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화재 하루평균 ‘4~5건’…예방대책 시급

지난해 전국 아파트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건수는 총 1745건. 피해규모는 약 34억원, 사망·부상 등 인명피해는 200명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 2004년과 비슷한 수준으로매년 상당수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관리직원을 대상으로 화재예방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집계를 보면 그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경기침체와 가족공동체 해체 현상 등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틈타 아파트 내에서 방화범죄도 급증하고 있어 보다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거공간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그동안의 보금자리를 한순간에 앗아간다.
특히 방화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노후 아파트의 경우 순식간에 여러 세대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소방 전문가들은 다수가 생활하고 있는 아파트 특성상 화재예방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관리직원·아파트 입주민 전체의 경각심 고취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근래 수년간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의 건수와 원인, 피해 규모를 알아보고, 화재예방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단해 본다.

▣ 2002년 이후 아파트 화재 증가
전국적으로 아파트 화재는 매년 1700∼1900건이 발생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이 원인·처종별 화재발생 현황을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1년 1900건을 기록한 아파트 화재는 2002년에는 1673건으로 대폭 줄었다.
그러나 2004년과 지난해에 1748건과 1745건을 각각 기록하면서 근래 들어 아파트 화재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화재보험협회가 ‘특수건물 화재조사 분석’을 통해 발표한 통계에서도 지난 2004년 전국 16층 이상 아파트(3048곳)에서 발생한 화재건수는 총 165건에 달했다.
빈도수로 보면 1000곳당 54.1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학교(36.6건)나 숙박업소(30.5건), 시장(28.4건)을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16층 이상 아파트는 특수건물 중 화재발생빈도가 가장 높다.
매년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1700∼1900건은 하루 평균 4∼5건, 매월 평균 140∼150건에 해당한다. 또한 전국 아파트가 2만2000여 단지라고 가정했을 때 10여개 단지 중 1개 단지가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었음을 보여준다.

▣ 경기·서울지역 화재 다발
화재건수를 지역별로 보면 아파트가 집중돼 있는 경기·서울지역이 전체 화재건수의 약 40%를 차지한다.
지난해의 경우 경기지역에서는 총 435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서울에서는 326건이 발생했다. 경남지역(172건), 부산지역(142건), 울산지역(123건)에 비해 2∼4배에 달하는 셈. 전국 광역 단위 지역 중 연간 아파트 화재건수가 10건 미만인 곳은 제주지역이 유일하다.
2004년 경기지역에서 353건, 서울지역에서 289건의 화재가 발생했음을 볼 때 지난해 수도권 지역 아파트 화재가 급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방화와 불장난으로 인한 화재는 전체의 1/4을 초과하는 56건과 55건이 경기지역에서 발생했으며 서울지역에서도 방화 36건, 불장난 29건이 발생, 전체 방화와 불장난 화재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건수가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집중되고 있다.

▣ 전기화재, 불장난, 방화順
아파트 화재의 원인은 수년째 ‘전기’로 인한 화재가 가장 많다.
총 1748건이 발생한 지난 2004년에는 381건의 전기화재가 발생했으며, 지난해에는 435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화인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을 제외하면 아파트 화재의 약 20%는 ‘전기’로 인한 화재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불장난’과 ‘방화’, ‘담뱃불 부주의’ 등 안전의식 결여에 의한 화재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전국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은 총 414건에 달했으며 불장난으로 인한 화재는 424건을 기록했다. 담뱃불 부주의에 의한 화재도 397건이나 됐다.
따라서 방화와 불장난, 담뱃불 부주의로 인한 화재건수를 모두 합하면 전기와 가스에 의한 화재건수를 앞지르며, 최근 들어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 매년 수십명 사망…방화피해 커
스프링클러, 옥내소화전, 소화기 등 화재 발생시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각종 시설물의 관리에 대한 법규 정비와 인식 확대에 따라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줄어들고 있지만 피해규모는 여전히 크다.
지난해의 경우 아파트 화재사고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총 38명이며 중·경상을 입은 사람은 154명에 달했다.
2004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 총 34명이 사망하고 18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명피해는 특히 방화로 인해 발생한 경우가 많아 충격을 준다.
최근 2년간 아파트에서 방화범죄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총 27명, 부상을 입은 사람은 84명이다. 전기화재로 인해 7명이 사망하고 72명이 부상을 입은 것과 비교하면 방화는 대량 인명피해를 초래하는 원인인 것이다.
이밖에 지난해 담뱃불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가스화재로 인해 2명이 사망하는 등 아파트 화재로 매년 30∼40명의 입주민이 목숨을 잃고 있다.

▣ 재산피해도 상당
아파트 화재로 인해 입주민들이 입은 재산피해도 상당한 실정이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는 화재로 인해 총 31억9천8백48만여원의 재산피해를 입어 건당 2백만원에 가까운 피해규모를 나타냈다.
재산피해는 전기화재로 인한 피해금액이 가장 컸다. 총 9억3천1백4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전기화재로 인해 발생했으며, 4억1천52만원 가량의 금액은 방화로 인해 발생했다.
총 34억5천6백15만원 가량의 피해액을 기록한 2004년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기화재와 방화로 인해 입은 재산피해가 극심했다. 전기화재로 인한 재산피해는 총 8억4천6백여만원에 달했으며, 방화로는 5억원에 가까운 피해규모를 나타냈다. 따라서 화인이 밝혀진 화재의 재산피해 60~70%는 전기화재와 방화로 인한 것이다.
이밖에 담뱃불 부주의와 성냥·양초 부주의로 인한 재산피해가 각각 10%를 차지했으며, 불장난과 유류, 가스 부주의가 각각 7∼8% 정도로 나타났다.
경기 분당소방서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가스나 유류에 의한 화재는 많이 줄었지만 전기화재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고, 침체된 경제상황과 이기주의, 모방범죄, 안전의식 결여 등으로 방화도 급증하고 있어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다.”며 “한순간의 방심과 실수로 다수의 보금자리인 아파트가 잿더미 속에서 사라질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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