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금 고갈·인상 불가피 문제 지적 이어져
전아연, 승강기 안전관리 단지별 자율화 주장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2019년 3월 28일 승강기에 안전부품을 설치하도록 하는 개정 승강기 안전관리법이 시행됐다. 시행 당시 법령에 따른 안전부품 설치 기간이 도래한 공동주택 관리현장은 진땀을 흘렸다. 약 5년이 지난 지금도 관리현장 곳곳에서는 승강기법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부품 설치가 장기수선충당금 고갈로 이어져 입주민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었다.

승강기법에 따르면 설치한 지 21년이 지난 노후 엘리베이터의 경우 ▲승강장문 비상가이드 ▲승강장문 어린이 손끼임 방지장치 ▲승강장문 이탈 방지장치 ▲이중브레이크 ▲자동구출운전수단 ▲승강기 카의 개문출발 방지장치 ▲승강기 카의 상승과속 방지장치 ▲승강기 카문 어린이 손끼임방지장치 등 총 8개의 안전부품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최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는 2024년 핵심 과제로 ‘승강기법령 개정’을 꼽았다. 전아연 김원일 회장은 4일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과 한국주민자치학회가 공동 개최한 ‘제86차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에서도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김 회장은 “8대 안전부품 설치 비용은 1대당 약 2500만원 정도로 엘리베이터를 전면 교체하는 것과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 일부 엘리베이터는 기존 부품과 안전부품이 호환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며 “결국 일부 아파트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승강기 전면 교체를 선택하게 된다. 이는 장기수선충당금 고갈 문제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물론 입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다면 8대 안전부품 설치를 3년 유예할 수 있다. 그러나 몇몇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들은 “3년이라는 시간으로는 교체 공사 비용을 충족하기가 어렵다. 결국 장충금을 인상해야 하는데 입주민들의 반발이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승강기관리산업협동조합 이선순 전무이사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공동주택 내 엘리베이터가 설치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더라도 고장이 나지 않고 관리가 잘 됐다면 3년의 유예기간을 추가로 부여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할 것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기간 동안 장충금을 추가 적립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8대 안전부품 설치와 더불어 입주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검사 비용이 꼽혔다. 승강기 검사에는 설치검사 후 1년에 1회씩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정기검사, 설치검사를 받은 날부터 15년이 지난 경우 실시하는 정밀검사, 사용 중인 승강기의 부품 교체 및 수리하는 경우 실시하는 수시검사 등이 있다. 설치검사를 받은 날부터 25년이 지난 승강기의 경우 6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승강기 검사비는 1대당 30만원 정도로 그 금액이 매우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단지 상황에 따라서는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은 곳도 있다’는 것이 관리종사자들의 전언이다.

승강기법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승강기 유지관리에 대한 일률적인 법적 규제가 언급됐다.

전아연 김원일 회장은 “단지마다 엘리베이터 이용량도 다르고 부품의 마모 정도도 다르다. 부품을 특정 시기에 교체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경우 사유재산인 승강기의 유지관리와 관련된 법적제재는 거의 없는 대신 인명사고 발생 시 강력한 처벌로 관리주체들이 스스로 안전을 관리하도록 유도한다. 우리나라도 승강기 유지관리에 대해 일률적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단지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승강기학회 최일섭 사무국장은 “유럽의 경우 설치 후 80년이 지난 승강기와 신규 승강기에 대한 표준규약이 있고 프랑스 등 몇몇 국가의 경우는 해당 규약을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만큼 안전은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강하다”며 “2019년 승강기법 전부 개정안 시행 당시 행정안전부에서 8대 안전부품 설치 기한을 21년으로 정한 것은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승강기 사용 연한이 20년 정도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승강기안전공단 제도개선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8대 안전부품 설치 의무화 이후 개문 운행, 승강기 문 이탈 등의 사고 발생 빈도가 급격히 줄었다. 즉 제도 자체의 취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입주민들이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면 이를 경감할 만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승강기 안전검사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측은 “공동주택은 국민의 70% 이상이 거주하는 공간이고, 일반적으로 승강기 관련 사고는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은 만큼 승강기의 개선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승강기를 이용하는 입주민 모두의 안전 확보를 위해 정부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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