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한 달간, ‘공동주택 관리비리 신고센터’ 운영 결과 96건의 신고가 접수될 만큼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공동주택 관리 실태가 집중 조명되고,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질책도 쏟아진다. 연일 보도되는 공동주택 관리 문제와 이에 대한 의견을 접할 때마다 일부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도 해보지만, 오해가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닌가 싶어 가슴이 저리다.

공동주택 관리를 생각할 때마다, 온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정책 수립과 실현을 꿈꾼다. 제도상에서 이루고자 하는 공동주택 관리의 방향도 그러한 꿈을 담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공동주택 관리의 제반 사항을 결정,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제도에서 담아내고자 한 이상이 현실에서는 잘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원을 채우지 못하고 운영되는 공동주택이 제법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민신문고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용역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문의하는 내용이 많다. 제도상에서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과 활동’은 이상적인 주택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요건’으로 설정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충족되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상을 담고 있는 제도, 그와 달리 가고 있는 현실. 그 괴리를 마주하자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 아무리 좋은 제도와 정책을 만들었을지라도 국민에게 이롭지 않다면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공동주택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3년 말 70%를 넘어섰다. 대다수의 국민이 살고 있는 공동주택. 그러나 ‘함께 사는 집’이라는 의미의 정겨움과는 다르게, 한 울타리 안에 살면서도 서로를 잘 모른다. ‘이웃집 숟가락도 센다’는 말은 이미 옛 말이다. 같은 지붕아래 살면서 옆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다가 이웃집 문 여는 소리에 슬며시 내 집 문을 닫는 일도 있음을 듣는다. 이러한 ‘무관심’이 정부가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다.

정부는 항상 공동주택 관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보다 투명하고 안전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까. 적기에 보수가 이뤄져 입주민들이 최소의 비용으로 오랫동안 쾌적하게 거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여 다툼이 있을 땐 원만히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공동주택 관리에 궁금한 것이 많은 입주민과 현장의 관리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새로 만들어질 ‘공동주택관리법(안)’에는 정부의 이런 고민을 담아보려 했다. 이 제도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 제도가 운용되고 정착되는 과정은, 공동주택의 주인인 입주민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올바른 공동주택 관리 문화를 조성해나가기 위해서 정부와 입주민이 하나가 돼야 한다. 가슴을 활짝 열고 온 국민이 ‘안전’한 곳에서 ‘안심’하고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는 맡겨진 소임을 다하고 입주민, 즉 국민은 관심과 참여를 통해 모두가 바라는 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공동주택은 말 그대로 공동(共同)의 주택이다. ‘우리’가 함께 잘 살기 위해서, ‘우리의 문제’에 대해 함께 노력한다면, 우레와 같은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을 그 날이 반드시 오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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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호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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