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제5민사부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부분공사를 공사실적에 넣어 낙찰된 업체에 대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은 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박우종 판사)는 시설물 유지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A사가 부산 강서구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입대의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021년 8월 B아파트가 공고한 균열보수 및 재도장 공사 제한경쟁입찰에 A사는 최저가로 응찰했다. 이에 B아파트 입대의는 그해 9월 ‘서류 검토 이상이 없으며 최저가 업체인 A사를 낙찰자로 선정한다’고 입찰 결과를 공고했다.

그러나 이후 입대의는 A사의 계약체결 촉구 내용증명에 ‘A사가 제출한 실적증명서와 관련해 최근 3년간 공사실적 부분이 건설공사기성실적증명서 양식으로 제출되지 않은 점, 다수의 공사가 부분공사이며 세대수 미달 공사가 제출된 점 등의 문제가 있어 공사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A사는 “입찰에 참여해 낙찰자로 선정됐음에도 부당하게 공사에 대한 계약 체결을 거부한 B아파트 입대의는 A사에 부당한 계약 체결 거부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1심에서 2155만5000원, 2심에서 1907만8250원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A사가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2심 판결은 최근 확정됐다.

2심 재판부는 “A사가 입찰과정에서 제출한 공사실적만으로는 해당 입찰의 참가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B아파트 입대의의 공사 계약체결 거부를 부당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B아파트 입찰 공고문에는 ‘제출서류에 허위 사실이나 하자 발견 시 낙찰 및 계약은 무효’라는 점이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었으며 당시 시행 중이던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제6조 별표3은 ‘입찰참가 자격이 없는 자가 한 입찰’, ‘제출서류가 거짓이나 허위로 확인된 경우’에 해당하는 입찰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또 입찰 공고문에는 입찰참가자격 중 기존 수행한 공사실적과 관련해 ‘입찰서류 마감일로부터 최근 3년간 아파트 재도장공사 300세대 이상 1건 이상 실적이 5건 이상(500세대 이상 1건 포함) 있는 업체(부분공사, 하도급 및 신축공사 제외)’라고 규정돼 있었다.

재판부는 “원고 A사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A사가 입찰참여자격을 충족하는 공사실적으로 주장하는 5건의 공사 중 C아파트에서 수행한 공사는 아파트 외부 균열보수 및 재도장, 지하 1층~지상 1층 및 옥상층 상부통로 부분에 대한 계단실 균열보수 및 도장작업이고, D아파트 공사는 아파트 외부 균열보수 및 재도장, 지하주차장 중 벽체 누수 부분에 대한 보수 및 보수부분에 대한 재도장이라는 것인 바, B아파트 입찰 공고문에서 규정한 공사범위 등을 고려할 때 위 두 곳의 공사는 입찰 공고문에서 규정한 ‘부분공사’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A사는 “‘재도장공사 300세대 이상’은 300세대 이상의 외벽공사 전부를 수행하면 충분하고, 내부계단실이나 지하주차장 등의 일부만을 수행했다고 해서 결격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사가 위 두 아파트의 공사도 ‘최근 3년간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관련 공사’ 실적에 포함된다는 예로 든 E아파트의 경우 공사범위 자체가 외부 재도장 외 옥상, 옥탑 난간 및 벽체 재도장, 내부 계단실 균열‧보수 및 재도장(지하층~지상층)으로 한정돼 있고, 당연히 입찰 공고문에서도 부분공사를 제외한다는 점이 기재돼 있지 않은 경우로 B아파트 입찰과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서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실적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취지는 해당 업종의 많은 사업자 가운데 ‘발주내용을 수행할 만한 경험치가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고, 본질적으로 사적자치와 계약자치의 원칙 등이 적용되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공사업체 선정에서 위 경험치를 판단하기 위한 조건으로 ‘부분공사 제외’를 규정한 것이 특별히 부당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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