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경계석 및 보도블록 교체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해 손해를 입히고 장기수선계획 조정 절차상 하자로 관할 행정관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로 관리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이원중 부장판사)는 최근 공동주택 위탁관리업체 A사가 인천 부평구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주택관리업자 지위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A사에 2151만1078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2010년 12월 6일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처음으로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한 이후 2~3년마다 계약을 연장, 2017년 11월 17일 또다시 계약기간을 2020년 12월 15일까지로 3년 연장했다. 그러던 중 대표회의는 2018년 5월 16일 정기 대표회의를 앞두고 위탁관리계약 해지 건을 안건으로 추가해 회의 긴급 소집공고를 했고, 그 회의에서 구성원 총 9명 중 8명이 참석하고 그 중 7명이 찬성해 관리계약 해지 건이 가결됐다.

대표회의가 내세운 관리계약 해지사유는 ▲대표회의 임기종료 5일 남겨두고 경계석 등 공사 계약 후 계약금 20% 지불 ▲설계업체의 과도한 물량산출 및 경계석 수치산정 오류 ▲장기수선계획 조정 하자로 시정명령 ▲관리부실로 2회 과태료 및 시정명령 처분 등이다.

A사는 “대표회의 소집 시 5일 전 소집통지를 하지 않았고 회의에서 관리소장의 해당 문제에 대한 발언권 요청을 묵살했으며 대표회의 감사가 의결 재심의 신청을 했음에도 재심의를 진행하지 않았으므로 관리계약 해지에 관해 한 의결은 무효이고 상당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최고하는 절차 없이 곧바로 해지했다”며 “대표회의가 주장하는 계약 해지사유는 관리계약에서 정하는 해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 측 감사 D씨가 대표회의에 의결에 관해 재심의를 요청하고 피고 대표회의가 2018년 7월 11일 관리계약 해지의 건에 관해 다시 의결한 뒤 그 결과를 감사 D씨에게 통보한 이상, 의결에 원고 A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더라도 피고 대표회의의 재심의 의결에 따라 위와 같은 하자는 치유됐다고 봐야 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이 아파트 관리계약에 의하면 계약을 해지하고자 할 경우에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및 계약해지 30일 전까지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그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며 “대표회의가 관리계약 해지통보 전 A사에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최고했거나 대표회의 의결 및 계약해지 30일 전까지 해지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이 사건 관리계약 해지에는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표회의가 주장하는 관리계약 해지사유에 대해 “경계석 및 보도블록 교체공사는 이 아파트 장기수선계획상 2017년 시행하게 돼 있고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하면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주요시설을 교체·보수하지 않은 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는 점, 민원으로 인해 부평구청장으로부터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준수 통보를 받는 등의 이유로 교체공사의 입찰공고 등 일정이 원래 예정보다 다소 지체된 것으로 보이는 점, 교체공사의 입찰공고부터 계약체결까지 모두 피고 대표회의의 의결을 통해 이뤄진 점 등으로 미뤄 원고 A사는 대표회의 의결에 따라 이를 집행한 것으로 의결에 따른 책임을 원고 A사에 물을 수 없고 A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을 불이행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피고 대표회의가 2017년 8월 11일부터 16일까지 2015년 5월에 작성된 장기수선계획의 조정을 위해 입주민들로부터 798세대, 54.3%의 과반수 서면동의를 받으면서 일부 공사의 예정시기 및 공사금액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피고 대표회의가 부평구청장으로부터 2017년 12월 12일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 A사는 시정명령을 받은 뒤 2017년 12월 13일 피고 대표회의로 하여금 시정명령 사항을 보완해 재공고하도록 했고 2017년 12월 15일 755세대, 51.36%의 과반수 동의를 받아 하자를 치유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부평구청장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원고 A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을 불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 사건 관리계약 해지는 적법한 해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각 해지사유 역시 위·수탁 관리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해지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해지사유로 삼을 수 없다”며 “원고 A사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피고 대표회의의 계약 해지는 부적법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책임 및 범위에 대해서는 “이 아파트 위·수탁 관리계약에 의하면 계약만료 이전에 일방적으로 해지할 경우 위·수탁수수료 지급액 기준 잔여 계약기간 합계액의 2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하므로, 피고 대표회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 A사에 위·수탁 관리계약 잔여기간인 2018년 7월 1일부터 2020년 12월 15일까지 위탁수수료의 2배인 4302만2156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다만 민법상 위임계약은 본질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어 상대방이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이 아파트 관리계약에서 정한 4302만2156원의 손해배상 예정액은 과다하므로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50%로 제한, 위·수탁 관리계약 기간 동안의 위탁수수료에 상당하는 2151만1078원으로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원고 A사는 피고 대표회의에 관리직원의 실직수당의 지급을 구하나, 관리직원의 실직수당은 일방적 해지로 인해 실제 관리직원의 실직수당이 발생한 경우 통상임금의 1개월분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자가 배상하기로 한 규정이라고 해석해야 하므로 원고 A사가 관리직원의 실직수당을 지급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 A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표회의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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