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법원 판결 2심서 완전히 뒤집혀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관리방식을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면서 관리소장을 해임한 사안에 대해 긴급한 경영상 필요성과 입주자대표회의의 고용승계를 위한 노력 등을 인정하며 정리해고의 정당성이 있다고 봤던 법원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사안을 면밀히 살펴 1심 재판부와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대전고등법원 청주제1-3민사부(재판장 강경표 판사)는 충북 청주시 A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했던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입대의가 B씨에 대해 한 2022년 3월 24일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며, 입대의는 B씨에게 2022년 3월 25일부터 B씨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454만684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며 B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A아파트 입대의는 2020년 6월 3일 자치관리 방식으로 관리해오던 A아파트를 위탁관리방식으로 변경하기로 의결하고 그해 7월 14일 C사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입대의는 2020년 5월 27일 B씨를 직위해제하고 대기발령을 명했으며 2020년 6월 15일 인사위원회 의결을 통해 제1차 해고처분을 했다. 이에 대한 소송(이하 ‘선행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입대의는 1차 해고처분을 철회하고 B씨를 6개월간 무급 정직 시켰다. 이어 선행 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후인 2022년 2월 의결을 거쳐 “B씨가 일방적인 고용조건을 제시하면서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이상, 입대의와의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그해 3월 24일 B씨를 해고했다. 

B씨는 본지에 “입대의 회장과의 갈등을 이유로 본인을 해고하려다 어려움이 예상되자 급히 관리방식을 위탁관리방식으로 변경하려 했다”며 “선행 소송 과정에서 정직처분 무효,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 인용이 이뤄지고 항소심의 임금 청구 일부 기각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해 항소심에서 다시 미지급 임금 청구가 인용되는 등 승소했으나 상고심 계류 중 입대의가 뒤늦게 의결을 거쳐 해고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인 청주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이지현 판사)는 해당 해고가 입대의의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 및 성실한 협의절차 여부 등 정리해고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며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또 1심 재판부는 “위탁관리로의 변경 결의에는 기존 근로자들의 정리해고를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 것이어서 그 결의에는 정리해고에 관한 결의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본지 2023년 8월 21일 제1450호 게재>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인력수급 등 관리효율을 제고하기 위한 관리방법의 변경에 따른 해고이므로 정리해고로서의 경영상 필요요건은 갖췄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외 정리해고의 유효성 판단을 위한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대상자 선정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실시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 등 기준은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불인정 ① 해고 회피의 노력 

재판부에 따르면 A아파트 입대의가 2020년 6월 3일경 아파트 관리형태를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기로 의결한 후 2020년 7월 14일 관리업체 C사와 체결한 위수탁계약의 특약사항에 ‘전임 소장의 해고에 따른 후속 조치에 본사 차원에서 적극 협조하고 만약 원대복귀가 될 경우 당 아파트에는 절대 배치하지 않기로 함’ ‘직원은 전원승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직원의 급여와 배치 및 결원 충원 시 사전에 대표회의와 협의해 시행하기로 함’이라고 명기돼 있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B씨가 이미 입대의로부터 제1차 해고처분 통지를 받은 상태로서 고용승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C사로 하여금 입대의의 B씨에 대한 제1차 해고처분에 적극 협조할 것과 설령 B씨에 대한 1차 해고처분이 철회 또는 취소되더라도 B씨를 A아파트에서는 근무하지 못하게 하도록 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입대의가 2020년 8월 24일 1차 해고처분을 철회하고 이를 정직처분으로 변경한 후 2020년 11월 5일경에야 B씨에게 C사와 고용승계를 협의하라고 하면서 C사 주소와 연락처, 위탁관리 개시 및 고용승계일(2020년 8월 1일)을 기재한 공문을 보내기는 했으나 재판부는 “입대의가 C사에 위와 같은 특약사항을 번복해 향후 B씨에 대한 고용승계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권유·독려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고용승계 과정에서 임금, 근무장소 등 근로조건이 근로자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는 경우에는 고용승계에 관한 약정이 있었다는 점만으로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입대의가 B씨와 C사 사이에서 B씨의 근로조건을 조율하거나 희망퇴직 등 제3의 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할 만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또 “입대의는 B씨를 포함한 직원의 급여와 배치 등에 관해 C사와 협의해야 함에도 선행소송 1심 판결 직후에도 ‘고용승계와 관련한 권한은 위탁관리업체에 있다’며 고용승계 협의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했고, B씨가 선행소송의 항소심 판결 직후에 복직 절차 이행 및 업무 부여를 요청했음에도 별다른 협의 없이 해고를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불인정 ② 대상자 선정의 합리성 및 공정성

재판부는 “해고 당시 어떤 기준에 의해 직원들 중 B씨를 해고 대상자로 선정한 것인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위수탁계약 특약사항에 의하면 입대의는 당초 직원들 중 1차 해고처분을 받은 B씨만 특정해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하려 했고 추후 1차 해고처분이 철회 또는 취소되더라도 B씨만 특정해 주요한 근로조건 중 하나인 근무장소에 관해 불리하게 정함으로써 고용승계 과정에 사실상 불이익을 부과하려 한 점 등에 비춰 “입대의는 정리해고의 해고 대상자 선정에 있어서 요구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설정함이 없이 종전 1차 해고처분의 연장선상에서 막연히 B씨에 대해 해고를 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불인정 ③ 성실한 사전 협의 여부

재판부는 “B씨가 선행 소송의 항소심 판결 직후인 2022년 2월 14일 입대의에 복직 절차 이행 및 업무 부여와 더불어 정리해고에 따른 고용승계 문제에 대해 협의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하기까지 했음에도 입대의는 B씨와 별다른 협의 없이 불과 8일 후인 2022일 2월 22일 B씨에게 해고통지를 보냈다”며 “해당 해고통지 발송일은 해고 실시일인 2022년 3월 24일로부터 50일이 되지 않는 시점으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도 못했으며 통지에는 B씨에 대한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 등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C사가 B씨에게 관련 공문을 두 차례 보낸 것을 두고 입대의가 협의를 시도한 것이라 평가할 수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취업규칙상 절차적 요건도 못 갖춰

재판부는 해당 해고가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입대의 의결을 거치지도 않은 점을 짚으며 “어느 모로 보더라도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입대의가 2020년 6월 3일경 위탁관리 방식으로의 변경을 의결한 것이나 2020년 11월 5일 B씨에게 C사와 고용승계를 협의하라고 하는 공문을 보낸 것을 두고 당시 정리해고의 성격을 갖는 2022년 3월 24일자 해고에 대한 의결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당시 회의록의 ‘의결 내용’란이나 공문에 B씨에 대한 정리해고에 관한 내용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은 점 등이 그 근거가 됐다. 

오히려 재판부는 입대의가 이미 2020년 5월 27일 B씨를 직위해제 한 후 약 일주일만에 관리방식 변경 의결 절차를 진행했고, 약 열흘 후인 2020년 6월 15일 다시 인사위원회를 열어 B씨에 대한 1차 해고처분을 했던 점에 비춰 “당시 입대의로서는 B씨에 대해 정리해고가 아닌 징계해고를 할 의사만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해당 의결일로부터 1년 9개월, 위 공문을 보낸 날로부터 1년 4개월이 지난 2022년 3월 24일에 이르러서야 정리해고의 성격을 갖는 해고가 단행된 점도 해고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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