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권고 따라 지상 설치·이전
충전시설 위치 따른 입주민 불만·갈등 발생
설치 앞두고 있는 관리현장은 골머리

어린이 놀이터 인근에 설치돼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 [아파트관리신문 DB]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지난 2022년 1월 28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100세대 이상 기축 공동주택은 내년 1월까지 기존 주차장 내 최소 2% 이상 전기차 충전 구역 및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유휴공간이 부족하거나 설치 위치를 두고 이견이 있는 일부 아파트에서는 충전시설을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 관계부처, 지자체에서는 일반적으로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하주차장은 소방차나 이동식 수조 설비 등 소화 시설의 통행이 용이하지 않거나 불가능하고 차량이 밀집돼 있어 화재 발생 시 더 큰 피해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에 유휴공간이 부족해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파트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일부 아파트에서는 1층 세대, 어린이 놀이터, 공용 가스배관, 화단 등과 인접한 곳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해 입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화재 발생 시 효과적인 초동대처를 위해 지상에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인데 설치 위치에 따라 또 다른 안전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안양시 소재 A아파트는 전기차 충전시설이 어린이 놀이터 바로 옆에 설치돼 있다. A아파트 입주민은 “혹여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크게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경기 수원시 소재 B아파트는 1층 세대와 불과 2m 떨어져 있는 곳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바로 옆에는 화단이 있어 B아파트 입주민들은 불이 나면 세대로 불이 옮겨붙거나 대형 화재로 번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전기자동차 화재대응 매뉴얼’에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때 어린이 놀이터와 20m 이상, 건물과 10m 이상 이격된 위치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단 이는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현장에서는 ‘단지 사정에 따라 충전시설 설치 위치를 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기 하남시 소재 모 아파트 관리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지어진 공동주택 대부분은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고 주차장을 조성하지 않는 ‘차 없는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전기차 충전시설 역시 지하주차장에 설치할 수 밖에 없다”며 “예외적으로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하게 된다면 형평성 문제 등으로 추진단계에서 입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만약 입주민들이 찬성한다고 해도 유휴공간이 부족하면 어느 한 동에 충전시설이 집중되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발화 위험이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그렇다면 충전시설 위치에 대한 갈등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 안산시 소재 모 아파트 관리소장은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이전하면서 지상주차장 부지 문제로 화단 경계석 위로 설치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해당 업체에서 화단에 식재된 나무뿌리 때문에 공사단가를 올려달라는 업체의 요구를 받기도 했다”며 “아마 앞으로도 많은 아파트에서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관리업체 관계자는 “단지마다 사정이 다른데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는 의무화되고, 강제성은 없지만 지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이를 모두 충족하려니 관리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공동주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는 공공시설에서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충전시설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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