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임(重任).
직위에 거듭 임명됨을 말한다. 임기가 끝나거나 임기 중에 같은 직위에 다시 임명되는 것을 가리킨다. 예로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게 ‘대통령 중임’이다.

최근 들어 이와 관련한 개헌 얘기가 세간을 달구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유세 때 각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을 주장하고, 찬성했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이때 함께 하자느니 다음에 따로 하자느니 설전이 뜨겁다.

개헌 쟁점 중의 하나가 ‘대통령 임기 문제’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하고, 중임할 수 없도록 하며,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도록 했다. 한 번 대통령에서 물러나면 영원히 다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 제한을 풀어 한 번의 중임을 허용하는 개헌을 하자는 얘기가 ‘대통령 중임 개헌’ 주장이다.

중임 제한의 역사는 정부 수립 이후 계속된 쟁점이다. 초대대통령에 한해 두 번까지만 허용하고 세 번을 금지하는 중임 제한조항을 없애 개헌안을 관철하고자 했던 게 ‘사사오입 개헌’이다. 3공화국의 중임 제한을 철폐한 게 ‘유신헌법 개헌’이다. 그리고 정착된 게 현재의 ‘단임제’다. 지금의 헌법은 ‘5년 단임제’로 규정하고 있다. 두 번은 못 하게 만들었다. 우리 헌정사는 이렇게 ‘중임’과 뗄레야 뗄 수 없다. 앞으로 이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이 중임 제한 문제는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동대표가 봉사를 더 하고 싶어도, 입주민들이 원한다고 해도 동대표를 계속 할 수는 없다. 동대표의 임기를 2년에 중임까지만 허용하도록 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동대표의 임기를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했고, 같은 법 시행령으로 ‘동별 대표자의 임기는 2년(보궐선거로 선출된 동별 대표자의 임기는 전임자의 남은 기간을 임기로 함)으로 하되, 한 번만 중임할 수 있으며 임기가 6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임기의 횟수에 포함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했다. 이 법규정은 일부 직업적인 동대표, 비리를 저지르는 동대표들의 비리 방지를 명분으로 2010년 7월 6일 구 주택법 시행령에 신설, 지금까지 이어졌다. 예외적으로 500세대 미만 공동주택의 경우 몇 가지 조건하에 완화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개별 단지들에선 이 예외 규정이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문제를 놓고 그동안 정상적이고 열정적인 입주민들의 피선거권이 제한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곳에 따라서는 입주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이 소수에 그쳐 대표회의를 구성치 못한다는 사례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동대표들의 비리가 언론을 통해 침소봉대돼 봉사자들을 움츠리게 하기도 했다.

‘한 번만 중임할 수 있다’는 시행령의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2016년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연말 이 헌소 제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이 법령이 결사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법률유보원칙 등 위배되지 않는다”며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기각’ 결정을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내렸다.

일단 ‘중임 제한’의 위헌성 문제는 일단락됐다. 그렇지만 현장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정책 당국은 현장의 문제를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입주민들의 뜻이 반영되고,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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