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안산지원 제10민사부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에서 입찰절차를 거쳐 낙찰자로 선정된 공사업체가 계약 체결 후 공사대금 인상을 요구한 것은 아파트 측에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10민사부(재판장 남천규 판사)는 도장공사업체 A사가 경기 안산시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입찰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최근 기각 결정을 내렸다. 

A사는 2021년 9월 7일 B아파트의 아파트 외벽 균열보수 및 재도장 공사, 공용창 외부 코킹공사 등에 대한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최저금액 제시로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달 10일 B아파트 입대의와 착공일 9월 23일, 준공일 12월 22일로 정한 계약서를 작성했고, 그해 10월경 착공 및 계약금 지급 시기를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이 보관된 통장에서 인출이 가능한 일시로 조정, 이에 대해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A사는 돌연 다음달 입대의에 공사지연과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계약서 제15조 ‘기타 계약내용의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 등에 의거해 원자재 인상분(10~40%), 노무비 인상분(10%)에 대한 보상을 요청했다. 

입대의는 다음해 1월 A사에 ‘최저가입찰이었음에도 계약체결 직후부터 계속해 대금 증액을 요청했고, 25% 대금 인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계약해지 통보를 하고 공사 입찰을 재공고했다.

A사는 재판부에 “B아파트 입대의가 한 계약 해지는 해지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해 효력이 없으므로 본사는 입대의에 계약 이행을 구할 권리가 있고, 새 입찰절차가 진행돼 새로운 낙찰자가 결정된다면 분쟁 해결이 어려워지고 손해가 확대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입찰 절차의 중지를 구할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입대의는 최종 공사비의 확정과 관련해 A사와 협의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입대의는 A사가 최저가낙찰 결과 정해진 금액에 대해 계약체결일로부터 불과 2개월 만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기 때문에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결의를 거쳐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이는 바, 그 당부에 관해서는 본안소송에서 충실한 심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밖에 A사가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해당 계약 해지가 약정해제·해지 또는 법정 해제·해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효력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계약 해지가 효력이 없다 하더라도 그로써 A사가 입게 될 손해는 계약에 따른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지 못하는 금전적 손해로 귀착될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금전적 손해는 추후 본안소송에서 그 존부와 범위가 확정될 경우 충분히 이를 전보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서 “▲이미 입찰절차가 진행돼 다른 업체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실 ▲공사비 증액 문제와 관련해 당사자 사이 신뢰관계의 파탄 정도 등에 비춰 추후 협상을 통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사실상 낮아 보이는 점 ▲공사의 지연으로 인해 입대의 및 입주민들이 입는 피해의 규모와 정도 등을 더해 보면 본안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앞서 가처분을 통해 미리 공사 입찰 절차의 진행을 정지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A사의 계약 유지를 강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B아파트 입대의 측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산하 이동현 변호사는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공사업체를 선정할 때 최저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는데 계약 체결 후에 최저 가격으로 입찰한 공사업자가 공사대금 인상을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허위입찰을 한 것이고 입찰절차를 거친 취지 자체를 몰각시킬 수 있는 행위”라며 “위와 같은 법원의 결정 역시 이러한 점에 기반한 것으로 공사업체의 부당한 공사대금 인상요구를 받은 아파트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꼭 업무에 참고하기 바란다”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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