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 원주지원
"입주민들 동대표 회피 우려"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법원이 동대표들의 과실로 소송에 패소해 입주자 등에 손해를 끼친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이들이 무보수 명예직인 점 등에 비춰 손해의 10%만을 책임지도록 했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판사 김지연)은 강원 원주시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아파트 전 입대의 구성원 8명(임원 포함)을 상대로 제기한 3450만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해 원고 입대의에 345만여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전 입대의 회장 A씨 등은 단지 관리동 어린이집 원장이 수차례에 걸쳐 어린이집 하자를 보수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오랫동안 적절한 보수를 해주지 않아 관련 소송에서 패소, 원장에게 손해배상금 2693만여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금 채무를 부담하게 됐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변호사 보수 330만원을 지출했다. 또 이 때문에 어린이집 임대차계약이 해지돼 해지일로부터 임대차기간 종료일까지 1년간 받을 수 있었던 월 임대료 426만여원을 지급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손해에 A씨 등의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관리규약의 ‘입대의 구성원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입주자 등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에 따라 A씨 등이 입대의가 주장한 손해액들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이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입대의 손해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본 것. 

재판부는 A씨 등의 구체적인 과실로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하자보수 요청이 있었다는 점을 인지한 2018년 3월 28일 무렵부터 원장이 소송을 제기한 2018년 12월 무렵까지 원장에게 아무런 절차 참여의 기회나 기타 하자보수 관련 경과를 알려주지 않은 채로 내부적으로 회의를 반복했다”고 짚었다.

또 “어린이집 보수가 늦어지는 경우 원장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내부 결의 및 업체 선정의 과정, 향후 공사계획 등에 관해 그 사정을 알리고 기간의 유예를 얻거나 기타 양해를 구하고 하자보수 견적을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좀더 적극적으로 요청했다면 소송이 진행돼 판결금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그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실제로 원장은 ‘2~3개월 내에 수리를 해준다는 확답만 있었어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소송에 이르게 된 경위를 호소하는 서면을 해당 소송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 등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10%로 대폭 제한했다. 

그 이유로 먼저 “피고들은 생업을 따로 갖는 입주민들로서 실질적으로 무보수 명예직(회장 업무추진비 월 30만원, 나머지 임원 회의참석비 월 3만원)으로 보이고, 그와 같은 무보수 명예직 임원들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하자보수 여부와 관련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과정에서 과실로 인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임원들에게 일률적으로 손해액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은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그와 같은 손해배상을 부담하는 것을 우려한 입주민들이 임원직을 회피해 자칫 입대의 구성 자체가 불가능해질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하자보수 견적을 위해 어린이집 방문이 필요했으나 원장이 없거나 교사가 임의로 문을 열어줄 수 없는 등의 이유로 불가능했던 점 ▲어린이집 폐업 이후 차임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하자보수를 해줘야 하는지, 원장이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할 뜻이 있는지 등에 관해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상황이었던 점 ▲이 같은 경위를 거치면서 계속해 회의를 개최하면서 의견을 모으고 있던 중 소송이 제기된 점 ▲해당 아파트는 2006년에 준공된 건물이고 원장은 2007년 무렵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해오고 있었으므로 노후로 인한 하자의 위험이 존재해 왔고 애초에 소송이 시작된 것도 아파트 자체의 노후로 인한 하자발생이 근본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전부 A씨 등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한 점 등을 제시했다. 

이 판결은 양측의 항소 제기 없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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