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양현재 기자] 본지 제1450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알려진 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1937년 준공, 1930년 준공된 서울 중구 미쿠니아파트를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로 보는 시각도 있다.)의 이모저모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 아파트 문화가 정착된 지 87년 또는 그 이상의 세월이 흐르면서, 역사의 두께만큼 아파트 관련 기록도 다양하게 쌓였다. 이번 호에서는 최초, 최대 등 각 분야 최고를 자랑하는 아파트를 살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재건축된 마포아파트 [아파트관리신문DB]
우리나라 최초로 재건축된 마포아파트 [아파트관리신문DB]

 

최초로 재건축된 아파트는?

1962년 서울 마포구에 마포아파트가 준공됐다. 이 아파트는 최초로 연탄보일러가 시공됐으며 수세식 화장실과 입식 부엌 등 당시에는 최신식 시설을 자랑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 앞에 최신 시설을 내세우던 마포아파트도 낡은 아파트가 됐다. 이에 아파트 입주민들은 준공 25년 차인 1987년 국내 최초로 재건축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재건축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7년 뒤인 1994년 마포아파트는 역사의 기록으로 남고 그 자리에 마포삼성아파트가 들어섰다.

이 재건축을 통해 기존 9~16평형이던 면적은 28~50평대로 넓어졌으며 세대 수도 340세대가 늘었다. 마포삼성아파트 재건축 사업 성공을 계기로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국내 최초의 재건축 아파트 마포삼성아파트는 어느새 준공 3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시 재건축 연한을 거의 다 채운 이 아파트는 유력한 최초의 재재건축 아파트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한편 마포아파트는 10개동 규모로 대규모 주택용지에 여러 개의 건물을 짓고 공원과 녹지, 운동장 등 공용공간을 확보해 우리나라 최초로 ‘아파트 단지’의 개념을 도입한 아파트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된 종암아파트[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된 종암아파트[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이승만이 감탄한 최초의 수세식 화장실 아파트

1958년 서울 성북구에 준공된 종암아파트는 집안에 수세식 화장실을 만든 최초의 아파트다. 이 아파트 준공식에 참석한 이승만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종암아파트는 편리한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 정말 현대적인 아파트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 당시에는 최신식 주거시설이었다.

하지만 당시 종암아파트 입주민들은 공동주택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조선일보가 1962년 종암아파트를 비롯한 서울 아파트 입주민들의 생활상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밤늦게 계단을 쿵쿵거리며 올라와 큰소리로 가족을 부르는 취한 입주민, 밤늦게 라디오를 틀어놓는 입주민 등 소음에 고통받았다”며 “특히 공용부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가 하면, 수도시설이 시원치 않아 수압이 낮은 낮에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당시 종암아파트 입주민의 인터뷰가 있었다.

한편 종암아파트는 해방 이후 최초로 준공된 아파트, 최초로 우리나라 회사의 독자적인 기술로 시공된 아파트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은 아파트다.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아파트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1968년 준공된 외국인 전용 공동주택 힐탑아파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층 아파트이자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지상 11층으로 지어졌는데 이 아파트 준공 전까지 국내 모든 아파트는 6층까지만 지어졌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최고층이 6층이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를 시공한 현대건설에 따르면 아파트 공사 자재 대부분을 일본에서 도입하며 최신 자재를 다뤄볼 수 있어 선진적인 건축 기술을 배우고 연구할 기회가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인 해운대LCT더샵 [서지영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인 해운대LCT더샵 [서지영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는 서울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로 그 높이가 555m 규모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는 어디일까? 정답은 높이가 339m에 달하는 주상복합아파트인 부산 해운대LCT더샵 A동이다. 국내에서 3번째로 높은 건물이자 가장 높은 아파트다. 지상 층수는 무려 85층으로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았던 건물인 63빌딩의 60층보다도 25개층이 많다.

이 아파트는 2014년 기초 공사를 시작해 2019년 11월 30일 완공됐으며 B동은 333m 높이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아파트이기도 하다. 

해운대LCT더샵 이전까지 우리나라 최고층 아파트는 인근에 있는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101동이었다. 그리고 국내 최고층 아파트 3위 역시 해운대아이파크 2동이 차지해 해운대의 초고층 아파트들로 구성된 스카이라인은 부산의 명물이라 할 수 있다.

 

초대형 아파트 단지는 모두 이 동네에 있다던데…

가장 큰 아파트 단지는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로 9510세대의 초대형 단지다. 이 아파트 단지만으로 경북 울릉군과 경북 영양군보다 세대수가 많고 강원 양구군과 비슷한 수치며 아파트 입주민 수보다 적은 기초자치단체가 있을 정도다. 이처럼 거대한 규모에 맞게 2022년 8월 기준 KB분석결과 아파트 시가총액 1위 단지인데, 그 금액이 약 17조원으로 코스피 20위 이내 기업과 맞먹는 수준이다. 

서울 송파구에는 5000세대 이상인 초대형 아파트 단지가 5개, 3000세대 이상 단지가 4개, 1000세대 이상 단지가 15개가 있다. 이처럼 수많은 대단지 아파트 덕분에 송파구는 전북 전주시나 충북 천안시와 비슷한 인구를 자랑한다.

 

거실에서 축구해도 될 만큼 넓다고?

우리나라에 가장 넓은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힐데스하임으로 전용면적 501㎡의 광활한 넓이를 자랑한다. 이는 1998년 사용승인을 받은 이래 준공된 아파트 중에서 가장 넓은 전용면적이다. 매봉산 자락에 있는 19세대 1동 규모 아파트인 힐데스하임은 1999년 당시 기준시가 16억원, 2002년에는 기준시가 30억을 기록한 바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초래한 ‘최순실 사건’의 최씨 일가가 소유한 아파트로도 알려져 있다.

 

써밋, 아크로, 리버뷰… 그래서 이름이 뭐라고?

오래된 아파트들은 짧고 쉬운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개나리, 장미, 목련 같은 꽃 이름 혹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처럼 지역명과 건설사 이름으로 아파트 이름을 지었다. 그런데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0년대부터 외국어를 사용한 아파트 이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파크, 리버, 캐슬 같은 단순한 영어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하더니 프랑스어, 스웨덴어 같은 다양한 언어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가장 긴 아파트 이름은 무엇일까? 바로 전남 나주시에 있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1차(2차)’와 경기 파주시에 있는 ‘초롱꽃마을6단지GTX운정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로 무려 25자다. 다음으로 긴 이름을 가진 아파트는 경기 화성시 ‘동탄시범다은마을월드메르디앙반도유보라아파트’와 경기 파주시 ‘가람마을10단지동양엔파트월드메르디앙아파트’로 둘 다 22자다.

최근 서울시는 이런 길고 어려운 이름을 붙이는 현상을 개선하고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건설사는 도대체 왜 이런 이름을 아파트에 붙이는 것일까? 건설업계에선 이렇게 아파트 이름이 길어지는 배경에 ‘긴 이름을 가진 아파트일수록 가격이 오른다’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외국어가 사용된 긴 이름을 가진 아파트가 유의미한 집값 상승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결국 아파트라는 상품의 소유자가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반영된 게 25자에 이르는 아파트명이 탄생한 이유다.

 

장동건, 아이유, 박인비… 3명의 공통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PH129는 2020년 준공돼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공시가격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273㎡ 27세대와 407㎡의 펜트하우스 2세대를 합해 총 29세대다. 지난 2017년 유명 수학강사 현우진씨가 펜트하우스를 매입했는데 당시 250억이라는 거금을 현금으로 완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배우 장동건, 가수 아이유, 골프여제 박인비 등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공시가격 기준 2위부터 4위까지 아파트는 대표적인 부촌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이 아닌 지역 아파트 중에서는 부산 해운대에 있는 해운대LCT더샵이 유일하게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북쪽에 있는 아파트는?

우리나라 국토 최남단은 마라도이며 최북단은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대강리다. 그렇다면 가장 남쪽에 있는 아파트와 가장 북쪽에 있는 아파트는 어디일까? 최남단 아파트는 제주 서귀포시, 북위 33도14분42초에 위치한 정방아파트고, 최북단 아파트는 강원 고성군, 북위 38도26분42초에 위치한 뉴빌리지아파트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