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75%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안고 있는 문제는 다양하다.

그중에서 아파트 입주자단체들이 개선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것이 ‘동대표 중임제한 철폐’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동대표의 임기를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했고, 같은 법 시행령으로 ‘동별 대표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한 번만 중임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보궐선거로 선출된 동대표의 임기가 6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임기의 횟수에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이 법 규정은 동대표들의 비리 방지를 명분으로 2010년 7월 6일 구 주택법 시행령에 신설, 수정·보완되며 이어졌다. 또 예외적으로 500세대 미만 공동주택의 경우 몇 가지 조건하에 완화규정이 추가됐다.

‘한 번만 중임할 수 있다’는 시행령의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2016년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이었다. 이 헌소 제기에 대해 지난해 연말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기각 결정을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내렸다. 위헌성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현장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동대표들은 아파트 운영의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다. 책임이 막중하다. 그렇지만 이들은 무보수 봉사직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불신을 사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아파트 입주자단체들은 식견이 있는 이들이 동대표로 나서려 하지 않아 대표회의 구성이 어려운 현실이라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전문적이고 열정적인 입주민들의 피선거권이 제한된다는 반론도 폈다. 대표회의의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아파트의 주요 집행 안건들을 상정도 못 한다는 얘기도 했다.

공동주택 관리 분야의 뜨거운 감자인 ‘동대표 중임제한 완화’ 문제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에 국토교통부가 이를 개선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중임제한으로 동대표 선출이 어려워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이 안 되거나 의결정족수에 미달하게 돼 정상적 운영이 곤란한 경우를 대비해 5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 단지에 제한적으로 완화하고 있는 중임제한을 모든 공동주택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해야 하는 모든 공동주택에서 동대표 선출 시 2회의 선출공고에도 동대표의 후보자가 없는 선거구의 경우에는 동대표를 중임한 사람도 선출공고를 거쳐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의 3분의 2 찬성으로 다시 동대표로 선출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을 본 입주자대표 단체들은 ‘중임철폐’가 아니라 아쉽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반색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주택관리사는 “갑질하는 직업적 동대표를 없애려고 만든 법인데 슬금슬금 해제하려는 것이냐”고 걱정이다.

그동안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의한 통제보다는 최소한의 통제와 사적자치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많았다. 또한 공동주택 관리 선진화를 위해서는 동대표의 의식과 능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당국은 이런 부분에 정책 역량을 더 강화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의결·관리주체들의 법정단체화 등을 통한 균형발전에도 성과가 있었으면 싶다. 상식적이고 건설적인 견제와 균형 속에서 공동주택 관리 분야가 더욱 발전할 것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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