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의율 30%→20%로
지자체 감사요청 보다 쉬워져
​​​​​​​“현재도 무분별 감사 심각한데”

[아파트관리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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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공동주택 입주자 등이 지자체에 관리주체 업무 등의 감사를 요청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입주민 민원과 지자체 과태료에 시달리는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8일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이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다른 의원들의 개정안과 통합해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 지난 3월 23일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현행법은 입주자등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입주자대표회의나 그 구성원, 관리주체, 관리사무소장 또는 선거관리위원회나 그 위원의 업무에 대해 감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요건은 ▲현행법에 따른 명령이나 처분을 위반해 조치가 필요한 경우 ▲분쟁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공동주택 관리규약을 위반한 경우에 ‘전체 입주자등의 10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요청토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러한 동의 비율을 현행 10분의 3에서 10분의 2로 낮춰 감사 요청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위는 감사의 실효성 확보와 활성화를 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현장에서는 이미 지자체의 무분별한 감사와 과태료 남발로 관리업무 마비와 입주민 재산 피해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감사 요청 요건을 완화하면 이러한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에 불만을 가진 반대 세력이 왜곡된 사실 전달로 지인 등을 동원해 입주민 20% 사인을 모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관리소장은 “관리업무가 완벽할 수 없고 사소한 실수가 있을 수 있어 감사를 하면 뭐라도 하나쯤은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일부 입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의해 지자체 감사가 더 쉬워지는 점을 우려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도 해당 개정안에 대해 “빈번한 감사요청과 행정력의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는 입주자등 동의와 관계없이 사실상 한두명 정도의 소수 입주민의 민원에 의해서도 지자체 조사와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문제를 더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수 입주민 악성민원 막을
법 규정 필요”에 한 목소리

최근 일부 입주민의 민원 제기로 연달아 수건의 지자체 과태료를 맞게 된 경기 화성시 소재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해임과정에서 사퇴한 동대표 2명 등 입주민 3명이 악성민원인이 돼 사소한 문제를 건건히 민원으로 제기하면서 1000세대가 넘는 나머지 입주민들이 입는 관리비 등 손해가 크다”며 “지자체에서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관리사무소에 자료나 의견 제출을 요구하고 고의가 없거나 사소한 문제에도 시정명령이 아니라 바로 과태료 처분을 내려버린다. 과태료 처분 사실만 보고 관리주체나 현 입대의를 오해하는 입주민도 많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 관리소장은 “소수 입주민의 민원에 지자체가 휘둘리지 않도록 반드시 다른 입주자들의 동의를 받아 오도록 하거나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할 경우 일정 건수 이상은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악성 민원을 방지할 법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시나 일부 입주민의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 소재 모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한두명의 입주민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니 지자체 공무원도 어쩔 수 없이 특별감사 등을 실시하게 되는 것 같다”며 “명백한 증거를 자료로 제출해도 관리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과태료 부과 입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과태료 부과 사실이 알려지면 관리주체가 부당한 이득을 취득했다는 식으로 소문이 와전되고, 이는 곧 위탁관리업체의 재계약 불발과 관리소장 해임 등으로 이어진다”며 “입주자 민원에 따른 지자체 감사, 과태료 부과에 계속 대응하다 보면 사기가 떨어지면서 업무에도 소극적으로 임하게 되고 이는 곧 입주민 피해로 이어진다. 관리소장이 자주 바뀌면 관리직원들도 업무에 소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일부 입주민의 민원 제기 등으로 2015년 입주 이후 5년간 관리소장이 무려 65번이나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수 입주민의 악성 민원에 따른 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에 포괄적인 감사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4항의 삭제와 제102조 제3항 제22호의 과태료 관련 포괄조문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주택관리연구원의 강은택 연구위원은 관련 연구 발표를 통해 “감사를 진행하지 않고도 법 제93조 제1항에서 지자체에 자료 제출 요구나 필요한 명령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통해 지도감독이 가능하므로, 같은 조 제4항에서 ‘지자체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 조문은 삭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법 제102조 제3항 제22호에서 제63조 제2항(관리주체는 공동주택을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에 따라 관리한다)을 위반한 경우도 과태료 대상에 넣은 것은 ‘이 법 또는 이법에 따른 명령’이 포괄규정이기 때문에 과태료 조문으로 적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 연구위원은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내용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행정지도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신설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검증과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동주택 과태료 부과심의위원회 설치 등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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