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판결···"관계법령 정의 및 해석상 혼선의 소지가 있다"

돌음계단에 계단참 설치 명확한 규정 없어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신축공사 과정에서 피난계단, 주민운동시설 방화구획, 외부 유리난간에 대해 부실하게 설계도면을 작성했다며 지자체장이 설계도면 수행업체들에 벌점을 부과했으나 피난계단으로 돌음계단을 설치한 것에 관계법령 정의 및 해석상 혼선의 소지가 있다며 법원이 전체 벌점부과를 취소했다.

대전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오천석 부장판사)는 최근 아파트 신축공사 설계용역을 공동 수행한 A·B·C·D사와 각 회사별로 용역에 참여한 기술자 E씨와 F·G·H사가 대전 유성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벌점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 구청장이 2018년 4월 11일과 5월 8일 각 원고들에 내린 벌점부과처분을 취소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전 유성구 I아파트 신축공사는 2011년 12월 23일 착공해 2014년 6월 27일 사용승인됐다. 이후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등은 방화문 등 부적정 시공사항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이뤄진 특정감사에서 대전 유성구는 ▲건축법 시행령 위반해 (특별)피난계단 돌음계단으로 설계 ▲다목적체육관 층별·용도별 방화구획 위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위반해 유리난간 설계(상세도면 작성 미흡) 등을 이유로 구 건설기술관리법(2013년 5. 22. 법률 제11794호 건설기술진흥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부실항목별 벌점 7점을 업체 지분비율로 나눠 2018년 4월 11일 A·B·C·D·F·G·H사에, 같은 해 5월 8일 E씨에 부과했다.

그러자 A사 등은 대전 유성구의 벌점 처분사유에 이유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사 등이 내세운 이유로는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에 따라 계단참을 설치한 것일 뿐 건축법 시행령 위반해 돌음계단을 설계한 것이 아니므로 설계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아 부실공사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음 ▲아파트 다목적체육관의 경우 건축법 시행령상 운동시설에 대한 방화구획 설치 예외 규정 따름 ▲입찰안내서에 강화유리 난간의 개념에 대해 상세히 규정돼 있어 축약적으로 설계도서에 ‘강화유리 난간’이라고만 표현 등이다.

재판부는 피난계단 설계 부분에 관해 “관계법령·유권해석상 돌음계단에 관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결과 실제로 원고들의 이 사건 설계와 비슷한 시기에 신축된 여러 관공서 건물 등에서 이 아파트와 같은 형태의 피난계단이 설계·시공되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원고들이 피난계단 설계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파트 다목적체육관에 대해서는 구 주택법(2016. 1. 19. 법률 제138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상 주민운동시설 등은 주택단지 입주자 등의 생활복리를 위한 복리시설로 봐야 하므로 건축법 시행령에 규정된 운동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층간 방화구획 설계 누락으로 인정했다.

또한 유리난간 상세도면의 작성에 관해서도 “이 사건 유리난간은 45㎏의 추가 75cm 높이에서 낙하하는 충격량에 관통되지 않고 파손되는 경우에도 비산되지 않은 안전유리로 설치돼야 하는데 원고들이 작성한 설계도서 중 유리난간 부분에는 ‘강화유리난간’이라고만 기재돼 있을 뿐, 강화유리난간의 자재, 두께, 구조 등 세부 사항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입찰안내서에 단지 외부에 설치되는 안전난간에 대해 기재돼 있다고 해서 원고들이 설계도면을 축약적으로 작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리난간에 대한 상세도면의 작성을 미흡하게 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성구청장이 벌점정책에 관한 재량을 행사해 A씨 등에 부과할 벌점을 총 7점으로 결정하는 기초가 된 사유 가운데 구 건축법 시행령 제35조를 위반해 피난계단을 설계했다는 것이 인정되지 않는 점을 근거로 유성구청장이 내린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경우 법원으로서는 재량권의 일탈 여부만 판단할 수 있을 뿐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에 관해 판단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그 전부를 취소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전 유성구청장은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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