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사실조사 있었다면 부과되지 않았을 과태료
악성 민원인에 휘둘려 회피성 과태료 부과…피해는 관리주체만
무분별한 과태료 남발 자제하고 시정조치 등으로 관리 지도해야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가 한 입주민의 악성 민원에 따른 지자체 조사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 아파트 관리주체에 내려진 1000만원의 과태료 처분 2건(총 2000만원)이 최근 과태료 재판에서 약식결정으로 취소처분됐다. 지자체의 무분별한 과태료 부과 실상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아파트 관리주체가 과태료 처분 취소 결정을 받은 사건은 ▲목재교량 설치비용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과 ▲아파트 명칭변경 등기수수료에 장기수선충당금 사용 2건이다. 해당 사건들은 입주민 B씨가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조사 및 과태료 처분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충금 사용 위반 아니다”

화성시 동탄출장소는 지난해 5월 목재교량 관련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하면서 “화성시 소유의 연결녹지 위에 설치된 목재교량은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이 아닌 별개의 시설물로, 장기수선계획에 포함돼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수선·유지가 불가능해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 시설물임에도 A아파트는 장기수선계획 정기조정 시 위 목재교량을 장기수선계획조정안에 반영해 장기수선충당금으로 교체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아파트 관리주체는 “해당 목재교량은 화성시와 협의해 아파트에서 유지·관리를 하는 조건으로 입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인바, 장기수선계획에 반영해 교체할 수 있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관리주체 등에 따르면 화성시는 2015년 해당 교량 설치 당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사업시행자(한국토지주택공사 동탄사업본부)와 협의 후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하되, 이는 아파트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로 귀 아파트에서 유지관리에 힘써 주기 바란다’는 통지를 했으며, 2021년 10월 해당 교량의 교체공사 진행 전 화성시에 다시 한 번 법적 검토를 요청했을 때도 ‘해당 진출입로 관리는 당초 협의 조건에 따라 아파트에 있다고 판단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해당 사건을 맡은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도 이를 인정해 “위 목재교량은 아파트 공용부분에 준하는 것으로 그 보수(교체 포함)에 관한 책임도 A아파트에 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위반자(관리주체)의 행위가 장충금 사용 관련 규정인 공동주택관리법 제90조 제3항을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화성시 동탄출장소가 관련 팀에 확인만 해봤어도 교량 관리 책임이 아파트에 있으므로 아파트의 교체과정에 있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8월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아파트 명칭변경 등기수수료 관련 사건은 “아파트 명칭 변경에 따른 등기수수료 및 공과금은 시설물의 교체 및 유지보수에 해당하지 않아 장충금으로 집행할 수 없고, 소유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임에도 명칭 변경 시 발생한 등기수수료 및 공과금(69만2400원)을 선급비용으로 해 관리비 통장에서 법무사로 지급했고, 2021년 7월 장기수선계획 정기조정 시 부대·복리시설 항목에 건물명칭변경 등기수수료 외 공과금 항목을 신설해 2021년 11월 24일 장충금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계정 변경 후 지출하려 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위반자가 위 비용을 장충금으로 지출하지 않은 이상 ‘장충금을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므로 공동주택관리법 제90조 제3항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구분소유자들의 이익을 위해 지출됐으므로 관리비를 용도 외 목적으로 사용한 것에 해당하나 입대의는 해당 비용에 대해 ‘2021년 2월 관리비에 부과하되 소유자의 부담액은 장충금 부과 방법에 따른다’는 취지의 결의를 한 바, 이는 일단 위 비용을 임차인을 포함한 입주자들에게 관리비로 부담하게 하되 통상적인 임대차관계에 있어 장충금 처리 방식과 유사하게 임차인이 퇴거 시 해당 임차인이 관리비를 통해 부담했던 위 비용을 소유자로 하여금 환급하게 하는 내용으로서, 위반자 혹은 입대의가 위 비용을 부당하게 임차인 등에게 전가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문제되는 비용이 총 69만2400원으로 비교적 소액인 점, 개별 소유자들로부터 위 비용을 갹출하는 것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인 점 등을 고려하면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악성 민원인에 의해
과태료 결정한 것으로 보여”

A아파트 입대의도 관리주체와 마찬가지로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아 이의를 제기했지만 아직까지 취소 결정은 받지 않은 상태다.

이 아파트는 민원인 B씨의 지속된 민원 제기로 2022년 1월 25일부터 올해 2월까지 지자체로부터 총 5회, 34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아파트 관리소장은 “B씨의 민원 제기 당시 지자체 담당자들이 ‘관련 비용을 소유자들에 상계처리하라’고 알려주는 등 행정지도 식으로 마무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B씨가 지자체 감사실로도 민원을 제기하는 등 압박을 지속하자 지자체에서도 어쩔 수 없이 과태료 부과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B씨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인근 아파트에도 B씨와 같은 악성 민원인이 있다고 들었는데 두 아파트 민원인들 때문인지 몰라도 1년 반 동안 화성시 동탄출장소 공동주택 관리 담당자가 4~5명이 바뀌었다”고 알렸다.

A아파트 관리주체 관계자는 “지자체 공무원들도 끈질긴 민원으로 힘들겠지만 행정력 낭비 방지와 원활한 공동주택 관리업무를 위해 악성 민원인에 맞서 중심을 잡고 소신 있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관리주체가 아파트를 제대로 관리하려 해도 지자체 조사가 나오고 과태료 처분이 나오면 나중에 법원에서 취소 처분이 내려지더라도 입주민들에게는 안 좋은 인식이 심어져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된다”고 호소했다. 민원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억울하면 과태료 재판을 진행하라’는 식으로 회피성 과태료 부과를 처분하는 지자체의 무책임함에 결국 관리주체만 피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지자체가 사실관계를 토대로 관련 사건의 경위 및 정도, 제반사정 등을 좀 더 면밀히 조사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하는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한 처분이며, 잘못된 점이 있으면 일차적으로 이를 시정하도록 행정지도(경고, 주의 등)가 선행된 후 위와 같은 잘못이 또다시 발생된다면 그때 비로소 과태료 부과처분 등의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화성시 동탄출장소 공동주택관리팀 최혜정 팀장은 본지에 “과태료 부과 등 업무에 있어 법원의 판결과 관리업계 등의 의견을 참고하고 과태료 부과사항을 좀 더 심도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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