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동주택관리업계는 관련 법령의 지나치게 잦은 개정에 불만이 높다. 법률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을 정하는 것이며 법적 안정성도 중요하다. 모든 것을 일일이 정할 수도 없고 너무 잦은 개정은 오히려 준법정신이 퇴보할 부작용도 크다.

그러나 요즘은 국회의 소관 상임위별로 각개 돌파식 입법과 이해 관계자들의 부추김 속에 청탁형 입법이 많아져 법체계 정합성이나 법률 간에 일관성이 크게 훼손되어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는 입법 건수로 의정활동을 평가받는 의원들의 법률만능주의에 관료들의 행정편의주의가 결합된 결과로 과잉 입법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주택관리업계에서 이런 비난을 받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작년 12월 1일에 시행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소방시설법)이다. 이 법 제22조(소방시설등의 자체점검)에서는 ‘신축 건축물에 대해 사용승인일로부터 60일 이내 종합점검’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과잉 입법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신축 건축물에 대해 사용승인일로부터 60일 이내 종합점검’은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대상인 경우에 적용되는데, 사용승인(사용검사) 시 소방공사에 대해서는 공사감리자가 검사기록을 확인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승인일부터 고작 60일 만에 종합점검의 방식으로 최초 검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사감리자의 검사가 부실하고 그것을 감독할 책임이 있는 사용승인권자(사용검사권자)인 지자체 등의 책무 방기가 이유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인데, 이러한 부실 검사와 책무 방기를 덮기 위해 왜 아파트에서 관리주체가 점검 업무 이행의 책임을 지고 입주민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더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관리주체의 업무 등)에서 관리주체의 의무는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의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로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유부분인 ‘세대 내의 소방점검’ 의무자에 입주민 외에 관리사무소장을 법도 아닌 행정안전부령의 시행규칙 별표에 슬그머니 삽입해 놓은 것이다.

이는 세대 내 점검을 위한 인력확보 혹은 점검외주용역 등 비용지출의 결정 권한이 없고 집행기구에 불과한 관리소장에게 점검 업무 이행 책임을 지우고 있는 것으로 비용 부담 주체와 책임의 주체에 대한 기본적인 고려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고용된 관리사무소장이 완전한 사적 영역인 세대 내에 출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등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 지적받아 마땅하다.

점검 후 지적 사항이 나오면 바로 보수를 하여야 하는데, 그것은 소방공사 하자로 당연히 사업주체나 시공사가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다. 그런데도 이상한 논리로 하자 책임과 비용을 입주민에게 전가하는 입법을 했다. 행정안전부는 한발 더 나아가 세대 내의 소방 점검을 의무화하고 책임을 관리사무소장에게 전가했다. 현장에 혼란을 야기하는 이런 무책임한 입법과 시행규칙은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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