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관리비 용도 외 사용으로 영업정지 논란

통상 과태료 처분에 그치지만
법 규정 따라 문제없다는 지자체
업계, “영업정지는 과해”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최근 아파트의 관리비 용도 외 사용을 이유로 위탁관리업체에 영업정지를 내린 지자체의 처분이 부당하지 않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본지 2023년 3월 20일자 제1429호 4면 기사 참고> 아파트에서 장기수선공사를 실시하면서 관리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점이 문제가 됐는데, 통상 관리비나 장기수선충당금의 용도 외 사용에 대해서는 과태료 처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영업정지 처분은 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세종시는 관내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감사요청에 따라 2020년 11월 실시한 감사에서 이 아파트 관리업체였던 A사가 장기수선 대상인 CCTV 설치 공사를 진행하면서 관리비를 용도 외로 사용했음을 확인했다. 이를 이유로 세종시는 A사에 과태료 처분과 함께 45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했고, A사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해 나온 재결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 기간을 30일로 변경했다.

이에 A사는 법원에 영업정지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당시 상황에 비춰 부득이하게 관리비를 사용한 것이고 관리비·사용료와 장기수선충당금을 법에 따른 용도 외의 목적으로 부정하게 사용할 의도가 없었으므로 관련 규정인 공동주택관리법 제90조 제3항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전지방법원(판사 이태영)은 “A사가 관리비 용도에 속하지 않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그 비용을 관리비에서 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공동주택관리법의 목적이 관계 규정 및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공동주택을 투명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며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A사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처분 사유가 부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령 등에서 정한 관련 처분기준은 해당 행위의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3개월임에도 세종시의 처분은 최대 감경 범위인 2분의 1로 감경한 것보다도 더 감경한 경우에 해당하는 점 등에 비춰 “해당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목적이 A사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당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A사 측은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제90조 제3항에서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는 관리비·사용료와 장기수선충당금을 이 법에 따른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 이에 대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53조 제1항 제8호에 따르면 위 규정을 위반한 경우 지자체장은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주택관리업자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해야 한다.

이처럼 관리비 등 용도 외 사용에 대해 과태료와 함께 영업정지 처분까지 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영업정지 처분까지는 가지 않고 과태료 처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업계에서도 이번 지자체 영업정지 처분과 법원의 판단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리비 등의 용도 외 사용문제도 횡령 등 부당한 목적이 아닌 관리업무 중 사소한 실수에 따른 지출인데 과태료 처분은 억울하다는 현장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고, 위탁관리수수료에 비해 너무 큰 과태료 금액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데 영업정지 처분까지 이어진다면 이미 열악한 관리업계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최근 헌법재판소는 경비업무 외 업무지시를 이유로 경비업자에 대한 허가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는 경비업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리며 국회에 2024년 12월 31일까지 해당 법률 조항을 개정할 것과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조항의 적용을 중지할 것을 명한 바 있다.<본지 2023년 4월 3일자 제1431호 5면 기사 참고>

헌재는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중대하게 훼손하지 않은 경우에도 경비원이 비경비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기만 하면 허가받은 경비업 전체를 취소하도록 한 점 등을 이유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해 시설경비업을 수행하는 경비업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시는 관리비 등 목적 외 사용 시 영업정지를 내리도록 규정돼 있는 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한 것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공동주택관리법 또한 개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법 제53조에 따른 주택관리업자 등록말소와 영업정지 처분은 주택관리업자가 등록돼 있는 등록지 지자체가 내려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세종시가 타 시에 등록돼 있는 업체에 영업정지를 내린 행위 자체만으로도 문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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