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구리시 구리갈매푸르지오아파트

경기 구리시 구리갈매푸르지오아파트 단지 전경
경기 구리시 구리갈매푸르지오아파트 단지 전경

입주민들이 직접 정원 조성에 참여, 산림청장상 수상도

내부 경관 위해 디지털 게시판 설치, 폐지 감소 효과까지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부동산 트렌드 2023(2): 살고 싶은 주택’에 따르면 조사 대상 입주민들이 현 거주 주택으로 이사 결정 시 중요하게 고려한 요인 중 하나는 주거, 자연환경의 쾌적성(21%, 중복투표)이었다. 그만큼 공동주택 단지 내 조경은 주거 만족도 향상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단지 내 조경은 입주민들의 이용이 많아 조금만 관리에 소홀해도 훼손되기 쉬워 관리종사자들에게는 업무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단지 내 조경시설에 입주민들이 직접 사계절 꽃을 가꾸며 단지 가치를 향상시키고 있는 아파트가 이목을 끌고 있다.

경기 구리시 소재 구리갈매푸르지오아파트(10개동, 921세대/위탁관리: 율산개발)는 주변 단지로부터 깔끔한 경관을 가진 아파트로 평가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갈매지구 최초로 디지털 게시판을 관리업무에 접목함으로써 건물 내부의 미관 역시 깔끔하게 유지하고 있다.

단지 내 푸른도서관 고봉실 사서, 아파트 공동체 ‘아이랑’ 이은실 회장, 이광욱 입주자대표회장, 단지 내 도서관 이희정 사서, 최타관 관리사무소장.
단지 내 푸른도서관 고봉실 사서, 아파트 공동체 ‘아이랑’ 이은실 회장, 이광욱 입주자대표회장, 단지 내 도서관 이희정 사서, 최타관 관리사무소장.

‘풍다듬’, 정원에 아름다움을 더하다

이 아파트는 10개 동이 가운데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동과 동 사이에 정원이 조성된 갈매지구 내 다른 단지에 비해 넓게 보이는 정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정원에 설치된 폭포, 분수, 호수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수경시설은 입주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으며 잔디밭은 부지런한 관리로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원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사시사철 아름다움을 더할 수 있는 꽃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에 화훼에 관심이 있는 입주민 약 40여명이 구성한 이 아파트 공동체 ‘풍경을 다듬는 사람들(이하 풍다듬)’은 단지 내 정원에 꽃을 심어 아름다움을 더했다. 이를 바탕으로 풍다듬은 산림청이 주최한 ‘2020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에서 ‘우리 정원 부문 최고의 정원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풍다듬은 ‘2021년 구리시 시민주도형 한뼘정원 조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단지 내 정원 일부를 한뼘정원으로 재조성하기도 했다. 이 한뼘정원은 뛰어난 외관을 자랑해 구리시 소식지에 보도되기도 했다.

풍다듬의 초기 구성원이기도 한 이 아파트 이광욱 입주자대표회장은 “풍다듬은 입주민 스스로 가꾼 정원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다른 입주민들 역시 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두뼘정원을 조성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풍다듬’은 산림청이 주최한 ‘2020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에서 ‘우리 정원 부문 최고의 정원상’을 수상했다.
‘풍다듬’은 산림청이 주최한 ‘2020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에서 ‘우리 정원 부문 최고의 정원상’을 수상했다.

인근 단지에 귀감이 된 공동체 ‘아이랑’

풍다듬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사실 이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 아파트 초기 입주자대표회의가 전원 사퇴하면서 공동체 ‘아이랑’ 구성이 답보상태에 빠진 것. 다행히도 평소 공동체 활성화를 중요시하는 제3기 입주자대표회의와 지난해 6월 부임한 최타관 관리사무소장의 노력으로 아이랑이 탄생할 수 있게 됐다. 아이랑은 젊은 부부의 입주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단지 특성을 반영해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아파트를 만들고자 구성된 공동체다.

아이랑은 구성되자마자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족 운동회, 열린 영화제, 바자회, 각종 체험 활동,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저녁 운동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반기에 1회씩 단지 내에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 같은 활발한 활동은 주변 단지에 귀감이 되고 있다.

아이랑 이은실 회장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서로 얼굴을 모르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아이랑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를 알아가며 친밀감을 형성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단지 내 시니어 클럽과도 활발히 교류하면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아이랑’이 올해 상반기 개최한 단지 내 봄 축제를 즐기고 있는 입주민들.
‘아이랑’이 올해 상반기 개최한 단지 내 봄 축제를 즐기고 있는 입주민들.

디지털 게시판으로 건물의 깔끔함까지

공동체가 활성화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에 따른 애로사항도 존재했다. 관리 관련 공지뿐만 아니라 모든 공동체 활동에 대해서도 공지하다 보니 단지 내 게시판의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게시문을 붙이게 된 것. 이는 건물 내부의 미관 훼손으로 이어졌다. 게시판이 모자라 벽면에 테이프로 게시물을 붙여 테이프 자국이 남아 먼지가 끼고 이를 보는 입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 소장은 고민을 거듭한 결과 디지털 게시판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동마다 게시물을 부착하지 않게 되면서 관리직원들의 업무도 경감됐다. 또한 입주민들 역시 “미관상 장점뿐만 아니라 가독성 역시 뛰어나다”며 만족감을 표하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최 소장은 “디지털 게시판을 통해 안내를 하다 보니 안내문 인쇄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폐지 배출량도 감소했다”며 “디지털 게시판이 생소한 입주민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걱정하기도 했으나 오히려 호평이 쏟아지고 있고 주변 단지들도 디지털 게시판 정보를 묻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어 내심 뿌듯하다”고 밝혔다.

아파트 내 설치된 디지털 게시판.
아파트 내 설치된 디지털 게시판.

리뉴얼된 도서관, 입주민 소통의 장 되다

한때 이 아파트 단지 내 도서관은 코로나19를 이유로 폐쇄됐으며 갈매동 행정복지센터 내 도서관은 어린아이들이 도보로 왕복하기에는 가깝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 회장은 이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단지 내 어린이들과 도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단지 내 도서관을 리뉴얼해 다시 문을 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일부 동대표들은 도서관 재개에 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기도 했으며 운영 인력·비용 문제 등 재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에 이 회장은 입대의 의결을 거쳐 직접 도서관 관장직을 맡기로 했으며 일부 입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도서 부족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던 중 kt is로부터 도서 300여권을 기증받아 도서관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러한 노력은 빛을 발했다. 지난 9월 입대의 의결을 통해 단지 내 도서관이 재개된 것이다. 특히 도서관은 단지 책을 읽는 장소에서 더 나아가 입주민 간 소통의 장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도서관 고봉실, 이희정 사서는 “도서관에서 몇몇 입주민들이 재능 기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덕분에 입주민 간 소통의 장이 넓어진 것 같다”며 “또한 어떤 입주민들은 낡은 도서는 폐기하고 새로운 도서를 등록하는 업무를 도와주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입주민 간 활발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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