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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 칼럼] 아파트 36억원 공사에 ‘설계·감리비 1원’이라니···
승인 2018.02.02 12:27|(1183호)
중앙대학교 부동산관리투자전략최고경영자과정 곽도 교수

지난해 12월 TV뉴스와 신문보도 등에 겨울철 배관공사로 아파트에 온수와 난방이 공급되지 않아 아파트 안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모습이 나왔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노약자들은 추위를 견디지 못해 딸과 아들집으로 임시로 피난(?) 간 분들도 많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주민들은 두꺼운 옷과 두꺼운 이불을 껴안고 3개월간 추위와 싸워야 했다. 평생 처음 인재(人災)로 인한 추위 때문에 고생을 했고 인근 병원은 감기 환자로 만원을 이뤘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겨울 경기도 모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급수, 온수, 난방 배관교체 공사를 위해 지자체 보조금 5억원을 포함해 총 공사비 36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배관교체공사를 엄동설한 겨울에 했기 때문이다.

동대표 회장과 임원의 임기가 지난해 말까지여서 임기 내 공사를 끝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배관교체를 위한 설계와 감리업체를 최저가인 1원짜리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1원짜리 설계·감리업체와 계약을 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 입주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소문에 의하면 1원짜리 업체를 적극 지지한 몇몇 동대표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계약을 했다고 한다. 최저가 입찰에서 1원짜리 낙찰업체와 계약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겉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배제했어야 했다. 개인이 36억원 공사를 발주한다고 가정할 때 설계·감리비 1원짜리 부실업체와 계약을 하겠는가?

가령 설계·감리회사가 본전을 챙기기 위해 시공사의 잘못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뒷돈을 요구할 경우 이를 어떻게 막을 수가 있겠는가? 만약 뒷돈을 준다면 이 돈은 누구의 돈인가? 시공 회사가 피해를 보면서 자기들의 돈을 주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처럼 부실한 1원짜리 설계 때문에 계약 후 최종 설계가 나오기까지 7개월이나 걸렸다. 설계가 부실해 보완에 보완을 거듭하느라 이렇게 시간이 늦었다고 한다. 

당초 대표회의가 주민에게 약속한 완공 날짜는 지난해 11월 15일이였는데 시공사가 낙찰을 받고 난 후 실제공사는 11월 15일로 해 줄 테니 계약서에는 한 달 후인 12월 15일로 해달라고 해서 한 달을 늦춰 줬다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배관공사 심장부인 기계실의 전기설계 도면 없이 공사발주를 한 것이다. 7개월간 설계서를 검토하면서 기계실 전기설계도면이 없는 것을 몰랐는지 알고도 보완지시를 하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 상세도면 없이 견적은 어떻게 받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대표회의 소위원회에서는 자기들이 공사 진행을 전담할 테니 전문가인 관리소장과 기술과장은 관여하지도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 후 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하면서 설계변경을 해야 한다면서 1억원 추가 공사비를 요구해와 대표회의와 시공사가 40여일 싸우다 결국 시공사가 요구한 금액 전액을 주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겨울공사를 강행하면서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자 입주민들은 생각도 못한 순간온수기를 비싼 돈으로 빌려야 했고,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난방 기구를 구입하기도 했다.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오자 폭탄 전기요금 고지서까지 받았다. 여기에다 지역난방은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열 난방 기본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해 주민들에게 또 부담을 안겼다.

추운 날씨에 야간공사까지 급하게 하다 보니 부실공사로 여러 세대에서 누수가 되고 있어 보완공사가 한창이다. 분통이 터질 일들이 몇 개월간 이어졌다.

1원짜리 설계·감리업체를 선택한 입주자대표회의 때문에 선량한 입주민이 입은 피해는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까. 이러한 사태를 보면서 아직도 아파트 관리의 선진화가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오늘의 대한민국 공동주택 관리의 현실이라 생각하니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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