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설 영리목적 운영 위법 ‘논란’…법령 보완 시급

경기도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대표회의가 외부업자에게 임대한 아파트 골프연습장이 영리목적으로 운영돼 위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계약을 해지하고 싶어도 계약기간이 4년이나 남아 중도에 해지할 경우 수억원을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지 내 체육시설이 없는 서울시 강서구 K아파트 관리주체와 대표회의도 요즈음 입주민들을 이해시키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입주민들이 요구하는 헬스장이나 골프연습장 설치에 1억여원 가량의 비용을 조달할 방법이 없고 이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외부업자와 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잘못하면 위법이라는 이유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이같은 모습은 체육시설을 임대중이거나 준비중인 다른 아파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단지 내에서 체육시설을 운영하던 임차인이 기소돼 법원에서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고, 일부 아파트는 지자체로부터 체육시설을 영리목적으로 운영했다는 이유로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부 아파트의 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영리목적이라는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단지 실정이 반영되지 않은 법령 등으로 혼란스럽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아파트 체육시설 운영 관련 법령 등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결방안 모색과 함께 아파트에서 체육시설을 자체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알아보자.

 - 영리운영 위법 판결 잇따라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파트에서 단지 내에 헬스장이나 골프연습장 등 체육시설을 설치,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영리목적으로 체육시설을 운영한 임차인 등 운영자에게 잇따라 유죄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대법원 제1부는 지난해 5월 서울 강북구 B아파트 내에서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영리목적으로 체육시설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골프연습장 운영자 H씨에 대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상고심에서 “피고인 H씨를 벌금 2백만원에 처한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택법상 주민운동시설로 설치된 골프연습장이더라도 영리목적인 경우에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할관청에 신고해야 한다.”며 “H씨는 영리를 목적으로 단지 내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H씨가 ▲대표회의에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지급한 점 ▲종업원 2명을 채용, 광고 등을 통해 회원을 모집·운영한 점 ▲골프연습장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다른 직업 없이 골프연습장 운영으로 수익을 얻는 점 ▲회원으로부터 월 7만원을 받은 점 ▲아파트 입주자가 아닌 사람도 회원으로 받은 점 등을 골프연습장의 영리목적 운영 근거로 들었다.
H씨는 대법원의 판결선고일 다음 날부터 다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다 적발돼 지난 8일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2003년 12월 대법원 제2부는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고 헬스장을 설치·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경기 화성시 W아파트 K씨에게 벌금 3백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한 같은 달 서울서부지법 형사2단독은 체육시설업을 신고하지 않은 채 헬스장을 설치·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 용산구 H아파트 입주민 S씨에게 벌금 1백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경기 수원시는 지난해 헬스장을 임대 운영중이던 C아파트에 “헬스장 임대운영은 불법이므로 폐쇄하라.”며 계고장을 발송했고, 서울 서초구도 지난해 B아파트에 “골프연습장을 임대 운영할 뿐만 아니라 다른 단지 입주민들도 이용토록 해 불법이므로 시정하라.”며 공문을 발송했다.

- “단지 실정 무시 어려움 겪어”
이같은 법원 판결과 지자체의 시정조치가 잇따르자 아파트에서는 체육시설 관리·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헬스장이나 골프연습장을 임대한 상당수 아파트에서는 임차인과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계약을 파기하지 못하고 적발의 불안감을 감수하며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계약을 파기할 경우 임차인이 투자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 안양시 B아파트에서는 헬스장과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다 입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되자 체육시설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법은 지난해 “재건축조합은 임차인에게 공사비와 운동기구 구입비 중 미회수금액 총 2억96만여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경기 용인시 Y아파트 관리소장은 “현재 임대중인 헬스장의 계약기간이 3년 넘게 남아 해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근 헬스장 운영자 등이 민원을 제기하지 않기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부 아파트 관리주체와 입주민들은 체육시설 운영을 위해 외부업자를 통한 임대가 불가피해 임대를 위법의 중요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기 수원시 C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은 “헬스장이나 골프연습장 시설은 보통 1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비용이 비싸고, 입주민들이 체육시설을 돌아가면서 관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므로 외부업자에게 임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 “체육시설 위법 기준도 모호”
아파트 체육시설의 위법 여부를 가리는 영리목적 행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건교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아파트 부대·복리시설인 주민운동시설은 영리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또 건교부가 영리목적 행위의 해당 여부는 자금 흐름, 운영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행위허가권자가 판단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을 뿐,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영리목적’의 구체적인 기준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명확한 기준 없이 지자체장의 재량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인천시 부평구 B아파트 대표회장은 “아파트 부대·복리시설의 위법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판단 권한이 지자체장에게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유사한 행위를 해도 지자체별로 다른 결론이 나올 소지가 커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판단에 어려움을 겪기는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S구는 지난해 “단지 내 임대 운영중인 골프연습장에서 타 단지 입주민들을 등록해 회비를 받는 등 영리목적으로 운영한다.”는 이유로 B아파트에 시정 요구를 했으나 이 아파트로부터 “타 단지 입주민들이 아파트 부대·복리시설을 이용하지 말라는 근거가 없고, 이를 영리목적으로 볼 수 없다.”는 이의신청을 받고 두 달이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구는 아파트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 결론을 미룬 채 현재 서울시와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K구 관계자도 “영리목적의 기준이 너무 광의적이라서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관련 법령 보완 시급
아파트 체육시설 영리운영의 위법 논란과 관련해 단지 실정을 감안해 명확한 기준 마련 등 법령 보완과 함께 입주민들의 자체 운영에 대한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B아파트 관리소장은 “아파트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체육시설의 시설비를 부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외부업자에게 임대할 수밖에 없고, 외부업자도 투자한 시설비와 코치·직원 급여, 세금 등을 감안해 회비를 받아야 한다.”며 “또 타 단지로 이사간 입주민에게 시설 이용을 막는 것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아파트 실정을 감안해 위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빌 법률사무소 주규환 변호사는 “영리목적의 개념이 추상적이라 해석을 놓고 논란이 있다.”며 “영리목적이라는 용어를 구체화하고 세부기준을 제정, 주택법 시행규칙에 규정하는 등 법령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아파트 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울시 성북구 W아파트 관리소장은 “아파트에서 체육시설의 임대 운영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입주민들과 관리주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 성북구 월곡두산위브아파트, 구로구 신도림 대림1·2차아파트 등 일부 아파트는 체육시설을 자체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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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시설 운영 모범사례

헬스장 자체 운영…비용 저렴 등 입주민 호평

서울 성북구 월곡두산위브아파트는 단지 내 헬스장을 자체 운영해 입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아파트가 관리동 3층에 헬스장을 개장한 건 지난해 8월. 관리주체와 대표회의는 기존의 입주자대표회의실을 헬스장으로 변경키로 하고, 입주민 동의를 얻은 후 구에 용도변경 신고 등의 절차를 마쳤다.
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러닝머신 12대를 비롯해 사이클, 버터플라이, 체지방분해기 등 30여종이 넘는 다양한 운동기구를 구입했고, 간이 샤워장까지 마련했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알뜰시장, 광고수입 등 관리외 수익금으로 충당했다.
이 아파트 임동련 대표회장은 “입주민들에게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헬스장 설치에 의견을 모아 개장하게 됐다.”며 “인테리어 공사를 실시하고 최신 운동기구 시설을 갖춰 외부 사설 헬스장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또한 관련 자격이 있는 입주민을 강사로 채용해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입주민들을 지도토록 하고, 오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는 입주민이 회원증 확인 등 헬스장 관리를 하고 있다. 또 오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는 관리소장과 관리과장이 번갈아 가며 상주하고 있다. 물론 관리소장·과장에게는 수당도 지급된다.
이와 함께 사고에 대비해 관련 보험에 가입했고, 헬스장 회원증 발급업무는 관리사무소에서 하지만 관리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매달 25일부터 30일까지로 기간을 한정했다.
이처럼 아파트 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가 헬스장을 자체 운영하다 보니 회비가 임대 운영중인 단지에 비해 상당히 저렴해 입주민들은 1개월 2만원, 3개월 5만원, 6개월 9만원, 12개월 16만원에 이용하고 있다.
또 관리주체는 회비 중 절반은 전기, 가스, 인건비 등 운영비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운동기구 구입시 충당하고 있다.
김형진 관리소장은 “현재 300여명의 회원이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단지 내 헬스장을 이용하고 있고, 회원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비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강사의 무료 스트레칭 강의도 받을 수 있어 입주민들의 호응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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