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멈추고, 솟구치고, 역주행 하는 승강기로 인해 이용자는 불안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책은 없는지 짚어보자.

대한민국은 승강기 밀도가 높은 나라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을 포함해 53만대(‘15년 3월 기준)가 넘는다. 우리나라 전체 승강기 운행대수로는 세계 9위고, 지난해 신규 설치대수는 3만6천여대로 중국, 인도 다음으로 많다. 인구 100명당 1대 정도 승강기를 보유한 셈이다.

시장규모도 승강기 제조와 설치, 유지보수 등을 포함해 약 3조원에 달한다. 88올림픽을 전후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고층건물을 축조하기 시작했고, 승강기 설치도 동반 상승했다.

그 당시에는 건물주가 제조사에게 사정사정해 승강기를 구매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90년대 IMF 이후로 승강기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당시 승강기를 만들던 대기업들은 주력분야를 살리거나 접기 위해 승강기 사업 분야를 다국적 기업들에게 팔아야 했다. 당장 현금으로 돌릴 수 있는 우량 계열사 매각만이 살길이었다.

이렇게 해서 오티스(미국)와 티센크루프(독일), 미쓰비시(일본), 쉰들러(스위스), 코네(핀란드) 등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LG산전과 동양엘리베이터, 중앙엘리베이터 등 알짜배기 국내 승강기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서 손쉽게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 국내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른 다국적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부품생산 거점을 옮기고 기술 인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승강기 제작시 더 이상 제품단가가 비싸고 기술측면에서도 어정쩡했던 국산제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의 창원 L사의 승강기 공장이 문을 닫았고 수백 개의 외주업체들도 볼링 핀처럼 쓰러졌다. 수십 년 동안 정든 회사에서 정리해고 된 직원들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며 관련분야 부품이나 보수회사를 차렸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300개 정도에 불과했던 승강기 기업들은 이제 1000개로 불어났다.

한정된 시장에서 기업들만 늘다 보니 과잉경쟁으로 승강기 보수료는 점점 떨어져 최근에는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든 상태로 전락했다. 중소 부품회사들은 판로가 힘들어져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대기업 도급에 의존해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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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엘리베이터협회
박응구 기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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