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심사제 도입 10년…개선이 필요하다

신용평가·관리실적 등 변별력 없어 사실상 사업제안 10점에서 판가름
결과적으로 부정한 로비에 의해 업체 결정될 수 있어
정당한 평가 이뤄지도록 선징지침의 표준평가표 개선해야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공동주택관리업이 태동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관리업계 발전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며 더딜게 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러 규제와 제도적인 문제 등으로 발전 가능성이 묶이는 점도 있지만 획일적인 기준과 낮은 진입장벽으로 관리업체들 스스로의 발전 노력이 부족한 탓도 있다.

이와 관련해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서 제시하는 적격심사제 표준평가표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근본적인 이유로 꼽힌다.

적격심사제는 주택관리업자 선정지침의 최저낙찰제 부작용을 보완하고 관리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 7월 1일 도입됐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적격심사 시 기준이 되는 표준평가표의 평가항목이 각 단지에 적합한 수준의 업체를 골라내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선정지침 별표4의 표준평가표를 살펴보면 평가항목과 배점이 합계 100점 중 ▲관리능력 70점: 기업신뢰도 30점, 업무수행능력 30점, 사업제안 10점 ▲입찰가격 30점으로 나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적격심사제 도입 초기에는 70점 배점의 관리능력 항목에 변별력이 없어 입찰가격에서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최저낙찰제와 같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별표4의 '적격심사제 표준평가표'. 비고란을 보면 신용평가   등급 간 배점 차이가 크지 않고 관리실적 상한을 5개로 두고 있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별표4의 '적격심사제 표준평가표'. 비고란을 보면 신용평가 등급 간 배점 차이가 크지 않고 관리실적 상한을 5개로 두고 있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BB˚에 준하는 등급도 신용 만점

관리능력 70점 안에서 신용평가 등을 살피는 기업신뢰도(30점)와 기술자·장비 보유, 관리실적 등을 따지는 업무수행능력(30점) 항목은 입찰 참여 업체 간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아 우수한 업체를 가리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신용평가 등급 배점이 15점인데 BB˚에 준하는 등급만 돼도 AAA~A-와 마찬가지로 만점을 받을 수 있으며 차점인 BB-에 준하는 등급은 14.5점으로 만점과 0.5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러한 신용평가 등급 배점은 표준평가표에서 제시하는 평가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또 기술자와 장비는 어느 정도 비슷하게 갖춰진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가운데 관리실적(10점) 상한이 5개여서 웬만한 신규, 영세업체도 기준을 충족하기 쉽다.

이처럼 부족한 변별력으로 적격심사제가 최저낙찰제로 변질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최근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찰가격(위탁수수료)을 고정하는 경우가 많아 예전처럼 입찰가격에 따라 낙찰이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많이 벗어났다는 전언이다.

결국 사업계획의 적합성(5점), 협력업체와의 상생발전지수(5점)를 평가하는 사업제안 10점에서 업체 선정이 결정되는데, 사실상 평가자들의 주관성이 많이 반영되는 항목이라 여기서 발생되는 문제가 많다.

다수 선택 아닌 합산으로 결정

먼저 평가에 참여한 동대표 등의 각 업체에 대한 점수를 합산해 총점으로 결정 짓는 점이 문제가 된다. 한 업체에 대해 가장 높은 점수를 준 평가자 수가 많아도 일부 동대표가 악의적인 의도로 해당 업체에 가장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등 극단적인 점수 차이를 두면 다수의 선택과 어긋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합산방식은 의무가 아님에도 관행처럼 흐르고 있어 정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처럼 객관적인 평가를 위한 항목에 변별력이 떨어지고 사업제안에 대한 10점에서 판가름이 나다보니 신용평가 등급이 높고 관리실적이 500개 이상인 업체가 신용평가가 더 낮고 관리실적 5개 정도의 업체에 밀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가성 로비로 정당한 평가 방해

또 다른 문제는 동대표들의 선택에 금품 등 대가를 제시하는 업체들의 은밀한 제안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관리업체들의 건전한 영업에 따른 입주민들의 선호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러한 선물 전략에 따른 영업은 정당한 평가를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한 관리업체 관계자는 “입주민들의 대리인인 동대표들이 객관성을 유지하며 평가에 임하고 단지 사정에 맞는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데 대가를 이유로 관리업체를 선정한다면 이후의 아파트 관리도 엉망이 되고 결국 입주민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평가 문제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나 윤리의식, 직업의식 등을 갖추지 못한 부실업체, 부정한 업체들의 난립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 기준만 갖추면 입찰 참여가 가능하고 일부 동대표만 끌어와도 낙찰이 이뤄질 수 있어 부정한 경쟁이 난무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공동주택 관리업계 선진화를 위해서는 업체들의 선의의 경쟁을 통한 발전 노력이 필요한데 결국 변별력 없는 주택관리업자 선정지침이 이를 막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모 관리업체 영업 담당자는 “우리 회사의 탄탄한 기반과 관리서비스 수준을 어필하며 정당하게 영업을 하려고 해도 뒤에서 부정하게 로비를 펼치면 이겨낼 재간이 없다”며 “부정을 적발해내기란 쉽지 않으므로 정당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표준평가표를 다시 변별력 있게 개선하고, 이는 강제가 아닌 가이드라인으로서 각 단지가 기호와 사정 등에 맞게 참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표준평가표 아래의 비고는 오히려 변별력을 없애는 바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표준평가표의 변별력 지적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담당사무관은 표준평가표 하단에 ‘주택관리업자 선정 시 본 표준평가표, 관리규약에서 정한 평가표 중 적합한 것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된 점을 언급하며 “신용평가 등급을 제외한 다른 항목의 경우 단지 특성에 따라 항목과 배점을 달리 정할 수 있고, 최근에는 입찰가격 배점 30점을 20~30점 사이에서 정해 나머지 항목을 조정할 수 있도록 좀 더 자율성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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