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한국의 승강기 시장을 집어삼킨 해외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시장을 대표하는 다국적 기업인 오티스, 티센크루프, 미쓰비시, 쉰들러 등은 중국 등지에 현지공장을 설립하고 대부분의 부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형태로 기업 경영체질을 바꿨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부품 구매정책은 가장 경쟁력 있는 해외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 현장으로 바로 배송하는 것이 이윤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수십 개에 이르는 주요부품을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이곳 저곳에서 들여오다보니 충분한 운행 테스트도 거치지 못한 채 그대로 설치되고 있어 문제다. 더구나 해외공장에서 부품을 들여오다 보니 납기일이 늦어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발주처에서 제시한 계약조건도 곧잘 무시된다. 다국적 기업들 대부분이 국내의 아파트나 건축물 환경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적용하고 있는 자체기준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발주처로부터 계속되는 준공압력 때문에 승강기 설치를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건물 준공 이후 발생하는 잦은 고장과 사고, 안전상 심각한 문제로 인해 법적 다툼까지 가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승강기는 자동차나 배처럼 공장에서 완제품이 출고되는 기계장치가 아니다. 수천 개의 부품들을 건물 승강로에 설치하기 때문에 공장에서 부품 출하 전에 반드시 조립해 보고 품질점검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각각의 부품 공장에서 직접 현장으로 부품이 발송되는 등 품질 검사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승객이 이용해 사고가 발생해야 그 문제가 밝혀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승강기 고장이나 불량 등으로 사고는 지난 2012년 1만2521건, 2013년 1만3623건, 지난해 1만5128건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잦은 고장은 기업들의 부품공급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처럼 검증절차 없이 중국 또는 동남아에서 들여온 부품들을 공사기간에 맞춰 다급하게 건물에 그대로 설치하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고장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건물주와 이용자가 떠안아야 한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승강기를 설계할 때부터 조립하고 설치하는 전 과정을 꼼꼼히 살피고 지적할 수 있는 승강기 컨설팅이나 감리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 대부분이 이를 회피하고 있다. 고객에게 불편한 진실이 공개돼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승강기는 건축에 있어 지극히 전문적인 영역이다. 자동차보다 많은 3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고, 한 대 가격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호가한다.

따라서 건물주는 승강기를 설치함에 있어 해당 시공사에만 전적으로 맡겨놓기 보다는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시각을 가진 승강기 전문가를 통해 컨설팅이나 감리를 받아 볼 것을 제안한다. 과도하게 부풀려진 공사비를 적정수준으로 재평가할 수 있고, 잦은 고장으로 인한 각종 피해, 스트레스, 사고불안감 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엘리베이터협회
박응구 기술위원장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