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서울서부지법 판결

“동배관 전체 철거 후
강관으로 재시공해야“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스프링클러 배관부식 하자에 대해 설계상 과실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와 주목된다.

대전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김성률 부장판사)는 최근 대전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아파트 시행사 B사와 시공사 C사 등 3개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하자보수금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 B사는 원고 대표회의에 68억5548만11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2년 6월 사용승인을 받은 대전시 A아파트는 입주 이후 하자가 발생해 일부 하자보수가 이뤄졌으나 여전히 하자가 남아 대표회의는 총 1328세대 중 1276세대의 손해배상채권을 양도받아 하자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스프링클러 배관 하자는 피고 B사의 설계상 과실에 의한 하자라고 봐야 한다”며 “이 아파트 스프링클러 배관은 99.9% 이상의 구리성분으로 사용승인일 이후 스프링클러 배관에 누수가 발생한 세대는 2014년 9월 23일경까지 총 19세대였다가 하자감정 당시인 2016년 11월경에는 총 125세대로 증가했고 하자감정 이후에도 누수 세대가 계속해서 늘어나 2019년 4월 3일까지 총 240세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배관용 동관은 지속적으로 흐르는 급수, 급탕의 배관으로는 적합하나 물이 정체돼 있는 스프링클러 배관에 사용할 경우 석출물이나 부유물의 침적이 유발되고 침전물의 산성화로 인해 배관 부식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며 “이 아파트에 시공된 동관은 배관의 두께가 가장 얇은 M형 배관으로, 부식 진행 속도를 견디지 못하는 두께가 얇은 M형 동관을 설치한 설계상 잘못이 스프링클러 배관의 누수발생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서울서부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부장판사)도 최근 서울 마포구 D아파트 대표회의가 시행사 E사와 시공사 F사 등 4개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하자보수금 청구의 소에서 “피고 E사는 원고 대표회의에 23억5141만5371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감정인은 D주상복합단지 세대 내부 동관 전체에 전반적으로 동관 내부 부식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동관 내부 부식 불순물 침적과 함께 동관 부식에 의한 내부 측 단면 손실의 상태가 심각해 동관 내부 코팅 등의 보수방법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2015년 41세대에서 스프링클러 누수 하자가 보고된 이후 지속적으로 누수세대가 증가해 2018년 1월경까지 아파트 476세대 중 105세대, 오피스텔 112세대 중 3세대에서 누수가 보고됐고 일부 세대의 경우 보수가 이뤄졌음에도 2~3회 반복적으로 누수가 발생된 것으로 확인, 각 동별 전체에서 불규칙하게 누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스프링클러 배관에 누수가 발생하지 않은 세대의 경우에도 상당한 정도의 부식이 진행됐을 것으로 추인되고 공식 부식의 우려가 없는 스테인리스강 배관으로 재시공하지 않는 이상 비누수세대의 경우에도 추가적으로 내부 부식이 진행돼 핀홀에 의한 누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갱생공법으로 보수를 할 경우 배관 내부에 발생한 산화침전물을 제거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발생한 부식을 복구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갱생공법에 따른 연마과정에서 부식으로 얇아져 있는 상태인 이 아파트 스프링클러 배관의 내구성은 더욱 약화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산하 장정훈 변호사는 “법원은 기존의 대다수 판결에서 스프링클러 배관 하자가 시공상 과실에서 기인한 것이라고만 판단했으나, 이번 판결들은 스프링클러 배관 하자가 시공상 과실뿐만 아니라 설계상 과실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스프링클러 배관 하자는 스프링클러 배관을 부식이 잘 되는 동배관으로 설계한 과실과 배관 설치 당시 이물질을 유입시킨 시공상 과실이 중첩돼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판결은 관 갱생공법이 스프링클러 배관의 하자보수방법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명시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스프링클러 배관은 입주민의 신체,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설비인 만큼 근본적인 보수방법을 적용해 하자보수비를 산정해야만 하므로 적정한 보수방법으로 검증되지 않은 관 갱생공법이 아닌 동배관 전체 철거 후 강관 재시공 방법을 인정한 법원의 판단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D아파트의 시행사 E사는 이번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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