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선 경비원 등이 대량해고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다.

대체로 최저임금에 맞춰 급여를 받는 경비원들이기에 ‘역대급 인상’은 걱정도 역대급으로 키웠다. 근로자 입장에서 볼 때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의 최저임금 인상은 환영할 일지만 고용불안의 그림자를 떨치지 못 했다.

정책 당국의 인식도 이와 비슷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일자리 대책을 언급하며 발생할지도 모르는 혼란을 줄일 것을 주문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말부터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경비원 등 인력 감축 목소리가 높아졌고, 선제적으로 경비 인력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하는 아파트도 있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최근 서울시의 현황 조사 결과 아직 대규모 해고 징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1월 22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약 한 달간 서울시내 전체 4256개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서울시는 최저임금 인상 전과 후를 비교해 봤을 때 171개 단지에서 305명이 감소됐을 뿐 대량해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경비노동자의 1%를 약간 웃도는 수치다. 개별 단지 당 감소인원은 7.46명에서 7.37명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단지 당 0.09명 감소한 셈이다.

서울시에 한정한 조사이긴 하지만 다행스런 지표다. 최저임금 인상 뒤 경비원들의 근로환경은 많이 나아졌다. 평균 월급이 13만5000원 증가했고, 하루 근무시간은 28분 줄었다. 하지만 경비원 10명 가운데 9명은 24시간 격일 근무를 하고 있어 고령자가 대부분인 경비원들의 근무형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고 단지에 대한 심층 사례조사를 진행하고, 이들 결과를 종합해 경비노동자의 근무시스템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대량해고가 없었던 이유로 근무시간 조정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를 가동한 것이 큰 효과를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근로복지공단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서울 공동주택 단지의 67%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경비원 대량해고 발생이 없던 것이 일자리 안정자금 덕분이었다면 걱정이 줄어들지 않는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통해 ‘대량해고’를 막은 정책 당국의 공은 인정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을 앞으로 계속 이런 식으로 보전할 것인지 걱정이 들어서다. 지금도 버거운데 정부는 언제까지 이 같은 지원을 해줄 수 있을까. 앞으로 계속될 인상에 정부의 지원에만 기대도 될까. 걱정이 꼬리를 문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상당수가 고령이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점을 물으면 상당수가 고용불안을 꼽는다. 노동자들에게 있어 임금 인상이란 일에 더욱 진력할 수 있는 주요한 동력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이들에게 더 중요한 건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는 일이다. 이들에게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급여인상보다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더 필요하다.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 고용불안이 없는 상생의 공동체. 공동주택 관리의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더 고민해야 하겠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쉽지 않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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