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관리업에 맞는 확실한 가이드라인 필요"

관리업계, 결코 안전지대 아냐
관리소 인원 평균 6명 이상
사다리 추락사고 등 다수 발생
자치관리 시 입대의회장이 책임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에 따라 공동주택 관리업계 중소기업들도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그간 법 적용에서 제외됐던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업체들도 앞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돼 대비가 필요하다. 

이번에 법 적용 대상에 들어간 중소업체는 전국 83만여개 사업장으로 전체의 24%에 해당한다. 공동주택 관리업계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에 등록된 주택관리업자는 약 550개 사업자에 이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개별 사업장 단위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전체로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관리업체에 소속된 관리사무소 인원(소장, 경리, 기술직 등)이 6명 이상인 점을 살펴볼 때 1개 이상 사업장을 가진 거의 모든 관리업체가 법 적용 대상이 된다. 

또 위탁관리가 아닌 자치관리를 하고 있는 공동주택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사업장 대표자로 중대재해 관리 책임을 지게 돼 전체 의무관리대상 17%에 이르는 자치관리 단지와 그 외 자치관리를 하고 있는 비의무관리단지까지 자체적으로 중대재해 예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관리업체와 아파트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곳도 적지 않다. 

중대산업재해는 큰 규모의 건설업이나 제조업 등에서나 발생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관리업계에서도 중대재해 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관리업체 대표가 법 위반에 따른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도 있었다. 

그간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대부분이 사다리작업 등 고소작업 중 발생한 추락사였다. 2인1조 원칙 미준수, 안전모 미착용 등이 주요 사망 원인이 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사고는 ▲2022년 4월 15일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 설비과장이 안전모 없이 누수 관련 작업 도중 사다리에서 추락해 사망: 업체 대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2022년 6월 28일 서울 성북구 아파트 관리직원이 안전모 없이 사다리에 올라 전등 교체 작업을 하다 추락해 사망: 2023년 10월 31일 관리업체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 ▲2023년 10월 13일 경기 용인시 아파트 관리직원이 혼자서 분리수거장 지붕 보수 중 추락해 사망: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 중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공동주택 관리업계와 관련있는 사업시설 유지관리 서비스업(건물관리, 미화 등)에서 5년간 발생한 사망사고의 발생형태 중 떨어짐 사고가 전체의 37%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 사업시설 유지관리 서비스업의 사고 발생 원인이 계단 청소작업 중 넘어짐, 건물 내 순찰 또는 통행 중 미끄러지거나 걸려 넘어짐, 기계식 주차장치 상부에서 추락 등 다양하므로 공동주택 어디에나 위험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바로알기’ 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사업시설 유지 관리 서비스업’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가이드(왼쪽)와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건물관리업 위험성 평가 CFRA 안내문. 
‘중대재해처벌법 바로알기’ 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사업시설 유지 관리 서비스업’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가이드(왼쪽)와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건물관리업 위험성 평가 CFRA 안내문.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 필요하나
구체적 지침 제공·지원 등 부족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책임 소재가 갈리는 것은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다.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에 따르면 사업주 등은 사업장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보건확보의무로 크게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등 4가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 설정,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점검, 중대산업재해 및 급박한 위험을 대비한 조치 매뉴얼 마련 및 점검, 관련 교육 실시 등이 요구된다.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 따라하기’ 안내서에 따르면 활용 서식은 ▲안전보건 목표 및 추진계획서 ▲위험기계·기구·설비 목록 ▲작업별 위험관리 대장 ▲위험성 평가표 ▲안전보건 예산 편성항목 ▲안전보건 전문인력 평가 및 배치표 ▲추락사고 등 대응 시나리오 등으로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전문적인 지식이 많이 필요하고 비용과 시간도 많이 드는 일이어서 본사 인력이 적은 소규모 업체가 챙기기에는 부담이 크다. 사업장이 많은 업체는 개별 사업장을 모두 챙기는 것이 벅찰 수 있다. 

한 관리업계 관계자는 “주택관리업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따른 실형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은 사례가 없어 아직까지 설마설마 하며 준비를 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대략적인 체계만 갖추고 있는 곳들이 많다”며 “관리업에서의 사례가 아직 축적되지 않았고 관리업에서 정확히 어떤 것들을 갖춰야 책임을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업체들이 경찰 조사와 재판까지 받아봐야 필요했던 시스템과 문서 등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5일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공동주최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 평가와 과제’ 관련 세미나에서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검찰과 법원에서 안전보건확보의무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요구되는지 등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에 대한 명확한 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규모 관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대표는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각 업체마다 공지와 홍보를 한 것은 아니어서 당장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비용 때문에 관련 의무 이행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도 있어 소규모 업체들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 제공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을 위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자료는 ‘중대재해처벌법 바로알기(www.koshasafety.co.kr)’ 사이트에서 관련 가이드 등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건물관리업 위험성평가를 위한 기법인 ‘CFRA’는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 내 사업소개-재정지원-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 기술지원사업(위탁)-서비스업을 위한 재해사례중심 위험성평가 방법에서 안내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고용노동부는 중소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을 위해 4월 말까지 ‘2024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진단받고 개선을 위한 컨설팅과 기술지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한편 자치관리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중대재해 책임 우려와 관련해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회장은 “업체 대표와 달리 일반 입주민이고 선출직으로 사실상 봉사직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중대재해 책임을 지게 된다면 회장을 맡으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자치관리 대신 위탁관리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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