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 필요성 대두… 실현 여부 관심 집중

분쟁조정·법령 개선·교육 등 아파트 관리체계 개선 기대
정부·국회 협의, 예산 문제, 공정성 확보 등이 해결 과제

우리나라 아파트 관리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공동주택 관리 지원센터’ 등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연구보고서 등을 통해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그 실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의뢰해 제출 받은 ‘공동주택 관리체계 발전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공동주택 관리 지원센터’ 설치에 대한 내용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또한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중앙대 산학협력단에 맡겨 최근 발표한 ‘21세기 전문화 지향 공동주택 관리 장단기 정책 개선방안’ 보고서도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정책적 개선방안으로 ‘공동주택 관리 지원센터’ 설립을 꼽았다.
아울러 국토부 관계자가 지난 3월 우리관리(주)가 일본의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인 (재)맨션관리센터 관계자를 초청한 간담회에 참석해 맨션관리센터에 관심을 보이며 정보를 교환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따라서 국내에도 일본의 맨션관리센터와 같은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가 설치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 설치가 왜 거론되고 있는지를 비롯해 전담기구의 청사진과 실현 가능성, 추진시 걸림돌은 없는지 등을 살펴봤다.

⊙ 전담기구 설치 왜 거론되나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 설치에 대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파트 관리 관련 전문가들은 논문이나 연구보고서 등을 통해 ‘주택관리청’과 같은 전담기구 설치를 요구해 왔다. 세종대 일반대학원 인택환 씨는 지난 2005년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적 감독을 위해 주택관리청이나 공단 등을 신설해 관리업무의 지도·감독은 물론 교육, 자문 등의 업무를 관장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또 중앙대 곽 도 겸임교수와 한국주거문화연구소 은난순 연구위원도 ‘주택관리사의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을 위한 기초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관리공단이나 관리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 설치가 계속 제기되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아파트 관련 민원 처리나 관리업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공동주택의 증가 추세 속에 입주민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공동주택 관리의 전문성과 효율성 등이 요구되지만 현행 체계로는 한계에 달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주택과 관계자는 “아파트가 급증하고, 입주민들의 민원이 늘고 있는 실정에서 소수의 직원들이 아파트 관련 문제를 담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 설치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경기 의왕시 M아파트 관리소장 등은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는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입주민들도 전담기구 설치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건산연이 지난해 11월 부동산114에 의뢰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아파트 입주민 445명을 대상으로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 설치의 필요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그래프)에 따르면 응답자의 65.8%(293명)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불필요하다’와 ‘잘 모르겠다’는 대답은 각각 15.1%와 19.1%에 불과했다.

⊙ 관리 전담기구 청사진은
건산연과 중앙대 산학협력단이 제시한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의 설립 방식과 분쟁조정, 제도·법령·정책 연구, 교육 등의 역할·기능이 유사하다.
건산연은 용역보고서를 통해 ‘공동주택 관리 지원센터’의 구성 방법과 조직 역할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공동주택 관리 지원센터’는 국토해양부 산하의 재단법인으로 설립토록 하고, 정부를 비롯해 지자체, 전문가단체, 학계, 법조계, 주택관리사와 입주민·주택관리업체 관련 단체, 주택협회 등이 참여하거나 출자토록 했다.
지원센터는 센터장을 포함한 10∼15명의 이사와 감사 1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토록 했고, 조직은 ▲사무국(총괄, 지원사무, 전산망 구축·유지운영 업무) ▲상담부(관리상담 및 지도) ▲교육·연구부(기획·조사·연구·교육) ▲기술지원 및 점검평가부(관리실태 확인 및 평가) ▲위탁업무부(등록 등 위탁업무) ▲분쟁조정부(분쟁조정 관련 업무) 등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또 건산연은 입대의 운영·관리, 관리규약에 관한 상담 및 지도 등 상담부의 역할을 중요하게 봤다. 이는 일본 맨션관리센터의 경우 지난 2007년 상담건수가 9026건에 이른 점을 감안한 것이다.
아울러 중앙대 산학협력단은 가칭 ‘공동주택 관리 지원센터’가 정부를 대신해 공동주택 관리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점을 고려해 정부출연기관 중 비연구출연기관의 설립을 제안했다. 산학협력단이 제시한 지원센터의 조직도 건산연처럼 센터장과 이사회, 감사로 구성을 구상했고, 조직은 △기획조정실(일반사무, 대외협력) △유지관리본부(건물장수명화, 하자보수, 안전진단, 기술장비지원) △운영지도본부(대표회의 업무, 주택관리업무, 주택관리회사, 훈련·지도) △연구조사본부(제도·법령·정책 연구, 관리 매뉴얼 개발, 공동체 프로그램 개발, 외국사례 연구) △커뮤니티본부(커뮤니티 플래너 육성 및 지도, 커뮤니티 보급, 시범단지 육성) △분쟁조정본부(분쟁조정, 현장 감사) 등을 제안했다.

⊙ 전담기구 설치 실현되나
전문가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정부에서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를 설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번에 중앙대 산학협력단의 연구용역에 참여했던 곽 도 겸임교수는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는 설립시기의 문제일 뿐 추진될 것이다.”며 “다만 국토부 담당자들이 최근 교체돼 당장은 지원센터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아파트공동체문화연구소 변영수 공동대표도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는 당장은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설립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전담기구 설립 여부는 정부 실무자와 국회의원들의 의지에 달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관리(주) 주거문화연구소 김정인 책임연구원은 “정부 실무자와 국회의원들이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강력한 의지로 추진해야 전담기구 설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주택과 관계자도 “전담기구의 설치 여부는 국토부 실무자의 의지에 달렸다.”며 “현행 공동주택 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단체나 학계,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이 정부에 전담기구 설립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정부가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 설립을 위해 법률을 제·개정해 국회 제출하기보다 국회의원들이 법률을 입법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 ‘공동주택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설치·운영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도 지난 2007년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법률안이 토대가 돼 의결된 바 있고, 국회의원들이 정부보다는 법률 개정에 좀더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또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국회에 제출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상당수가 관련 단체의 요청에 따른 것이어서 아파트 관련 단체가 국회의원에게 전담기구 설립 관련 법률 제·개정을 요청하면 국회의원이 이를 받아들여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 설립까지 걸림돌은
정부 실무자들이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 설립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이를 추진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걸림돌이 적지 않다.
먼저 정부 관계 부처간 협의가 필수다. 전담기구 설립은 정부조직 개편, 예산 확보와 맞물려 있어 국토부가 행정안전부 및 기획재정부 등의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관련 부처가 전담기구 설립의 필요성에 동의하더라도 정부 정책이나 경제상황 등을 고려, 조기 추진에는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있다.
법무법인 새빌 주규환 변호사는 “정부가 현재 정부조직에 대한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고, 경제상황이나 현 정부의 정책기조 등을 고려하면 관련 부처의 동의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한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등도 변수다. 정부 제출이나 국회의원 입법발의 여부에 관계 없이 의원들이 국회 심사과정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 확보는 쉽지 않은 문제다. 건산연은 ‘공동주택 관리 지원센터’를 내년에 설립한다는 가정 하에 향후 5년간 설립 및 운영에 총 51억3천8백여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향후 직원 정원과 임금 상승률, 사무기구 설치 장소, 설립시기 등에 따라 예상보다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예산 문제는 전담기구 설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정부 및 국회 내부의 의견조율과 예산 문제 등이 해결돼 추진되더라도 전담기구의 공정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이와 관련해 건산연과 중앙대 산학협력단이 제시한 정부와 관련 단체들의 출자방식을 통한 전담기구 설치 여부가 논란거리다.
한 관리업체 관계자는 “관련 단체가 출자하면 지원센터 운영이나 의결에 영향을 미쳐 센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관련 단체는 출자방식보다 전문위원 활동 등의 자문역할로 지원센터의 설립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건산연 엄근용 연구원은 “지원센터가 정부출연기관인 경우 관련 단체들이 출자를 해도 의사결정권 행사에 한계가 있다.”며 “지원센터 공정성을 감안해 관련 단체들의 출자금 비중을 낮추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설립 방식을 떠나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 전문가들은 “전담기구가 상담을 비롯해 분쟁조정, 법령·제도 연구, 교육 등 객관적이고 중립이 요구되는 역할이 많아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설립이 추진된다면 이를 위한 시스템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 추진에 따른 걸림돌은 추후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전담기구 설립은 정부와 국회의원 등이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는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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