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제12민사부

공법적 규제에 적합하더라도
통념상 참을 한도 넘으면 위법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층간소음 관련 규정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소음이라도 층간소음 피해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정우정 판사)는 서울 성북구 모 아파트에 거주하던 A씨 가족이 위층 세대 B씨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층간소음 발생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씨 가족의 층간소음 피해를 인정, “피고 B씨 부부는 공동해 원고 A씨 가족 4명에게 각 25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A씨 가족은 각 500만원 지급을 구했지만 소음 발생 기간과 소음의 크기와 종류, 피해의 성격 등을 살펴 250만원으로 위자료가 결정됐다.

60dB까지 올라간 ‘일부러’ 두드리는 소리

재판부에 따르면 A씨 가족은 해당 아파트로 이사 온 직후인 2020년 6월 경부터 2년 넘게 B씨 부부와 층간소음 문제로 분쟁을 겪었다. A씨 가족의 관리사무소 민원과 112 신고로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경찰이 A씨 집을 직접 방문해 B씨 집에서 소음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확인하기도 했다.

2022년 12월 3일 경찰 출동 당시에도 B씨 집에서 2~3초 간격으로 5분 이상 바닥을 무언가로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 B씨는 이에 따른 경범죄처벌법 위반죄로 즉결심판을 받아 벌금 1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A씨 가족이 촬영한 상당수의 영상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종류의 소음이 아닌 어떤 물체로 일부러 벽이나 바닥을 두드릴 때 나는 것 같은 ‘쿵쿵’ 소리가 들리고 A씨 가족이 측정한 소음의 크기는 60dB을 초과하기도 했다.

B씨 측은 “환경보전협회 층간소음상담지원센터의 층간소음 측정결과서에 의하면 1분간 등가소음도 및 순간 최고소음도 모두 관련 규정에 따른 층간소음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A씨 가족은 측정기를 이용해 임의로 소음을 측정했을 뿐 환경부에서 제정한 층간소음 관련 규정상의 전문 기관이 측정한 것이 아니므로 소음의 발생 주체뿐만 아니라 소음도의 크기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소음피해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재판부는 “수인한도를 설정함에 있어 환경 기타 행정법규상의 규제와 관련된 기준은 해당 보호법익 또는 이익의 보호를 위한 최소한도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는 어떠한 공법적 규제에 형식으로 적합하다고 하더라도 침해의 양태와 결과의 영향이 현저한 것이어서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경우에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원으로서는 증거법칙에 따라 다양한 증거자료를 종합해 해당 소음이 위 법리에서 말하는 수인한도를 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고 그와 같은 판단에 있어 반드시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소음 측정방법에 따라 측정된 자료만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B씨 부부가 발생시킨 소음은 단순한 생활소음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B씨 측은 A씨 가족이 보복소음을 내고 있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그러한 사정만으로 B씨 측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소음 유발 일체 금지는 안 돼

한편 A씨 가족은 ‘B씨 주거지 내에서 고의적인 소음 유발행위 일체’의 금지와 함께 이를 위반 시 각 원고들에게 1일당 50만원을 지급하는 간접강제도 청구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공동주택 내에서 어느 정도의 소음은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수인한도 내의 소음 발생행위까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는 점 ▲‘고의적인 소음 유발행위’의 개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 위반 여부 역시 A씨 가족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될 가능성이 높은 점 ▲그럼에도 A씨 가족이 구하는 고의적인 소음 유발행위 일체를 금지할 경우 B씨 부부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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