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안양지원

계약에 정산약정·규정 따로 없어
실질적 피해도 없다고 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업체에 하도급 미화·경비 용역대금에 대한 미정산 책임을 물었지만 법원은 하도급계약에 따른 용역대금이 정액으로서 따로 정산할 것을 예정하지 않은 점과 미화·경비 업무가 적절히 이행된 점 등에 비춰 관리업체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판사 송중호)은 경기 고양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아파트 관리를 맡았던 B사를 상대로 제기한 1억2000만원의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에서 최근 입대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B사는 2019년 A아파트 및 오피스텔단지 입주개시일부터 입대의 구성 후 위수탁관리계약 종료일까지 약 8개월간 관리용역업무를 수행하면서 미화·경비용역에 관해 C사에 용역하도급을 줬다.

입대의는 “C사의 경우 급여, 수당, 4대 보험을 포함한 지출비용이 매월 상당한 폭의 변화를 보이고 있고, B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C사가 실제로 지출한 연차수당, 퇴직금, 4대 보험료를 확인해 과다 지출된 부분을 정산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미화·경비 하도급계약에서 정한 월 하도급대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해 결과적으로 2019년 3월분부터 11월분까지 9328만여원의 손해를 야기한 채무불이행 겸 불법행위가 있다”며 이 중 일부인 5510만여원을 청구했다.

또 “경비 및 미화용역을 제외한 일반용역의 경우 B사가 아파트 관리비 중 관리직원의 연차적립금 및 퇴직적립금 명목으로 2019년 3월분부터 10월분까지 합계 6489만여원을 부과해 이를 취득했으나 실제로 일반관리직원들 중 누구도 이러한 명목의 돈을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위 금원은 법률상 원인 없이 부당이득한 것”이라며 해당 금액도 청구했다.

경비원 등 수 차이 문제 없어

입대의는 아파트 관리규약에서 용역비 정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관리규약 제정일자가 미화·경비 하도급계약 체결일 이후인 점에 비춰 이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미화·경비용역은 각 정액의 하도급계약으로 체결됐고 A아파트에 파견해 근무하도록 한 청소원 및 경비원의 수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B사가 관리규약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위수탁관리계약에서 B사는 시행사 동의를 얻어 관리업무 중 일부를 전문 용역업체에 재위탁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이 경우 B사가 시행사 또는 그 승계인인 입대의와의 관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며 B사의 위수탁관리계약 의무 위반도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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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의는 미화·경비 하도급계약에서 ‘월 도급비는 미화인·경비인원의 급여, 상여금, 연차수당, 퇴직금, 식대 등 직접노무비와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피복장구류 등 간접노무비 외에 일반관리비, 제세공과금, 회사 이윤 등으로 한다’라는 취지의 규정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그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정산 약정 또는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단지 용역대금을 결정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시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고 B사가 입대의로 하여금 C사에 지급하도록 한 용역대금은 미화·경비 하도급계약에 따른 정액의 용역대금으로서 하수급인인 C사가 그 근로자들에게 임금 등으로 지출하지 않게 되는 금액이 발생할 경우 미화·경비 하도급계약에서 이를 따로 정산할 것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업무 부적절 이행 증거 없어

또 재판부는 “위수탁관리계약상 미화·경비 부분은 입대의 입장에서 계약에 따라 정해진 보수의 범위 내에서 아파트 단지 미화·경비업무가 적절히 이행돼 그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그 위임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그런데 단지 미화·경비업무에 관해 수임인인 B사가 그 전문적 직업·지위·지식 등에 있어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평균수준에 극히 미달하거나, 정해진 보수를 훨씬 넘게 청구했다거나, 담당하는 미화원·경비원의 감소로 인해 해당 업무들이 부적절하게 이행돼 공용부분이 더럽게 방치되고 범죄에 무방비나 다름없게 된 지경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B사가 A아파트 미화·경비업무를 이행함에 있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입대의의 채무불이행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아파트 관리업무를 위수탁관리계약에 따라 위임받은 B사가 아파트 단지 미화·경비업무와 관련해 불법적으로 입대의에 대해 손해를 끼치지도 않았다며 불법행위 주장도 배척했다.

약정보수 넘어선 이득도 없어

일반용역과 관련해서는 “B사가 소속 근로자들의 연차적립금 및 퇴직금 명목으로 미화용역 및 경비용역 부분을 제외하고도 6489만여원을 수령했으나 실제 직원들에게 이를 지급하지 않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설령 그러한 사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당초 위수탁관리계약에서 정한 B사에 대한 보수지급채무 중 아파트 단지 부분 보수지급채무 및 인건비성 충당금을 넘어서 입대의가 이를 지급함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이 B사가 약정보수를 넘어선 이득을 보고 이로 인해 입대의가 손해를 입게 됐다고 볼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입대의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B사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한영화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미화·경비 하도급계약에서 정액의 용역대금을 정하고 미지출 금액에 대한 정산 의무를 규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소원 및 경비원의 수에 다소 차이가 발생하더라도 미화·경비업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입대의에 실질적인 손해가 없었다면 용역 하도급을 준 관리업체에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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