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지르고 차별적 발언까지
의견 제시하면 ‘퇴사’ 압박도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이상한 동대표, 이상한 소장, 이상한 직원이 아니라 그냥 어디에나 이상한 사람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아파트 경리 등을 거친 A씨는 관리사무소 근무 중 경험했던 괴롭힘 사례를 얘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어딜 가든 이상한 사람이 입주민이든, 직원 중에든 한 두명쯤은 있는 것을 경험하면서 ‘직종’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동대표라서, 관리소장이라서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일뿐이라는 것.

분명히 좋은 동대표, 입주민, 관리소장들도 많고 소위 말하는 ‘갑질’을 하는 사람은 단지에서 소수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을 거의 매일, 관리사무소라는 좁은 공간에서 마주하는 관리직원들은 구제방법을 쉽사리 찾지 못한 채 어디에든 소리를 치고 싶어 했다. “우리도 너무 힘들어요”라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관리소장이나 경비원들에 대한 입주민 등의 갑질 관련 소식을 접할 때마다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경리직원이나 관리과장, 기술직 등 근로자들은 속으로 설움을 삼켜야만 했다. 관리소장 직군은 그나마 협회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 있는 단체라서, 경비노동자들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이 강해서 관심을 받지만 그들 사이에서 근로하는 경리직원 등의 존재는 잘 드러나지 않은 채 외면받는 느낌이 있었다.

기자가 만나본 관리종사자들은 저마다 우위를 이용한 크고 작은 갑질피해 경험이 있었다. 경리직원 B씨는 “관리소장이 본인 오후 낮잠 시간에 프린트를 하면 시끄럽게 한다고 소리를 지르고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사소한 부분까지 전임자와 비교하며 지적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리직원 C씨는 “‘아줌마는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것만 하라’며 차별적 발언과 인격모독을 하는 소장도 있었다”고 전했다.

부하직원들이 업무 관련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불쾌해하며 사직을 요구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D씨는 “소장과 의견차이가 있어 의견을 말했더니 본인 생각과 안 맞는다며 나 보고 그만두라고 강요하며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E씨도 “입주자대표회장에게 지급하는 업무추진비에 입주자대표회의 식사비가 포함돼 있었는데, 업무추진비는 회장에게 전액 지급하고 식사비를 따로 관리비에서 지급하는 것을 알게 돼 관리소장에게 잘못된 점을 알려줬더니 ‘그냥 지급하라’고 명령해서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후 회장과 관리소장 둘이 합심해 나에게 다른 관리사무소를 알아보라며 사직을 요구해서 그만 둔 일이 있었다”고 억울하게 사직한 경험을 전했다.

관리직원들은 계속해서 관리현장에서 근무해야 하는 만큼 관리소장으로부터 받은 괴롭힘 사례를 구체적으로 알리기 조심스러워 했다. 대부분의 직원은 피해사실을 공론화시키지 못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익명을 통해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동주택 관리 관련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관리소장의 괴롭힘이 심해 퇴사했는데 오래 다닐 수 있는 직군이라서 도전했다가 좌절을 겪었다. 다시 관리사무소 가기가 무섭고, 해당 소장이 이 글을 보게 되지 않을까 이 부분도 스트레스다’ ‘젊은 경비직원에게 담배 심부름 등 갑질이 심했는데 지금은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이라 잠잠하다’ ‘남들 앞에서는 안 그런 척 하고 둘만 있으면 경리는 없어도 된다고 악담을 하고, 입주민들에게 친절하게 하는 것도 뭐라고 한다’ ‘직원한테 욱하고 욕하고 사과도 없고 이런 소장의 갑질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근로자이면서 부하사랑보다는 자기 보신용으로 생각한다’ ‘주민갑질보다 더 어려운게 관리소장 갑질이다. 갑질하는 소장은 본인이 하는 것이 갑질이라고 인식을 못 한다. 그냥 퇴사하는게 편하다’는 등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관리직원들에 대한 괴롭힘의 주체는 비단 관리소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원 간의 괴롭힘도 있고 입주민들의 부당간섭 등 괴롭힘도 적지 않다.

주생활연구소가 지난해 11월 23일부터 12월 7일까지 공동주택 및 집합건물 관리 근로자 총 375명을 상대로 실시한 ‘입주민 부당행위 유형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리직‧경리직‧서무직의 75%, 기술직의 75%가 입주민으로부터 부당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입주민이 개인적인 일에 대한 도움이나 세대 내 서비스를 과하게 요구하거나 민원 처리에 대한 불만 등으로 폭언, 폭행 등을 일삼는 등 괴롭힘 유형도 다양하다.

한 관리업계 관계자는 “업무가 과다하게 많은데 직원 수는 최소화돼 적은 인력으로 일을 하다보니 직원 간에 갈등도 발생하는 것 같다”며 “다른 외부 요인으로 근로자들끼리 다투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리업계 관계자는 “경리 등 관리직원들이 짧은 기간에 잦게 퇴사하는 단지는 아주 이상한 입주민이 있지 않은 한 소장 때문인 경우가 많다”며 “해당 단지는 관리업체에서 직원들에 대한 면담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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