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영국 런던의 고층아파트에서 가슴 아픈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24층짜리 주거용 건물을 삽시간에 불기둥으로 만든 이번 화재는 ‘인재’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124가구가 사는 건물이지만 초기 화재 진압과 대피에 필수적인 스프링클러 설비가 없었다. 경보설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게다가 2013년부터 화재위험에 대해 주민들이 호소했지만 당국이 경고를 묵살하는 등 이 모든 게 얽힌 전형적인 인재라는 비판이다. 현행법상 높이 30m 이상 주거용 고층 건물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법 시행 전 지어진 건물들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강제되지 않은 탓이다. 이번 화재는 외벽 전체가 쉽게 불이 붙으면서 화재를 확산시키는 구실을 했다. 전문가들은 아래에서 위로 불이 급속히 올라가는 과정에서 외벽 전체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목격자는 이 큰 건물이 “성냥개비 같았다”고 표현했다. 영국의 일반적 화재 안전행동 요령인 “가만히 있으라(stay put)”도 논란이 되고 있다. 화재 시 행동요령이 제대로 공지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고층아파트는 화재에 안전할까.

40여년 전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가슴 아픈 참사가 있었다. 1971년의 대연각호텔 화재는 호텔 화재 사상 세계최악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아직도 갖고 있다. 2층에서 일어난 LP가스 폭발로 21층 건물이 전소된 사건으로 사망자만 163명에 이르렀다.

최근의 사건으로, 2010년 10월 부산 우신골든스위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우리에게 고층 및 초고층건물의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38층 건물의 4층에서 시작된 불은 이 사건에서도 ‘굴뚝효과’로 인해 순식간에 꼭대기 층까지 번졌다. 인명피해는 부상 5명에 그쳤지만 시사한 바가 컸다. 불이 난 뒤에 확인해 본 결과 화재 발생 현장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불법적 공간 개조 및 부실한 소방점검 실태가 드러났다. 이 사건 후 초고층재난관리법이 제정됐다. 이후 또 다른 화재 사건을 거치면서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 강화, 외벽 불연화, 피난안전구역·피난용승강기 설치 등 소방법과 건축법이 차례로 개정됐다.

그렇지만 지난 2월 경기 화성시 메타폴리스 상가건물 화재에서 보았듯이 법령이 정비됐어도 화재경보기 및 스프링클러 미작동, 피난·대피장소 안내 부족 등으로 인해 초기진화가 지연되고 인명피해가 확대되는 일이 일어났다.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 구조 특성상 대형화재 발생 시 화재 확산속도가 빠르다. 대피와 화재진압에 어려움이 많아 피해 발생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렇기에 평상시 화재대비와 초기진압이 매우 중요하다. 초기진압에 가장 중요한 소화기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는 아파트가 많다. 화재경보기,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고장난 채로 방치하거나, 관리주체가 대표회의의 지시 또는 오작동 등에 대한 입주민 불만 제기에 따라 소방안전시설의 작동을 임의로 정지시켜 놓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주의해야 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형 화재 사건을 사고 후 살펴보면, 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아 피해가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소방안전의식 미흡과 안전불감증이 관리부실과 그로 인한 피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잊고 또 잊는다.

정말 걱정되고 무서운 것은 남의 일처럼 느끼는 ‘안전 불감증’이다. 이번 참사를 보고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똑같은 일이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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