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확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여름철 무더위로 아파트 단지 내 지하 변전실에 화재가 발생해 공사대금을 확정하지 않은 채 전기복구공사를 하게 됐다면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사업체와의 긴급공사 합의에 따라 공사대금을 실비 정산해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이유형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시흥시 A아파트 변전기 교체공사를 수행한 B사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사에 3억760만3000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7년 7월 A아파트 지하 변전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대표회의는 화재로 소실된 저압배전반을 철거하고 임시로 저압배전반을 설치해 전기를 일단 사용할 수 있도록 복구한 다음 변전기를 새로 설치하기로 하고, B사와 공사수량, 공사대금 등을 확정하지 않은 채 변전기 교체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대표회의와 B사는 근로자재해공제, 영업배상책임공제 등의 가입을 위해 공사대금을 5억9668만4000원으로 한 도급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이 계약서에 별도로 ‘본 계약서의 계약금액은 자체 검토 및 행정기관의 검토를 의뢰해 검토 조정된 금액으로 결정한다(기준: 정부품셈, 물가지 준용해 실제가의 87.745% 적용)’고 기재했다.

B사는 2017년 7월 12일부터 같은 달 23일까지 저압배전반 철거 및 임시 전기복구공사를 수행했고 B사와 대표회의는 같은 해 7월 24일 ‘현재까지 진행된 공사비는 실비로 정산하고 이후 공사에 대해서는 공개경쟁입찰을 해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B사는 그 해 8월 31일 대표회의로부터 공사대금 중 1억2000만원을 받았다.

이에 B사는 “인부들을 주야로 동원해 화재로 소실된 저압배전반 철거 및 임시 전기복구공사를 했다”며 “표준품셈(전기정보통신)을 기준으로 산출한 원자재비, 인건비, 전기안전공사비 등이 합계 9억4485만6000원이고 이 사건 공사계약에 의하면 표준품셈을 기준으로 산출한 금액의 87.75%를 적용하기로 했으므로 대표회의는 공사계약의 공사대금 8억2911만114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 B사가 피고 대표회의로부터 공사를 도급받아 2017년 7월 12일부터 같은 달 23일까지 화재로 소실된 저압배전반을 철거하고 임시 저압배전반을 설치한 다음 변압기에 이를 연결하는 케이블 트레이(cable tray)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수행한 사실, 원고 B사와 피고 대표회의가 2017년 7월 24일 ‘현재까지 진행된 공사비는 실비로 정산하고 2017년 7월 24일 이후 공사에 대해서는 공개경쟁입찰을 해 진행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 B사와 피고 대표회의 2017년 7월 24일 공사계약을 합의 해지하고 그 때까지의 공사금액은 영수증 등 증빙자료의 제출이나 감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 B사가 수행한 공사는 2017년 7월경 이 아파트 지하 변전실에 화재가 발생해 화재로 소실된 저압 배전반을 철거하고 임시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복구하는 것으로 당시 여름 무더위로 인한 전력 수요가 많고 공사가 지연될 경우 엘리베이터, 가전제품 등의 사용에 심각한 장애가 지속될 수 있으므로 조기 복구를 위해 단시간에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긴급공사를 강행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며 “원고 B사가 12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다수의 인부들을 동원해 휴일 없이 공사를 수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사는 긴급공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B사가 2017년 7월 12일부터 같은 달 23일까지 실시한 공사의 금액이 4억2760만3000원이고 이에 의하면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B사에 공사대금으로 지급한 1억200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공사대금 3억706만3000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B사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