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파트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따른 어려움

공실 어린이집 활용하려 해도
용도변경 조건에 걸려

사업주에 설치 의무 있지만
입주민 동의 없이는 힘들어

아파트 근로자 휴게시설. 
아파트 근로자 휴게시설.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지난해 8월 18일부터 각 공동주택 단지에 경비원·미화원 등 근로자를 위한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된 가운데 일부 아파트는 여유 공간이 없어 고민에 빠졌다.

경기 의정부시의 A아파트는 최근 지자체로부터 ‘공동주택 근로자들에게 휴게시설을 제공해야 하며 휴게시설 미설치 및 관리기준 미준수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지은 지 20년이 지난 이 아파트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기준의 휴게시설을 만들 적당한 공간이 없었다.

이에 이 아파트 관리소장 B씨는 입주민들에 입주자대표회의실을 휴게시설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으나 반대 의견이 있어 무산됐다. 남아 있는 유일한 여유 공간은 재원수 부족으로 폐원하게 된 단지 내 어린이집이었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공동주택관리법 등에 따른 필수 복리시설로 용도변경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이에 B씨는 국토교통부에 관련 법 규정 완화 관련 민원을 제기했으나 ‘필수시설 중 어린이집 및 경로당은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것은 가능하나 그 전부를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B씨는 “어린이집 전부를 용도변경 하지 않고는 법에서 요구하는 기준의 휴게시설을 만들 수가 없다”며 “출산율 저하의 여파로 입학할 아동이 없어 어린이집을 폐원하게 된 것인데 필수시설이라는 규정에 얽매여 공실을 휴게시설로 활용하지 못한 채 과태료를 부과받게 됐다”고 호소했다.

또 B씨는 “오래된 아파트들은 대부분 휴게시설 공간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며 “기준에 맞는 휴게시설을 만들 공간이 없는데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많은 아파트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아파트 휴게시설 설치 의무 및 미설치에 따른 과태료 부과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해 위탁관리의 경우 관리주체로서 근로자들을 파견하는 주택관리업자에 책임이 있다. 하지만 주택관리업자가 아파트에 휴게시설을 설치하려고 해도 아파트는 입주민들 소유의 사유지여서 관리업자 마음대로 설치를 할 수가 없고 입주민들의 동의와 협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한 관리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요청으로 각 사업장의 휴게시설 설치현황을 조사한 결과 90% 이상 설치가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단순히 설치여부만을 확인한 것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면 조건을 충족하지 못 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사업주에 휴게시설 설치 의무가 있으므로 관리업체로서는 관리소장을 통해 입주자대표회의에 휴게시설 설치 안건을 올리도록 하고 입대의와 입주민의 반대가 있어 설치를 하지 못했다면 이를 근거로 과태료 부과 처분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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