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주차·쓰레기 문제 등 증가
최소 인력으로 방범 공백도

한 아파트 경비초소 앞에 쌓인 택배들. [아파트관리신문DB]
한 아파트 경비초소 앞에 쌓인 택배들.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명절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날이다. 명절이라 해서 쉴 수 없을뿐더러 긴 연휴 기간 동안 외부인 주차, 분리수거 문제가 더 늘어나고 명절 전부터 각종 선물 택배들로도 시달리기 때문이다. 명절 기간에는 집을 비우는 입주민과 단지를 드나드는 외부인도 많아 방범 강화에 대한 요구도 높아진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도 경비원들은 벌써부터 늘어날 업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연휴는 10월 3일 개천절과 추석 연휴 사이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정해지면서 주말을 포함해 총 6일이 연휴가 되면서 근로 부담감은 더 커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최저임금 상승과 전기, 가스 등 각종 사용료 상승으로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에서 가장 많은 인력이었던 경비인력을 줄이는 단지들이 늘면서 남은 경비원들의 업무량은 더욱 높아졌다.

경비원 1명당 평균 관리 세대수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등록된 경비원수를 볼 때 많은 단지가 1인당 100~200세대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비원 근무형태는 2교대(격일)인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1인당 관리 세대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관리업계 1위인 우리관리의 2021년 사업장당 경비인력 현황을 살펴보면 경비 1명이 관리하는 평균 세대수가 500세대 이상 1000세대 미만 단지는 101세대, 1000세대 이상 2000세대 미만 단지는 106세대, 2000세대 이상은 105세대로 평균 100세대 정도로 나타난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주택관리공단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택관리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영구임대주택 131개 단지, 14만1713세대를 담당하는 경비원은 총 662명으로 1인당 214세대를 담당하고 있었다. 국민임대주택은 120세대, 공공임대는 1인당 133세대였다.

이와 관련, 조 의원은 “영구임대 경비원이 거의 2배 수준으로 더 많은 세대를 관리하고 있어 인력 태부족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주민들은 질 낮은 주거서비스를 받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력 감축 움직임과 함께 맞물려 도입된 통합경비시스템을 통해 최소한의 인력으로 주차와 방범 등 통합관제를 하는 단지도 많지만 여전히 공동주택에서는 사람의 손과 눈이 필요한 일이 많다. CCTV 화소수 부족 등으로 외부인 침입, 차 긁힘 등 사고가 일어나도 얼굴 등을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력을 줄이고 휴게시간마저도 줄여놓은 상황에서 명절 기간 순찰강화를 기대하기란 힘들다.

업계 일각에서는 여러 단지를 묶어 하나의 관제시스템을 통해 경비하고 각종 시설, 인적 사고 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춘원 안산시흥경비노동자모임 공동대표는 “명절이 되면 그 전부터 급증하는 택배를 경비실 앞까지 쌓아놓는 경우가 많아 분실사고까지 신경써야 하고, 배출되는 쓰레기도 많아져 분리수거 업무가 훨씬 더 늘어난다. 외부인 주차문제도 방문등록을 미리 안 해놓고 연락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힘들다”면서 “이처럼 업무량이 급증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금이 더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전 대표는 “분리배출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장갑에 구멍이 나도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에서는 이를 바꿔주지도 않는다. 입주민들이 쓰레기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주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소모품만이라도 신경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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