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서부지원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판사 오흥록)은 최근 오작동이 빈번하다는 이유로 화재경보가 울리면 우선 화재경보기를 차단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작성한 관리사무소장에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분법 전) 위반죄를 물어 벌금형에 처했다.

부산 사하구 소재 모 아파트 A관리소장은 화재경보기의 노후화로 오작동이 잦아지자 입주민들로부터 잦은 민원을 접수했다. 이에 A소장은 화재경보가 작동하면 그 즉시 작동을 정지하고 당시 근무자들이 현장 확인 후 실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작동 정지를 해제하고 119에 신고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응 매뉴얼을 작성했다.

이와 더불어 배관 노후화로 인한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이 아파트 소방안전관리자 B씨에게 B씨가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는 스프링클러 예비펌프의 연동을 정지할 것을 지시했으며 B씨는 2022년 2월 4일 퇴근 시간에 맞춰 해당 지시를 따랐다.

또한 이 아파트 경비원은 같은 달 6일 화재경보가 울리자 매뉴얼에 따라 화재경보기를 차단했다.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소방시설을 유지·관리할 때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폐쇄·차단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관련 법리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A소장이 작성한 매뉴얼은 실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근무자가 수동으로 조치를 취해야 하므로 그에 따른 소요 시간이 적지 않고 근무자의 실수 등으로 화재경보기 차단 조치 해제가 이뤄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며 “매뉴얼과 더불어 스프링클러 예비펌프의 연동을 중지킨 것 역시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소장이 2017년부터 이 아파트에 부임한 이후로 입주민들의 생활 편의 증진 및 소방 안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 ▲2022년 2월 6일 실제 화재 당시 경비원이 매뉴얼을 이행하면서도 119 신고가 제때 이뤄져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화재를 조기 진압한 점 ▲동일한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설비의 노후화일 가능성이 더 커 스프링클러 예비펌프의 연동을 정지한 것 때문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A소장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해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한편 A소장이 소속된 관리회사 역시 A소장과 같은 이유로 기소돼 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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