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단지 이상 지정에도 적발 건수 ‘0’ 지자체 존재
층간흡연 규제 없어 실효성 떨어진다 지적

경기 남양주시 소재 금연아파트의 현판 [아파트관리신문 DB]
경기 남양주시 소재 금연아파트의 현판 [아파트관리신문 DB]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담배 연기에는 수많은 독성 화학물질이 있으며 흡연자뿐만 아니라 비흡연자에게도 간접흡연으로 인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198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담배의 유해성을 알려 담배 연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5월 31일을 세계 금연의 날로 지정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금연 구역이 지정 및 확대되기 시작했다.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되면서 대형 건물, 의료 기관, 사회복지시설, 교통 관련 시설 등 일부 시설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됐으며 이는 2015년 공중이용시설 전체로 확대됐다.

2016년 9월 공동주택 역시 금연 구역으로 지정이 가능해졌다.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이른바 ‘금연 아파트’에서 흡연을 하다가 적발되는 경우 흡연자에게는 흡연 횟수와 무관하게 적발 시마다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금연 아파트 지정을 원하는 공동주택은 세대주 2분의 1 이상이 금연구역 지정에 동의함을 입증하는 서류 등을 지자체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금연 아파트는 2017년 6월 시행 8개월 만에 전국에서 158개 단지가 지정됐으며 2021년 말 기준으로는 2000단지가 훌쩍 넘게 지정되는 등 가파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확산세에 걸맞지 않게 금연 아파트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단지 내 금연 구역 한정, 세대 내 흡연 증가해

금연 아파트로 지정되면 단지 내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및 지하주차장은 금연 구역이 된다. 그러나 정작 민원의 중심이 되는 세대 내는 금연 구역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2020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층간흡연 민원은 총 2844건으로 그 수가 적지 않다.

본지에서 수도권 소재 금연 아파트 10곳의 관리사무소와 입주민 등에 질의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부터 입주민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층간흡연 민원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다수의 회신을 받았다. 이를 비춰볼 때 2021년 층간흡연 민원 역시 2020년과 비슷하거나 증가했을 것이 자명하다.

금연아파트 지정이 오히려 층간흡연 민원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기 부천시 소재 A아파트 관리소장은 “입주민들이 암암리에 단지 내 복도 일부를 흡연 구역처럼 이용하고 있었는데 금연 아파트 지정 이후 해당 공간들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자 층간흡연 민원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세대 내 흡연,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어

무엇보다 세대 내 흡연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를 제재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의2 제2항에는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은 입주자등은 관리주체에게 간접흡연 발생 사실을 알리고 관리주체가 간접흡연 피해를 끼친 해당 입주자등에게 일정한 장소에서 흡연을 중단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권고는 강제성이 없어 관리사무소의 권고 조치를 입주민이 수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처벌할 수 없다.

인천 남동구 B아파트 관리소장은 “세대 내 흡연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어르신 입주민들이 간혹 있다”며 “이들은 흡연 중단 권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예전부터의 습관이 남아있기 때문에 계도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경기 하남시 C아파트 관리소장은 “최근 신축 아파트들은 입주 때부터 금연 아파트인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금연 아파트임을 알고 입주했음에도 흡연 구역이 없다는 이유로 세대 내에서 흡연을 하는 입주민들이 있고 이들에게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금연 아파트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가 금연 아파트인지 모르는 입주민들도 있었다.

경기 시흥시 D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입주민 대부분이 우리 아파트가 금연 아파트인지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입주민이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는 것을 발견하더라도 보복이나 아파트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묵인한 경우도 있었다.

경기 부천시 소재 D아파트 관리소장은 “금연 구역에서 흡연한다는 이유로 입주민을 고발하게 되면 재계약에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못 본 체하고 넘어가는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세대주 2분의 1 이상이 금연구역 지정에 동의하면 금연 아파트로 지정할 수 있는 규정 역시 입주민 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꼽혔다. 또한 금연아파트에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이에 따른 혜택은 없어 단지 내 흡연 상황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경우 금연아파트 지정을 해제하는 곳도 존재한다.

이러한 제도의 허점에 금연 아파트 내에서의 흡연 적발이 아예 없는 지자체도 존재한다. 금연 아파트가 실질적으로 ‘담배 연기 없는 아파트’가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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