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희
울산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원

 

일반적으로 우리는 ‘커뮤니티를 디자인 한다’라고 떠올려보면, 공간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공간적 문제해결이라는 관점에서 꼭 커뮤니티 디자인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주민이 참여하는 디자인은 디자인의 질을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다. 물론 디자인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이룬다면 주민이 참여하지 않은 디자인보다 더 좋을 것이다.

따라서 커뮤니티 디자인은 공간변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초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디자인의 중심은 사람이며, 사람과 사람이 어떠한 관계를 맺을 것인지, 사람이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되는지, 사람이 어떠한 일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임대아파트 단지는 주민들의 주인의식이 분양아파트 단지에 비에 떨어진다. 또 주변 환경도 열악한 편이다. 이러한 곳에서는 커뮤니티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삶의 질을 높여 줄 가능성이 여타지역보다 크다. 사교육비를 낼 여력이 없는 부모들이 공동으로 공부방을 운영하기도 하고, 많은 돈을 들여 좋은 나무와 벤치를 갖다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작은 꽃밭 길 같은 것을 가꾸면 동네 분위기가 좋아지고 관심도도 높아지기도 한다. 특히 영구임대주택단지의 경우는 홀몸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이웃간의 보살핌도 서로간에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임대아파트 단지에서의 공동체 함양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기 때문에 주민들간의 세력다툼도 심하고 자신의 마을과 마을 사람들에 대해 패배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임대아파트 단지의 커뮤니티는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이 모여서 우리 단지를 위해 일을 하자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고 동조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아무 일도 없는 상황에서 모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공동의 관심사 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면서 그 성과가 눈에 보이면서 체험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적절할 것이다.

좋은 사례는 임대아파트 단지 안에 만들어진 ‘한 평 공원’이다. 이 공원은 2006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복지관과 붙어 있는 어린이 놀이터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놀이기구를 철거하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바자회와 복지관의 장애청소년들의 풍물공연도 했다. 아이들과 주민들이 한 평 공원 파고라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는 작업과 나무심기를 함께 했다. 이러한 참여를 통해서 이곳이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고 우리의 공간, 밝은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따라서 이웃 입주민들과 대화하고 정보를 나누며 입주민간의 정을 느낄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는 커뮤니티 디자인을 했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커뮤니티 디자인이 한 곳의 디자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곳에서 공동체가 활성화되도록 다른 일들을 해 낼 수 있게 확장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커뮤니티 디자인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단지의 맥락을 잘 파악해서 적재적소에 적용돼야 할 것이다. 그냥 공간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참여와 지역 활동 등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적으로 지속적 과제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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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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