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공동주택 관리업체 입찰담합 발표에 관리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공동주택 위탁관리업계 주요 업체들이 망라됐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 기간 중 서울, 경기, 충남 소재 5개 아파트 단지에서 실시된 공동주택 관리업체 선정 입찰에서 7개 사업자들이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합의하고 실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법 위반 행위 금지 7개사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4개사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를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인해 국민들의 주거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공동주택 위탁 관리업체 선정 입찰에서의 담합 행위를 엄중 제재한 것으로, 향후 공동주택 관련 입찰에서의 경쟁 질서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공정위는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없다고 밝혔다. 아파트 단지에서 사전에 입찰가격을 ‘1㎡당 1원’으로 설정한 ‘최저가 낙찰제’였기 때문에 담합을 통해 입찰가격을 높일 수 없어 부당이익금이 나올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입찰계약 금액에 비례해 입찰 담합으로 인한 이익이 100만원 이하일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이들 업체에 과징금 부과를 하지 않기로 했다.

‘부당이득분도 없고 계약금액이 적다보니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준에 못 미쳤다’는 공정위의 설명은 얼마나 공동주택 위탁관리업계의 현실이 열악한지 반증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평소 공정위의 카르텔 관련 과징금 부과 행태를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매우 예외적인 사례라는 반응이다. 공정위는 담합을 통해 부당하게 챙길 이익은 없었지만, 신규 경쟁자를 배제하면서 아파트 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담합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설명이다.

공정한 경쟁은 필요하다. 부당한 담합으로 신규 진입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 그렇지만 잘못된 제도를 그대로 놔두고 경쟁만 강조하다보면 그리스 신화의 악당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침대에 맞게 사람을 늘리거나 자르는 흉기가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제1조에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공정한 정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번 ‘입찰담합의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문제의 발단에 최저낙찰제를 유도하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 있다. 이후 부분 개정 했다지만, 잘못된 제도를 방치하는 것은 ‘공정한 처사’가 아니다.

지금처럼 500개 가까운 중소업체가 난립한 상태에서 이들에게 단순히 경쟁만 강요한다면 편법에 눈돌리고 과당경쟁으로 치닫게 돼 관리의 질적 향상은 요원할 뿐이다. 관리업계의 산업적 발전은 언감생심이다.

우리 국민 다수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관리를 주먹구구식 제도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선진화된 관리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비가 꼭 필요하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우수한 관리업체를 양성하는 토대를 만드는 것은 정책 당국의 몫이다. 현재와 같은 실질적인 최저낙찰제의 형태와, 낮은 위탁관리수수료 상태에서는 아무리 ‘첨단 관리기법’을 도입해도 회사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 지금의 제도로는 관리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하고 이에 대한 피해는 관리의 소비자인 입주민들, 대다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전문가의 지적에 당국은 귀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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