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영업정지 처분취소 청구 기각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동대표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업체가 법정에서 “금품을 건넨 것은 직원 개인의 일탈이어서 회사가 위반행위를 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다퉜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구지방법원(판사 허이훈)은 관리업체 A사가 대구 수성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정지처분취소 청구를 최근 기각했다. 

A사 소속 직원 B씨는 2021년 3월 대구 북구 소재 아파트의 한 동대표에게 ‘A사가 아파트 위탁관리업체에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식사를 하시라’는 취지로 말하며 1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전달하려 했으나 해당 동대표가 거부해 미수에 그쳤다. 

이 일로 B씨는 배임증재미수죄로 벌금 200만원형이 확정됐다.

수성구청은 B씨의 행위가 공동주택관리법(이하 공주법) 제90조 제2항을 위반해 관리주체가 부정하게 재물을 제공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 같은 법 제53조 제1항 제7호 등에 따라 A사에 영업정지 3개월의 처분을 했다. A사는 대구시행정심판위원회에 ‘영업정지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으나 행정심판위는 수성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이번 소송을 제기하면서 A사는 “공주법 제90조 제2항 등에 의하면 주택관리업자 내지 관리주체가 부정하게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바, 법인의 대표이사나 등기임원 내지 주주가 아닌 일반 직원의 행위를 근거로 법인이 위 제90조 제2항을 위반했다고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직원의 재물 등 제공 사실에 관해 법인의 대표이사나 등기임원 등이 이를 알 수 있었다는 사정에 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며 B씨의 잘못에 회사는 상관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A사는 “B씨는 영업담당 직원으로서 A사 대표이사나 등기임원 내지 주주가 아니고, 2020년 8월경 입사해 위반행위 당시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A사의 대표성을 띨 수도 없었다. 본사로서는 해당 위반행위를 알았거나 알 수도 없었다”며 “회사 비용으로 금품이 제공된 것도 아닌 점, 해당 아파트는 A사가 종전부터 위탁관리하던 아파트로 적격심사를 통해 낙찰받는 데 문제가 없었고 실제 배임증재 상대방인 동대표의 평가와 관계없이 A사가 낙찰받은 점 등에 비춰 B씨의 위반행위는 개인의 일탈행위에 불과하므로 수성구의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리주체’에 종사자도 포함

재판부는 “공주법 제90조 제2항의 ‘관리주체’에는 그가 법인일 경우 위반행위에 대한 고의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그 종사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A사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먼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조치는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해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해 가하는 제재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된다”고 법리를 설명했다. 

이어 “공주법 제90조 제2항은 부정하게 금품 등을 제공해 공동주택 관리에 투명하지 않은 풍토를 조성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공동주택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 국민 주거수준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된 규정”이라고 밝힌 뒤 “관리주체가 법인인 경우 금품 등 제공행위는 법인의 대표기관 등이 아닌 소속 직원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법인 소속 직원을 통한 법인의 금품 등 제공행위 또한 위 법 조항에 따라 금지된다고 해석해야 앞서 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사 주장과 같이 해당 법 조항이 원칙적으로 법인 대표이사나 등기임원 등의 금품 등 제공행위만을 금지하는 의미라고 해석하는 것은 법인 소속 직원을 통한 법인의 금품 등 제공행위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셈이 돼 입법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지적이다. 

또한 재판부는 “법인의 직원이 해당 법인의 수주 실적 등을 올리기 위해 금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는 객관적·외형적으로 법인의 업무에 관한 행위로 볼 수 있고, B씨는 A사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위반행위를 했는데 금품 등 제공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A사에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이상 그 과정에서 발생할 행정상 의무위반에 따른 책임 역시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사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도 배척

재판부는 A사의 위반행위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고 영업정지 기간 동안 재계약 등 신규 입찰 참여만 제재되며 영업정지 기간 중에도 현재 위탁관리 중인 기존 공동주택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춰 “수성구청의 처분이 A사에 지나치게 가혹하다거나 해당 처분을 통해 침해되는 A사의 사익이 달성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보기도 어려워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와 관련한 A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A사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