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입주민·캣맘 상호 이해 필요

경기 안양시 소재 모 아파트 입주민들이 단지 한 켠에 마련한 고양이 보금자리. [아파트관리신문 DB]
경기 안양시 소재 모 아파트 입주민들이 단지 한 켠에 마련한 고양이 보금자리. [아파트관리신문 DB]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양이를 비비탄으로 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 따르면 작성자 A씨는 새벽 시간 고양이들이 싸우는 소리를 견디다 못해 고양이들을 향해 비비탄총을 발사했다. 그러자 같은 아파트 입주민 B씨가 A씨를 찾아와 “고양이를 비비탄으로 쏜 것은 엄연한 동물 학대”라고 말하며 격노했다.

이 말에 화가 난 A씨가 B씨에게 “당신이 사료를 줘서 나타난 고양이들 때문에 잠을 설쳤기 때문”이라고 항의하자 B씨는 “고양이 울음소리 정도는 참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답하는 등 설전을 이어갔다.

해당 게시글에는 A씨에 대한 동조와 비판 등 누리꾼들의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A씨에 동조하는 누리꾼들은 ‘고양이에게 비비탄총을 쏜 행위는 잘못이지만 오죽했으면 그렇게까지 했겠나’라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A씨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은 “화가 나는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그래도 생명인데 고양이들을 쫓아낼 목적으로 위해를 가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피해 막기 위한 행동, 범죄될 수도

A씨처럼 고양이들의 싸우는 소리와 발정기 울음소리로 수면에 방해를 받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고양이 배설물과 사료 부패로 인한 악취, 고양이가 차량 외부를 발톱으로 긁는 등의 행위로 인한 외관 훼손, 추위를 피해 차량 엔진실으로 들어간 고양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시동을 걸거나 주행해 발생한 엔진 고장 등의 피해사례도 있었다. 이 때문에 고양이를 쫓아내거나 단지 내로 고양이가 몰려들지 않도록 입주민 스스로 조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때에 따라서는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서울 서초구 소재 모 아파트에서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동 뒤편에 있는 고양이 사료 그릇을 버렸다는 이유로 재물손괴죄로 기소된 C씨가 70만원의 벌금형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C씨는 “사료를 먹기 위해 모여든 고양이의 울음소리, 사료가 부패해 발생한 악취, 부패한 사료에 모여든 조류의 울음소리 등으로 인해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과 피해를 입었다”며 정당행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A씨의 사례는 어떨까? 동물보호법 제10조 제2항 제4호 가목에서는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A씨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분쟁 방지 위한 캣맘들의 노력

앞서 언급된 사례들처럼 고양이로 인한 피해는 일반적으로 고양이들이 단지 내 지하주차장, 공원 등에 비치된 사료를 먹기 위해 몰려들면서부터 시작된다. 이 때문에 피해 입주민들과 사료를 비치한 이른바 ‘캣맘’ 간 분쟁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캣맘들이 입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대안을 마련해 타협점을 찾은 사례도 많았다.

경기 안양시 소재 모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끼리 협의를 통해 단지 내 한 켠에 길고양이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줬다. 캣맘 입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보금자리를 관리하고 사료도 지정된 장소에서만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 소재 모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D씨가 10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에게 사비로 중성화 수술을 시켜줬다. 혹자는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었냐’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D씨는 “본인이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생명이 입주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전적 손해를 감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직접 나선 경우도 있다. 서울 성북구는 올해 8월부터 ‘공동주택 길고양이 급식소 무상 대여 사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구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공동주택 주차장 등에서 충분히 떨어져 있는지 ▲공동주택 입주민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을 위치에 급식소가 설치될 수 있는지 ▲급식소를 책임 있게 관리할 자원봉사자가 있는지 등을 확인해 관내 아파트 2개소를 시범 사업 대상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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