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제5민사부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제주지방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방선옥 판사)는 제주시 소재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직을 맡았던 A씨가 후임 회장을 맡았던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에 따른 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B씨는 원고 A씨에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제1심 판결 중 이 금액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3월경부터 2019년 2월 말경까지 입대의 회장을 맡았고 B씨는 후임으로 2019년 3월경부터 회장을 맡았지만 당시 아파트 위탁관리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직원으로 근무하던 상태여서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제주시청으로부터 퇴임이행명령을 받고 그해 5월 23일경 회장직을 사임했다.

이후 B씨는 2020년 3월 아파트 정문 등에 아파트 공사와 관련한 A씨의 비위 의혹을 담은 현수막을 제작해 게시하고 같은 내용의 유인물을 입주민들에 배포했으며 아파트 게시판과 엘리베이터 입구 및 거울 등에도 부착했다. 이 중 일부 내용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 및 사문서 위조, 업무방해 등으로 B씨는 벌금 12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 형사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유인물 등의 첫 번째 내용은 ‘A씨가 아파트 페인트공사 업체를 선정함에 있어 특정업체가 선정되도록 하기 위해 적절한 회의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선정방식을 기존 방식인 최저입찰제에서 적격심사제로 변경했고, 그 결과 최저가격인 3억8000만원을 제시한 업체는 떨어지고, 4억 5000만원을 제시한 특정업체가 선정돼 아파트에 차액 7000만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B씨는 위 내용이 진실한 사실임을 전제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세부 내용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아닌, 중요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허위사실”이라며 배척했다.

재판부는 위 내용이 허위사실인 근거로 ▲페인트공사 입찰 진행 전 입주자대표임시회의가 개최돼 최저입찰제는 부실공사의 위험이 있으므로 전문적인 검토를 거쳐 업체를 선정하는 적격심사제가 좋겠다는 취지로 논의한 뒤 선정방식 변경을 결의한 점과 한 동대표의 관련 진술 ▲A씨는 회의에 참석한 동대표들과 동등한 권한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입찰방식 선정에 대해 동대표들에게 어떠한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해당 페인트공사에 B씨가 감리로 선정됐기에 입찰방식 변경절차가 부적법했다면 B씨가 문제를 삼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재판부는 “해당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는 B씨의 주장은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임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일축했다.

유인물 등의 두 번째 내용은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이 10억원 적립돼 있었는데 3억원밖에 남지 않아서 방수공사를 새로운 공법이자 비용이 저렴한 모르타르 방식으로 했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A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해당 내용이 A씨의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 번째 내용은 ‘A씨가 B씨에게 모르타르 방수공사 선정업체로부터 받기로 한 뇌물을 서로 나눠 갖자고 제안했는데 B씨가 이를 거절하자 A씨가 B씨를 회장직에서 퇴임시키기 위해 허위서류(B씨의 재직증명서)를 작성해 B씨를 시청에 고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B씨는 고발 당시 시청에 제출된 본인 명의 재직증명서가 허위라고 오해했고, A씨가 본인을 퇴임시키기 위해 시청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오해했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고, 이에 더해 B씨가 위 내용으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형사처벌을 받아 확정된 점을 고려하면 위 내용은 허위사실”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현수막 및 유인물 내용 중 1, 3번 내용은 A씨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이자 허위사실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내용이 기재된 현수막 또는 유인물을 게시하거나 배포한 행위는 민법상 명예훼손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B씨는 A씨에게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A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2번 내용은 허위사실이라 보기 어려우므로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위자료 액수에 대해서는 ▲B씨가 회장직을 사임하는 과정에서 A씨와 분쟁이 발생했고 A씨와 B씨 상호간에 고소·고발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다소 보복적인 감정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이는 점 ▲페인트 공사 업체 선정 문제는 입주민의 전체 이익과 관련돼 있다고 보이는 점 ▲B씨가 유인물을 배포하고 현수막을 게시하게 된 경위와 그 내용 ▲A씨가 입은 피해의 내용 및 정도 등을 고려해 100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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