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지난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 돈암동 A아파트 보수공사 등 입찰담합 사건 관계자들이 최근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방법원(판사 이진영)은 2017년 A아파트 공사입찰 담합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에 징역 8월, 입대의 기획이사 C씨에 징역 8월, 관리소장 D씨에 징역 1년, 담합을 주도한 배관설비공사업체 E사 대표에 징역 10월, 담합에 참여한 기계설비공사업체 F사 대표와 G사 대표에 각 징역 6월에 2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앞서 공정위는 이들 3개 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7억82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지난해 공정위 발표에서는 E사가 공사 입찰 준비과정의 입대의 구성원 등에게 접근해 공사내용 등에 대해 자문해준다는 핑계로 입찰이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되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과 재판부는 입대의 회장 등 아파트 관계자들도 담합에 관여한 것으로 봤다.

F사가 아파트에 투찰한 입찰서(왼쪽)와 G사가 투찰한 입찰서(오른쪽). F사의 투찰가격이 한글과 숫자가 서로 상이하게 적혀 있다. 낙찰예정자인 E사가 각각 산정해 전달해 준 투찰가격을 들러리 2개 사인 F사와 G사가 그대로 투찰한 사실을 보여준다.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F사가 아파트에 투찰한 입찰서(왼쪽)와 G사가 투찰한 입찰서(오른쪽). F사의 투찰가격이 한글과 숫자가 서로 상이하게 적혀 있다. 낙찰예정자인 E사가 각각 산정해 전달해 준 투찰가격을 들러리 2개 사인 F사와 G사가 그대로 투찰한 사실을 보여준다.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밝혀진 바에 따르면 A아파트 B회장 등 피고인들은 2017년 2월 A아파트 노후 배관·설비 교체공사 및 에너지절약(ESCO 용역) 공사의 시공업체를 E사로 선정하기 위해 적격심사 입찰참가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F사와 G사를 입찰 들러리로 세우는 것에 순차 모의했다.

입대의 B회장과 C기획이사, D관리소장은 E사가 건네준 입찰공고문대로 아파트 공사 입찰공고를 내고, F사와 G사는 E사에서 전달한 입찰서류 내용대로 입찰가격 등을 적어 입찰에 참여했다. 그 결과 세 업체 중 가장 적은 금액을 적어낸 E사가 입찰가격 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해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 과정에서 F사가 입찰가격의 아라비아 숫자는 ‘199억4000만원’으로 쓰면서 한글을 G사가 낸 금액과 같은 ‘금이백이십일억원정’으로 써내고 입찰보증금 역시 G사와 같은 11억500만원을 써내 담합 흔적이 남았다. 이는 E사 측에서 F사에 입찰가격을 정해주면서 금액이 잘못 기재됐고, 이를 몰랐던 F사가 그대로 투찰하면서 드러난 잘못으로 보인다. B회장 등은 개찰 과정에서 F사의 입찰가격 기재 잘못을 발견했음에도 그대로 개찰을 진행했다. 입찰무효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묵인한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공모해 위계 또는 위력 기타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해했다”며 이들 모두의 입찰방해 혐의를 인정하고, E·F·G사 대표들에 대해서는 “공모해 입찰에 있어 낙찰자 및 입찰의 경쟁요소가 되는 사항에 관해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했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인정했다.

이들은 입찰방해 및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개별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산정한 금액이 똑같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점 ▲E사로부터 받은 자료대로 입찰서를 냈다는 G사 직원들의 진술 ▲G사 PC에서 발견된 입찰 관련 자료의 마지막 저장자 명이 E사의 업무PC 이름과 같은 점 등에 비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개찰과정이 촬영된 동영상에 의하면 D관리소장이 F사와 G사의 입찰가만 기재한 상태인데 C기획이사가 ‘G사 22점’(3위에 부여되는 점수)이라고 말하고 그 이후에 D관리소장이 E사의 입찰가를 기재해 C기획이사는 E사의 입찰가가 제일 낮을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또 공사비용이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200억원이 넘는 공사 입찰을 심사하면서 B회장 등이 업체 선정에 걸린 시간이 11분 정도에 불과한 것은 이미 E사를 낙찰자로 예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F사와 G사는 아파트 배관교체공사를 수행한 경험이 전혀 없고 입찰에 참여할 당시 시장조사를 할 만한 물리적인 시간조차 부족해 원가계산조차도 직접 하지 못할 정도여서 입찰에 낙찰을 받기 위한 진정한 의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과 공사의 규모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들의 죄책이 무겁고 아파트 입찰 업무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을 해치고 입주자들의 신뢰를 훼손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히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모두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한편 관리소장 D씨는 방수공사업체, 승강기유지관리업체로부터 업체 선정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금품을 건네받아 1700만원의 추징 명령도 받았다. D관리소장에 금품을 건넨 2개 업체 대표들에 대해서는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증재한 금품의 액수 등을 고려해 각각 벌금 300만원과 100만원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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