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소송 진행 가속도…유사소송 증가할 듯

법 개정 전 사용승인 단지 집건법 적용…청구액 감액 여지 있어
주택법 개정 후 사용승인 받은 공동주택, 위헌 논란 불씨 남아

헌법재판소가 접수된 지 3년을 넘기며 그동안 결정을 미뤄왔던 주택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놓았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31일 오후 2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선고심에서 이날 66건의사건 가운데 주택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에 대한 결정 요지를 가장 먼저 읽었다.
이 소장은 결정 요지문을 통해 “소급 적용토록 한 개정 주택법 부칙 제3조는 위헌이고, 하자기간과 범위 등을 제한한 주택법 제46조 제1항과 제3항에 대한 위헌제청은 각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재는 개정 주택법 소급 적용의 위헌 논란에 대한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위헌 논란의 핵심인 주택법 제46조 제1항과 제3항에 대한 판단은 유보해 위헌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따라서 이번 헌재의 결정이 앞으로 하자소송에 미칠 영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어 헌재 결정과정을 비롯해 이번 결정에 대한 관계자들의 반응, 향후 하자소송 전망 등을 분석해 봤다.

법 개정부터 헌재 결정까지
지난 2005년 5월 26일 개정 주택법이 공포·시행되기 이전에는 공동주택 하자에 대해 주택법과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 따로 규정돼 있었다.
주택법은 하자담보 책임기간을 내력구조부 하자는 5∼10년, 시설공사 하자는 1∼3년으로 정했고, 집합건물법은 민법에 따라 사업주체는 10년간 하자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규정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2004년 1월 “공동주택의 하자보수 책임기간은 10년으로 봐야 한다.”며 집합건물법이 주택법에 우선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이 공동주택의 하자담보 책임기관과 관련해 집합건물법의 조항을 배제해 10년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후 국회는 2005년 5월 4일 여 야 의원들이 제출한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같은 달 26일 개정 주택법을 공포, 시행에 들어갔다.
이같은 주택법 개정에 대해 아파트 입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던 가운데 서울고등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윤재윤 부장판사)는 2005년 7월 13일 경기 고양시 햇빛주공22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하자소송에서 “개정 주택법 제46조 제1항과 제3항, 부칙 제3항은 국민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결정했다.
서울고법이 제청한 주택법 위헌법률심판은 같은 달 26일 헌법재판소에 접수됐고, 헌재는 이때부터 주택법의 위헌 여부 심리에 착수했지만 종국결정 규정일인 180일을 넘겼다. 헌재 결정이 법정 기간을 넘기자 하자소송이 계류된 전국 법원에서는 대부분 소송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법원은 구법을, 일부 법원은 신법을 적용하는 등 하자 판결이 엇갈려 입주민들은 많은 혼란을 겪게 됐다.
이후 주택법 위헌 제청 접수 1년이 다 됐을 무렵인 2006년 6월부터 광주시 금호시영1단지 입주민들을 시작으로 아파트 입주민이나 대표회의, 입주민 대표 단체 등이 지난 4월까지 총 17건(총 22곳 명의)의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해 주택법 위헌법률심판 사건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또한 2006년 9월에는 강원도 속초시 S아파트 김모 입주자대표회장이 사건의 조속한 결정을 요구하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5일간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주택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의 결정은 계속 지연됐다. 이 사건의 주심을 포함해 헌재 재판관들이 2006년 9월 교체되고, 사건의 이해관계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사건 계류가 2년 이상을 넘기자 헌재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주택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의 결정 지연에 대한 불만과 함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글들이 속속 게재됐고, 1인 시위를 벌였던 속초시 S아파트 김모 회장이 지난해 9월 위헌 결정 늑장에 불만을 품고 헌재 앞에서 분신을 기도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특히 헌재의 결정 지연으로 법원마다 5 10년차 하자에 대한 엇갈린 판단을 내리고 같은 재판부에서도 다른 판단을 내릴 정도로 하자 판결에 대한 혼란은 증폭됐고, 입주민들은 하자로 인한 입주민들의 고통이 점차 가중돼 안전까지 위협받는 실정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주택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이 헌재에 접수된 지 만 3년 5일이 되는 지난달 31일 마침내 헌재는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놓았다.

주택법 위헌 논란 불씨 남아
헌법재판소는 개정 주택법을 소급한 부칙 제3항에 대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지만 위헌 논란의 쟁점이 됐던 주택법 제46조 제1항과 제3항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헌재는 개정 주택법 부칙 제3항과 관련해 법 개정 시행 전에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까지 개정 법을 적용토록 한 것은 당사자의 신뢰를 헌법에 위반한 방법으로 침해했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공동주택 소유자들이 구법 아래에서 적법하게 지녔던 하자담보 청구권을 소급해 박탈함으로써 신뢰보호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했고, 주택법의 개정이 소급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공공복리를 위한 긴요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이 부칙 제3항은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이날부터 효력을 잃게 돼 주택법이 개정된 2005년 5월 26일 이전에 사용검사를 받은 아파트에서는 하자소송 계류 여부와 관계 없이 구법을 적용받게 됐다.
하지만 헌재는 위헌 논란의 쟁점이 됐던 주택법 제46조 제1항과 제3항에 대해서는 부칙 제3항이 위헌이므로 더 이상 위헌 유무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며 각하했다.
이로써 2005년 5월 26일 이후에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는 개정 주택법의 적용을 받게 돼 위헌 여부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지게 됐다.
소급조항 위헌 결정에 ‘환영’
입주민 등은 개정 주택법을 소급 적용토록 규정한 부칙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헌재 결정에는 일제히 환영하면서도 주택법 제46조 제1항과 제3항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 데에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번 위헌 제청의 소송당사자인 경기도 고양시 햇빛주공22단지 박상용 전(前) 입주자대표회장은 “헌재가 소급을 적용토록 한 주택법 부칙 제3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당연하고 현명한 결정”이라며 위헌 결정을 환영했다.
경기 파주시 S아파트 대표회장은 “그동안 주택법 위헌 제청사건이 위헌으로 결정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소급 적용 부분에 대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해 기쁘다.”며 “하지만 주택법 개정의 핵심인 법 제46조 제1항과 제3항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 송파구 S아파트 관리소장은 “소급 적용토록 한 주택법 부칙 조항에 위헌을 결정한 판단은 환영하지만 헌재가 제46조 제1항과 제3항을 판단하지 않아 곤란한 판단은 피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결국 이 조항들에 대한 위헌 여부 논란이 계속돼 법 개정 이후 입주한 단지들은 하자업무에 있어 또다시 혼란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자소송 진행속도 붙을 듯
이번 헌법재판소의 위헌 제청 결정에 따라 앞으로 하자소송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가 주택법 부칙 제3항에 대해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에 이 조항은 지난달 31일부로 효력을 상실했다.
현재 헌재의 결정 전문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결정요지에 나온 소급적용의 판단일인 2005년 5월 26일을 하자 발생일인지 아니면 사용검사(승인)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여기에서는 2005년 5월 26일을 사용검사(승인)일로 보았다.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주택법 개정·시행일인 2005년 5월 26일 이전에 사용검사(승인)를 받은 아파트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기존 법의 적용을 받아 민법과 집합건물법의 하자담보 책임기간을 적용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새빌 주규환 변호사는 “이번 헌재의 결정에 따라 주택법 개정 전에 하자가 발생한 공동주택의 경우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집합건물법 및 민법상 하자담보 책임기간을 적용 받고, 5·10년차 하자를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주규환 변호사는 “주택법 개정 전에 하자가 발생한 아파트의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소송이 쉽고 유리해 졌지만, 재판부가 전면 재도장이나 0.3mm 이하 허용균열 등을 인정하지 않고, 기존보다 보수비의 감액비율을 높일 가능성이 많다.”며 “법 개정 전 사용검사를 받은 단지들이 신법을 적용 받지 않는다고 해서 헌재 결정 전보다 대폭 증가된 보수비를 받을 가능성은 많지 않으나 지난해 일부 법원의 판결처럼 아파트 대표회의가 패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동안 상당수 재판부가 개정 주택법에 대한 위헌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조정이나 화해권고 결정 수용을 권유해 왔으나 헌재의 명확한 결론이 나온 이상 개정 주택법 전에 사용승인을 받은 아파트 하자소송에 대한 조정, 화해권고 결정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전국 법원에 계류된 하자소송 진행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법무법인 다산 최진환 변호사는 “법 개정 이전에 사용검사나 승인을 받은 아파트 중 현재 소송이 계류돼 있는 경우에는 개정 법과 관계없이 판결할 수 있게 됐으므로 헌재 결정을 기다려 온 사건들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달은 추석 연휴 등이 맞물려 있고, 일부 재판부에는 하자소송이 워낙 많이 계류돼 한꺼번에 많은 사건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올 연말부터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 전까지 판결선고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법 개정 이전에 사용검사를 받은 아파트 가운데 헌재 결정을 지켜보던 단지들의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법인 새빌 주 변호사는 “법 개정 이전 사용검사를 받은 아파트에는 개정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 이상 이들 단지들의 하자소송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주택법 개정 후에 사용검사를 받은 공동주택의 경우 헌재에서 판단을 하지 않았으므로 우선 신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따라서 이 법 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한 논란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여 다시 헌재의 판단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법무법인 다산 최 변호사는 “법 개정 이후에 사용검사를 받은 아파트들은 추후 소송 제기 후 당사자나 법원의 직권에 의해 개정 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절차를 다시 밟을 수 있어 재판이 장기화 될 소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헌재의 판단에 앞서 대법원 판례 등을 통해 정리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새빌 주 변호사는 “개정 주택법을 적용하면 위헌제청 등에 의해 헌재의 판단을 다시 받을 수 있지만 대법원에서 판례 등을 통해 이러한 논란을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