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성남지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임시적으로 연장된 경비용역계약의 종료를 결정한 입주자대표회의 결의가 추후에 무효라는 것이 밝혀졌다 해도 당시 입대의 결의에 따라 관리업체가 한 용역계약 종료 통보는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4민사부(재판장 정용신 판사)는 경기 성남시 A아파트 경비업무를 맡았던 B사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업체 C사를 상대로 제기한 용역비 청구를 최근 기각했다.

B사는 “본사의 용역계약은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돼 적법하게 경비용역업체를 선정할 수 있을 때’를 조건 또는 기한으로 해 연장됐는데, 2017년 8월 용역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의한 입대의 결의는 위법하게 구성된 입대의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무효에 해당하므로 위 결의에 기한 C사의 용역계약 종료통보 역시 위법해 무효에 해당한다”며 “입대의의 위 결의는 새롭게 구성된 입대의의 2019년 5월 23일 추인결의를 통해 비로소 유효하게 됐으므로 본사 용역계약은 2019년 5월 23일 비로소 종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사는 C사가 통보한 계약종료 날짜인 2017년 9월 30일 이후로도 2017년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경비업무 용역을 제공했으므로 용역비 총 5억1811만여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B사는 당시 “C사의 계약종료 통보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용역계약이 유지된다”고 주장하며 계속 단지에 일부 경비원들을 배치했고 관련 가처분 사건에서 패소하면서부터 경비원들을 완전히 철수시켰다.

B사는 또 재판부에 “2018년 1월 1일부터 계약종료일인 2019년 5월 23일까지 입대의와 C사의 방해행위로 본사가 경비용역 업무를 제공하지 못했으므로 그 기간 동안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상당의 돈 5569만여원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B사는 이처럼 주장한 용역비 총 5억7380만여원을 주위적으로 입대의에, 예비적으로 C사에 청구했다. 이는 용역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여부에 따른 것이었다.

경비용역계약 당사자는 관리업체

재판부는 B사와의 용역계약 당사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닌 C사라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위수탁관리계약서상 입대의는 C사에 경비업무를 포함한 관리업무를 위탁했고, C사는 경비업무를 전문용역업체에 재위탁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한 점 ▲구 주택법 시행령 제55조의4 제1항은 경비를 위한 용역의 경우 관리주체가 사업자를 선정하고 관리비를 집행해야 하는 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점 등을 제시했다. 또 재판부는 “입대의가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나 편의상 이유로 B사에 용역비를 직접 지급할 수도 있어 입대의가 직접 용역비를 지급한 사실이 있다는 점만으로 입대의가 용역계약의 당사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B사의 용역계약은 C사의 계약 종료통보에 의해 2017년 9월 30일 적법하게 종료했다고 봐야 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B사의 주위적,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C사가 B사에 한 용역계약 종료통보는 해당 계약 종료와 C사의 직영관리를 촉구한 입대의 의결에 따른 것으로 C사는 B사에 일응 정당한 내부 절차를 거쳐 후속 경비업자가 정해졌음을 알리면서 잠정적으로 연장했던 계약의 종료를 적법하게 통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해당 용역계약의 당사자는 입대의가 아니라 C사이므로 원칙적으로 입대의의 결의는 C사의 B사에 대한 계약해지권 행사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설령 입대의와 C사의 내부관계에 따라 용역계약 체결이나 종료에 관한 실질적인 결정권이 입대의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3자인 B사가 주장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C사가 B사에 ‘차기 입대의가 구성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비업자가 선정돼 계약이 될 때까지’ 계약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후속 경비업자가 정당한 내부 절차를 통해 선정될 때까지 임시적, 잠정적으로 계약기간 연장을 구하는 내용으로 해석해야 하고, 이와 관련해 B사에 대한 외부적 관계에서까지 입대의 결의의 종국적 유효성, 적법성을 그 전제 내지 조건으로 삼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록 B사의 용역계약 종료를 결정한 입대의의 결의가 판결에 의해 무효임이 사후적으로 확인되기는 했으나 B사가 제기한 가처분 사건에서 위 결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용역계약이 2017년 9월 30일 종료된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고, B사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B사는 위 결의의 무효확인 판결이 확정된 2020년경 비로소 위 결의가 위법해 무효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위 결의는 용역계약 종료통보 당시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위 결의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B사가 알지 못한 입대의의 내부적 사정으로 인해 위 결의가 무효인 것이 사후적으로 판명됐다고 해서 위 계약 종료통보가 효력이 없고 그 계약의 효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됐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 용역계약을 임시적, 잠정적으로 유지하기로 한 당사자의 의사에도 반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입대의가 2019년 5월 23일자 회의에서 2017년 8월 B사의 용역계약 종료를 결의한 입대의 결의를 포함한 기존 입대의 결의를 모두 추인한 점도 기각 판결 근거로 삼았다.

또 B사가 “2017년 9월 30일 이후에도 용역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2017년 12월경까지 A아파트에 경비용역을 이행하고 경비원들의 급여를 지급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B사가 제출한 급여대장이나 4대보험 가입자명부에 기재된 경비원들 중 상당수는 구분관리되는 다른 단지에 근무한 경비원들 내역과 중복돼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C사가 한 용역계약 종료통보는 적법하고 위 통보로써 B사의 용역계약은 2017년 9월 30일 종료했다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2019년 5월 23일 계약이 종료했다는 B사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B사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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