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일            SH방화 6,9단지 관리소장    서울시 공공임대주택관리 명인
문종일            SH방화 6,9단지 관리소장    서울시 공공임대주택관리 명인

자기 직업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일을 하면서 내 삶의 좌표를 실행해 가는 것은 분명코 멋진 일이고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기에 소중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 배우며 내 일에 대한 자긍심과 보람을 느낀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일에 대한 자긍심이 높을수록 만족도가 높아지고 피로도가 감소한다는 사실은 덤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이 일은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라는 마음이 우선할 때만 직업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는 사실이다. 우선 일이 좋으면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아주 단순한 이치지만 삶의 진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단독이나 연립주택도 많지만 아파트가 훨씬 많다. 아파트는 입주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지만 이웃 간 소음갈등, 시설보수나 관리비에 대한 민원이 많은데 이를 해결하는 것이 관리사무소의 역할이다. 필자는 경리 없는 소규모 아파트에서 근무를 시작해 3000세대가 넘는 아파트와 혼합단지, 그리고 영구임대, 공공임대아파트에서 17년째 근무하고 있다. 헤아려 보니 지난 세월 8곳에서 근무를 했는데 대부분은 소장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단지 혹은 위탁업체가 해결사로 보내서 간 곳이 많았다. 그중에 1~2개 단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안정시켜 재계약까지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관리소장이 한 단지에 오래 근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본인의 경험 쌓기를 위해서도 한 단지에 4~5년 근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나는 임대아파트 근무가 적성에 맞고 관리에 자신감도 있고 해서 큰 보람을 느낀다. 이유는 군(軍)의 의무병과와 서울시의사회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 몸의 장애나 질병, 가난으로 인해 어려운 이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 8년 가까이 임대아파트에 근무하면서 터득한 것은 그들과 어떻게 화합의 꽃을 아름답게 피울 수 있는가를 배웠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임대아파트라고 하면 똑같은 임대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영구임대, 국민임대, 공공임대, 장기전세 등 명칭이 다양하고 거주자의 성향과 소득도 다르다. 그렇기에 관리소장은 여러 임대아파트에서 근무하면서 경험을 축적해야 관리를 잘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SH에서 많은 임대아파트를 동시에 입찰해 관리업체와 관리소장이 바뀌었다. 당시 12월이 계약 종료였지만 아파트 대표들이 계속 근무해 달라고 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인접 임대아파트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관리소장이 한 달에 2명이 바뀌는 바람에 임대아파트 경험이 많은 내가 추천돼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임대아파트로 가는 것도 운명인가 보다.

관리책임자는 잘하면 기본임무 수행이고, 못하면 질타를 받고 쫓겨나거나 본인이 다른 곳으로 찾아가는 직업인데 여러 성향의 다수 주민과 대표들 사이 그리고 직원들의 틈에 ‘낀’ 사람이 관리소장이다. 관리소장은 주민들과 소통하고 대표들에게 신뢰를 받고 직원들이 잘 따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능력 있는 관리소장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소장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임대아파트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다른 관리소장들이 회피하는 아파트에 가서 평온하게 관리해 ‘서울시 공공임대 관리명인’으로 선정됐기에 임대아파트 관리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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