고 수용하면 전체 입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가 있다. 입주민, 동대표와 동등한 관계를 끌고 나가려면 관리소장이 모든 관리 분야를 알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전문성을 갖춘다면 입주민과 동대표들이 관리소장과 소속 직원들을 그저 을로만 보지 않고 전문가로 대우하고 존중해줄 것이다. 주택관리사가 아파트 관리의 중심이 돼야 한다.

▶ 주제를 선정하고 인터뷰 대상을 찾는 과정이 궁금하다.
모든 시설관리를 주제로 하고 있다. 유능한 전문가들을 섭외해 인터뷰하고 시설관리 방법을 영상에 담고 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유튜버를 시작하기 전부터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아파트를 방문해 관리방법을 배웠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과 친분이 생겼었다. 그러다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그들에게 소개받은 전문가들을 섭외해 영상을 찍고자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얼굴 노출을 꺼려해 촬영이 쉽지 않았고 촬영에 성공하더라도 전문가가 소속된 업체 측에서 올린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인터뷰이(interviewee)들이 유튜브 영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닌 주택관리사에게 정보를 주기 위함이라는 나의 취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흔쾌히 출연해주고 있다. 구독자 증가의 영향도 크다고 본다. 구독자가 몇 천명이 되면서 인터뷰이들이 채널에 관심을 갖고 콘텐츠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돼 인터뷰를 요청하면 대부분 응해준다.

많은 분야를 다루다 보니 구독자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주택관리사, 소방안전관리자, 전기안전관리자 자격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부터 입주민까지도 영상을 보고 있다. 다양한 직종의 구독자들이 궁금한 사항을 댓글로 남기면 도움을 주기 위해 영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 영상을 제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한 아파트 청소원을 인터뷰했는데,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입주민이 청소원에게 자신의 자전거를 닦으라고 시켰고 이를 따르지 않자 관리소장에게 ‘청소원에게 시말서를 쓰게 하라’고 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청소원은 부당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왜 관리소장이 입주민의 눈치만 보고 직원들을 아끼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주민의 잘못에도 직원에게 시말서를 쓰게 하는 소장이라면 살아남을 수는 있어도 관리소장의 위상을 높이는 일은 아니며, 선한 입주민들이 바라는 소장의 모습도 아니다. 이 사례를 계기로 관리소장은 살아남는 처세술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춰 관리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김 소장이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 활동하면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편집에 대한 고민이 크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 책으로 간단한 영상 편집을 배워 콘텐츠 중심의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과거에 올린 영상의 편집상태가 지루해보이기 시작했다.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편집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제작 시간도 길어져 만지지 않은 영상이 쌓여가고 있다. 영상 질에 욕심이 생기면서 자는 시간과 주말을 할애해 편집을 하고 있어 가족들에게도 미안하다.

▶ 앞으로의 계획은.
소장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영상을 계속 제작하겠다. 장기수선충당금과 같이 좀 더 전문성 있는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또 주택관리사나 관리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동기가 부여되는 영상을 찍고 싶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다뤄 구독자들이 좋은 가치관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구독자가 10만명을 넘는다면 일반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반지하 문제 등 포괄적인 공동주택 이슈, 제도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는 영상을 만들려고 한다.

또 지금은 휴대폰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카메라를 사거나 편집을 더 배워 좋은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구독자 수와 관계 없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관리소장 유튜버로서 보람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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