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칙, 참고사항일 뿐이지만 반영하는 단지 많아 우려
주택관리업체·주택관리사 권익 위한 조항은 없어

제20차 경기도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안 내용 중 업계관계자들이 지적한 일부 조항 발췌.
제20차 경기도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안 내용 중 업계관계자들이 지적한 일부 조항 발췌.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경기도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제20차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안이 관리업계 관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번 준칙 개정안에서 공동주택 위·수탁관리 계약상 책임한계, 직무교육 지원 등에 대해 변경된 내용이 주택관리업체와 주택관리사들에게 너무 불합리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준칙이란 ‘준거할 기준이 되는 규칙이나 법칙’으로 정의되는 것으로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관리규약 제·개정 시 지자체별 관리규약 준칙을 ‘참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관리규약 제·개정 시 준칙 내용을 반드시 반영할 필요는 없다.

이에 대해 혹자는 “준칙이 참고사항일 뿐이라면 그 내용이 어떻게 변화하든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지 않냐”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관리현장의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의견이라는 것이 관리현장의 반응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관리규약 제·개정 시 준칙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처럼 설명하거나 더 나아가 준칙에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법에 대한 지식이 다소 부족한 동별 대표자들은 관리규약 준칙이 개정되면 관리규약도 따라서 개정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며 심지어 몇몇 아파트의 경우 ‘관리규약 준칙이 개정되면 이에 따라 관리규약을 개정한다’고 관리규약을 통해 규정한 곳도 있다.

이렇듯 준칙 개정에 따른 관리규약 개정이 불가피한 공동주택이 다수인 상황이기 때문에 관리업계 관계자들에게 불합리한 내용이 당연히 반영될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한국주택관리협회 김철중 사무총장은 “공동주택 위·수탁관리 계약상 책임한계에 대한 변경은 너무나도 불합리하다”며 “‘중대한 과실’이란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실수를 의미한다. 이는 입주민의 생명이나 건강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책임한계로 규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반면 과실은 일상적인 실수나 부주의로 인한 사소한 문제 역시 해당된다. 이렇듯 과실은 광범위함에도 책임한계로까지 규정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회원 A씨는 “현행 준칙에는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는 동대표 및 관리종사자들이 법정교육, 직무교육, 공동체 활성화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던 것이 개정안에는 ‘지원할 수 있다’로 변경됐다. 이는 주택관리사들의 기본적인 권리까지 축소한 것”이라며 “50개가 넘는 준칙 개정안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주택관리사들이 지켜야 할 의무 사항은 늘어났지만 권익 향상을 위한 조항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택관리사들의 의견은 단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 내용이 상위법령을 위배할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지난 2022년 9월 권익위는 관리소장의 법령 위반행위 사실을 입주자등에게 고지하도록 권고했다. 같은 해 10월 경기도는 제17차 준칙 개정 당시 해당 권고와 같은 내용을 담은 조항을 삽입했다가 의견 조회기간 동안 논란이 되자 삭제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주택관리업자가 관리소장 배치·변경 시 소장의 결격사유를 확인해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2022년 권익위 권고가 다소 완화된 모양새지만 이번 개정 내용 역시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주협 김철중 사무총장은 “공동주택관리법에는 관리주체가 주택관리사들의 범죄경력에 대해 조회할 수 있는 입법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개인정보보호법령에 위배되는 조항이라고 판단된다. 주택관리사(보) 자격 결격사유에 대해서는 자격증을 발급하고 그 자격사항 대로의 활동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에서 처리할 문제임에도 이를 관리주체에게 떠넘기는 것은 관리주체에게 위법을 자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준칙 개정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김원일 회장은 “법정교육 외 다른 교육에 대한 지원을 강제하는 것은 입주민들의 반감을 살 수 있으므로 교육비 지원에 있어 입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해당 조항의 개정 취지는 긍정적이다. 이는 관리주체로 하여금 입주민들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기 위해 보다 만족스러운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에 경기도청 관계자는 “준칙 개정에 있어 가장 많이 반영되는 부분 중 하나는 공동주택관리법령과의 조문 상 통일성이다. 예를 들어 이번 개정안에서 공동주택 위·수탁관리 계약상 책임한계를 중대한 과실에서 과실로 변경한 이유 역시 특별히 해당 내용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주택관리업의 등록말소 및 관리사무소장의 손해배상책임의 사유를 과실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주관 서울시회 하문숙 법제위원장은 “준칙은 참고사항임이 분명하지만 실상을 보면 준칙을 바탕으로 관리규약을 개정하는 아파트가 상당수이고 특히 경기도의 경우 최근 준칙 개정이 너무 자주 이뤄지면서 이번 논란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제성을 내포한 조항들이 주로 문제가 됐는데, 공동주택관리는 사적자치의 영역이므로 지자체는 관리규약 제·개정에 있어 최소한의 지침만을 안내하고 입주민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따라서 경기도는 이번과 같은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건전한 공동주택 관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준칙 개정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